[임이로의 숨은영화찾기] 모든 어른은 한때 아이였다 ‘소년 시절의 너’

임이로

영화 <소년시절의 너>는 길거리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양아치 소년 샤오베이와, 학교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범생 소녀 첸니엔의 고된 사랑 이야기다. 이 둘은 전혀 달라 보이지만, 사실 공통점이 있었는데. 바로 외롭고 불안정한 가정환경이다. 소년은 어린 나이에 혼자 집을 나와 살고 소녀는 부모가 진 빚에 시달리며 필사적으로 공부한다.

 

첸니엔은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해 자살한 친구를 도왔다는 이유만으로 다음 괴롭힘의 대상이 되어버린다. 더군다나 집안 환경에 대해서도 소문이 나면서 상황은 더 악화한다. 학교 밖에서는 길거리에서 같은 양아치들에게 구타당하는 샤오베이를 구해주는데. 그녀의 용기를 먼저 알아본 샤오베이는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명문대 진학을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는 첸니엔을 지켜주기로 약속한다.

 

그렇게 둘은 불안한 주변 환경으로부터 서로의 안식처가 된다. 이후, 이야기는 샤오베이와 첸니엔에게 어려운 상황으로 더욱 치닫지만 둘의 사랑은 어린 아이들의 치기를 넘어 어른들에게도 쉽지 않은 진심으로, 강한 유대감으로 사랑을 지켜간다.

 

나를 태어나게 해준 가족이 아닌 곳을 떠나서야 비로소 안식처를 찾은 둘은, 모두를 기만해서라도 그들의 사랑을 지키려고한다. 그러나 샤오베이와 첸니엔의 특별한 관계를 눈치 채고 있던 정 형사는, 둘의 사랑을 지키게 하고 싶어서라도 서로의 잘못을 자백하게 하는 마지막 교두보 역할을 해야만 한다.

 

영화 속 인물 첸니엔과 샤오베이에게 삶은 지독하다. 미성년자이기에 더욱더 위험천만하며, 부모의 그늘에서 자랄 수 없는, 안식처가 없는 그들의 삶은 매번 낭떠러지 같은 신세다.

 

영화는 일차적으로는 서로를 구원하는 사랑 이야기로 보이지만, 사실 감독은 불안정한 어린 시절의 우리들과, 그 시기를 지나고 어른이 된 우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인다.

 

우리는 어린 시절 어른들이 해결해 줄 수 없는 여러 문제들에 한 번쯤은 봉착한다. 그리고 그 문제는 앞으로 있을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리기도 한다. 이렇게 사람의 인격은 모두 이 ‘소년 시절’에 대부분 형성된다.

 

우리 속담에,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올챙이였다가 언젠가 개구리가 된다. 그러나 다 자란 개구리라고 모두가 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닐 텐데도, 우리는 금세 어린 시절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 너무도 쉽게 잊어버린다. 사랑으로 모든 위기를 극복하려는 어린 사오베이와 첸니엔. 영화 속 주변 어른들은 그들에게 책임과 자격을 강요한다. 어른 정 형사만 빼고.

 

허나 스스로 책임질 수 없기 때문에 ‘소년’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영화는 2차적으로 ‘정 형사’라는 인물을 통해 다른 관점으로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관객들이 느끼기에 샤오베이와 첸니엔의 감정이 진정 소중한 것이라면, 그를 지킬 수 있는 좀 더 나은 세상을 꾸리기 위해 무엇보다 어른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어린이날’을 만든 방정환 선생의 뜻과 다르게, 갈수록 ‘미성년자’를 미숙하게 바라보기만 하는 시선이 만연하다. 교복을 입고 부단히도 자신의 인격을 형성해 나가느라 바쁜 어린아이들에게, 우리는 너무나 많은 책임과 자격을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어른들도 책임지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강요는, 자유롭게 자랄 권리가 있는 아이들에게 또 다른 족쇄가 돼버린 것은 아닐까.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후속세대에게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그 일에는 그들을 한 인격체로서 대우하는 인식과, 아이들에겐 진정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꾸준히 진행되어야 한다.

 

지난 10월, 호주 정부는 혐오적 표현과 정서가 SNS를 통해 아이들 인경 형성에 큰 악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해 16세 미만 청소년들에게 SNS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사례는 앞서 말한 ‘사회적 합의’에 대한 훌륭한 선례가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혐오와 같은 무방비하고 정제되지 않는 자극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이다.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샤오베이와 첸니엔같은 아이들이 덜 외로울 수 있게.

 

마지막으로 생텍쥐 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하며 마무리한다.

 

모든 어른들은 한때 아이였다.

그들 중 몇 명만이 그것을 기억한다.

 

- 생텍스, 어린왕자 中

 

 

[임이로]

칼럼니스트

제5회 코스미안상 수상

메일: bkksg.studio@gmail.com

 

작성 2024.11.22 15:12 수정 2024.11.2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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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