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쇠똥구리
쇠똥구리는 어린이 책을 기획하고 집필하는 창작 모임입니다. 과학과 역사, 문학과 사회 등의 지식을 어린이들에게 재미있게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책 소개
『아빠의 편지』는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이 부모님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에요. 이 책은 수많은 스승들이 어떻게 ‘배움의 길’을 갔는지를, 아빠가 딸에게 보내는 스물두 통의 편지에 담고 있어요.
아빠는 편지를 통해 ‘배움’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탐색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빠가 딸에게 그 의미와 가치를 강요하지는 않아요. 고흐, 공자, 다윈, 라파엘로, 베이컨, 소크라테스, 에디슨, 이백, 파브르 등 시대를 초월해서 존경받고 있는 이들이 어떤 배움의 삶을 살아갔는지를 가르쳐 줄 뿐, 딸에게는 자신이 가고 싶은 배움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기를 바라는 겁니다.
출판사 서평
5세기경부터 수많은 승려들이 중국의 서쪽 지방에서 출발해 중앙아시아의 사막과 고원을 거쳐 인도에 가기 위해 힌두쿠시 산맥을 넘었어요. 인도에서 불경을 구하고 가르침을 얻기 위해 그랬던 거예요.
훗날 ‘실크로드’라고 불리는 이 길은 살아서 돌아오기가 힘든 고행의 길이었지만, 그들은 진리의 땅을 찾아가는 ‘순례자’로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운명을 받아들이며, 가고 또 갔어요.
이제 우리 시대의 ‘진리의 땅’은 인도가 아니에요. 지극한 아름다움이 빛나는 예술의 세계일 수도 있고, 지구의 최남단 남극일 수도 있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매우 작은 물체의 운동일 수도 있고, 태평양의 깊은 바다일 수도 있고, 밤하늘에 빛나는 은하수일 수도 있고, 인류를 포함한 생물들이 살아온 수십억 년의 역사일 수도 있지요. 수많은 ‘진리의 땅’이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아빠의 편지』에서 아빠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들에는 이렇게 진리의 땅을 찾아갔던 수많은 순례자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아빠는 인간이 ‘진리’를 구해온 역사를 짚어가며, ‘배움’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탐색해 딸에게 가르쳐 주고자 하는 거죠.
하지만 아빠는 딸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배움’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딸에게 강요하지는 않아요. 고흐, 공자, 다윈, 라파엘로, 베이컨, 소크라테스, 에디슨, 이백, 파브르 등 시대를 초월해서 존경받고 있는 이들이 배움의 삶을 어떻게 살아갔는지를 아빠의 입장에서 살펴보긴 하지만, 딸에게는 자신이 가고 싶은 배움의 길을 스스로 선택해 나가기를 희망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아빠의 편지』는 초등학교 저학년보다는 고학년 학생들이 부모님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에요. 부디 이 책을 읽고, 공부를 잘하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공부를 잘해서 무엇을 할 것이며,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차례
1. 책상에서만 공부하는 수진이에게
2. 장래 희망이 여러 가지인 수진이에게
3. 공부가 어려워 좌절하는 수진이에게
4. 성공하기 위해 공부하는 수진이에게
5. 건강을 해치며 공부하는 수진이에게.
6. <뷰티풀 마인드>를 아빠와 함께 본 수진이에게
7. 멀고도 험한 ‘배움’의 길을 가게 될 수진이에게
8. 자연으로부터 멀어진 수진이에게
9. 선생님을 무조건 따르려 하는 수진이에게
10. 언젠가는 노인이 될 수진이에게
11. 놀이 시간이 줄어 가는 수진이에게
12. 말주변이 없어 걱정인 수진이에게
13. 선생님들께 주목받지 못하는 수진이에게
14. ‘사랑의 마음’을 가진 수진이에게
15. 위인전을 좋아하는 수진이에게
16. 모르는 게 많다며 풀죽은 수진이에게
17. 꼭 명문대에 가고 싶어 하는 수진이에게
18. 역사와 지리 공부를 좋아하는 수진이에게
19. 말이 너무 많은 수진이에게
20. 암기를 싫어하는 수진이에게
21. 공부에 몹시 지쳐 있는 수진이에게
22. 공부하는 데 간절함이 부족한 수진이에게
책 속으로
배움은 성공신화를 써내려가는 작업이 아니란다. ‘진짜 배움’의 영웅들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자연이 인간에게, 그리고 역사가 인간에게 쉽게 보여주지 않는 비밀을 캐내려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어. 그들은 인내하며 배우고 또 배웠을 뿐, 그 인내의 달콤한 ‘열매’를 따 먹는 일에는 ‘배움’의 자격을 부여하지 않았지. - 본문 27쪽 중에서
늦가을 낙엽 지는 공원 벤치에 앉아, 백발의 노인이 돋보기로 책을 보다 말고 저 멀리 돌아드는 오솔길을 바라본다. 눈과 귀 어둡고 기력은 쇠했지만. 아직은 배움의 욕망을 잃지 않은 채, 굽이굽이 돌아보는 인생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것이 아빠가 바라는 노년이고, 아빠가 수진이도 그랬으면 하는 노년이다. 수진아, 전 생애를 두고 배움엔 졸업장이 없단다. - 본문 59쪽 중에서
아무리 솜씨 좋은 말로 남에게 설명해 주는 지식도, 정작 자기 마음속의 양심의 물음에는 대답하지 못하는 법이야. 아무리 치밀한 논리로 남을 설득하는 지식도, 정작 자기 마음속의 양심의 비판에는 속수무책인 법이고. 수진아, 나를 가르쳐 주는 가장 위대한 스승은 내 마음속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준엄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나의 양심이란다. - 본문 87쪽 중에서
그런데 그들에게 고통은 즐거움의 다른 이름일 뿐이야. 그들은 지치고 상처 입고 병드는 싸움을 오래도록 견디고 난 후, 한 뼘 넓어진 자신의 지식의 영토를 바라보며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을 느낀단다.
실험과 관찰을 중요시했던, 영국의 대표적인 철학자이자 과학자, 그리고 정치가였던 프란시스 베이컨(1561-1626)도 그런 사람이었어. 그는 말년에 보다 일찍 정치가로서의 삶을 버리고 학문에 몰두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고 해. 자신이 헛되이 보낸 세월을 만회하기라도 하듯 베이컨은 연구에만 몰두했고 지식의 영토를 넓히는 싸움터에서 지친 삶을 살다 죽었지.
그가 죽은 후 영국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에스파냐 등 전 유럽의 지식인들은 그를 가장 존경받을 만한 스승으로 생각했는데, 그가 죽기 전 며칠 동안의 모습이 특히 그럴 만했단다.
- 본문 1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