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집을 받았다. 시집 앞날개 약력에 유명 문학상과 거금의 상금을 여러 차례 받았음을 기재해 놓았다. 국립대 국어국문학 석사 학위를 비롯해 매우 화려한 이력을 기재해 놓았다. 시는 대부분 함량 미달의 습작이었다.
묘사 시와 거리가 먼 진술 시로 일관한 시집이었다. 좋게 말하면 진술 시이고, 나쁘게 말하면 난삽한 설명조였다. 심지어 미주를 달아 설명해 놓기도 했다. 함량 미달의 시로 문학상과 상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이 시집에는 묘사가 없네요? 진술 위주의 시로만 엮었네요?” 라고 말하자, 자신의 시는 이미지즘 시라고 항변했다.
“묘사 시와 진술 시의 의미를 모르시나요?”라고 묻자, 자신의 시는 남들이 이야기 시라고 말하더라며 동문서답을 했다.
“국문학 석사 학위도 취득했네요?”라고 말하자, 자신은 고전문학 전공자라서 시 공부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시 공부를 했든 하지 않았든 시인으로 등단한 자체가 전문가입니다. 비전문가들의 어법으로 말하면 매우 심각합니다.”라고 말하자, 자신은 시 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문학상과 상금을 받을 정도로 최고 수준이라는 뉘앙스로 말했다.
자아도취에 빠진 가짜 시인임이 분명했다. 등단한 뒤 문학상과 거금의 상금도 받고, 시집을 출간하였지만, 시의 수준은 함량 미달이었다. 가짜 시인들은 작법이나 표현법 자체를 모른다. 가장 기초적인 용어조차 모른다. 시에 관한 기초 이론조차 공부하지 않는다. 오로지 상금과 문학상을 쟁취하는 것에만 혈안이다. 상금과 문학상에 도전할 때 타인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가짜 시인들에게 문학상과 거금의 상금을 준 공공 단체에서도 반성해야 한다. 심사 위원들의 식견과 역량을 충분히 검토해야 마땅하지만, 책정한 심사비를 서로 인맥으로 돌아가며 나눠 먹는다.
단 한 번도 시 공부를 하지 않은 자의 함량 미달의 응모작을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한 것만으로도 웃음거리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시스템이 이렇게 허술한 것일까? 시 공부를 단 한 번도 하지 않고 시를 쓰고, 문학상과 상금을 받겠다는 마음가짐은 시인 정신과 거리가 멀다. 문학상과 상금이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를 갈망한다면 그건 도둑놈의 심보이다. 만일 쟁취하더라도 이번 사례처럼 시집의 수준으로 말미암아 함량 미달임이 금방 들통날 수밖에 없다.
시 창작 전공자나 연구자라 하더라도 늘 수작을 창작할 수는 없다. 그래서 끊임없이 읽고 쓰고, 연마한다.
시인이여, 늘 성찰하자. 정진 또 정진하자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7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