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인돌은 지석묘라고도 하는 청동기시대의 무덤이다. 우리나라의 어느 산야로 가더라도 눈여겨보면 고인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나무꾼들이 산에서 나무를 해서 내려오다가 지게작대기로 지게를 받쳐 놓고 잠시 쉬어 가던 반석 중에 고인돌이 많았다.
장돌뱅이들도 고개를 넘어갈 때 고인돌에 앉아 주먹밥으로 요기를 하고 갔다. 소먹이는 목동들도 산에 소를 풀어놓고 반반한 바위 주변에서 공기놀이도 하고 숨바꼭질도 했다. 그러나 이들 나무꾼과 장돌뱅이, 목동들은 반반한 그 바위가 고인돌인 줄 몰랐다.
고인돌은 '고여놓은 돌'이라는 의미의 순수 우리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고이다'라는 동사는 "기울어지거나 쓰러지지 않도록 아래를 받쳐 안정시키다."라는 뜻이다. 고인돌을 한자로는 지탱할 지(支), 돌 석(石)을 써서 지석(支石)이라고 한다.
선돌을 입석(立石)이라고 하고, 선바위를 입암(立岩)이라고 하는 것도 아름다운 우리말을 버리고 한자로 표기한 예다. 고인돌은 엄격하게 따지면 밑에서 고인 돌(支石)과 그 위에 얹어 놓은 반반한 돌(盤石)을 합친 것이지만 이를 그냥 고인돌로 불렀던 것 같다.
고인돌은 책상처럼 생긴 탁자식과 바둑판처럼 생긴 기반식이 있다. 탁자식은 북방식이라고도 하며 주로 한강 이북에 분포하고 있으며, 남방식인 기반식은 한강 이남에 많이 분포한다. 고인돌은 지도층 인사의 무덤이었지만 부족들이 회의를 하는 장소로 사용하거나 제단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큰 돌에 인공을 가하여 무덤이나 숭배의 대상물로 삼는 문화를 거석문화(巨石文化)라고 한다. 영국의 스톤헨지가 대표적인 태양거석문화의 산물이다. 토함산 석굴암에 있는 석불도 그렇고 돌장승이라고 불리는 벅수나 마애석불도 거석문화로 볼 수 있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경주남산은 산 전체가 거석문화의 집합체다.
돌은 쇠나 나무에 비해 잘 변하지 않고 오래간다. 그래서 비를 세울 때는 비철이나 비목이 아닌 비석을 세운다. 무거운 반석을 굄돌 위에 올려놓는 탁자식 고인돌을 만들려면 통나무 깔개 바퀴나 거중기를 사용했을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보면 고인돌을 만든 기원전 청동기시대 사람들도 상당히 지혜로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곳곳에 고인돌이 널려 있다. 한반도 전체를 고인돌 세계유산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만하다.
[이봉수]
시인
이순신전략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