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수의 우리말 찾기] 철비

이봉수

"철비야 철비야 붙던 다리 붙어라. 멀리 가면 죽는다." 

 

어릴 적 잠자리를 잡을 때 동무들과 함께 불렀던 동요다. 잠자리를 경상남도에서는 '철비'라고 하고 경북에서는 '촐베이'라고 부른다. 강원도와 함경도에서는 '소곰쟁이'라고 한다. 태백산맥 동쪽의 해안을 따라 비슷한 방언이 많고 말의 억양도 비슷한 면이 있다. 

 

표준어인 잠자리는 잠자는 듯 바지랑대 끝에 붙어 있는 모습을 보고 서울 사람들이 붙인 이름으로 유추할 수 있다.

 

철비는 종류가 다양하다. 가장 덩치가 큰 놈을 '장군철비'라고 한다. 투명한 날개와 실같은 몸통을 가진 작은 친구는 '실철비'라고 한다. 주로 물가에 살면서 검은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하는 '물철비'도 있다. 

 

이런 친구들은 동작이 굼뜨고 느리다. 반면에 초가을 푸른 하늘 아래 떼 지어 나는 고추잠자리인 '빨간철비'는 가장 날랜 잠자리다.

 

철비는 이로운 동물이다. 파리나 모기를 잡아먹고 살며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철없는 아이들은 철비만 보면 일단 잡으려고 난리를 피웠다. 방학 숙제로 잠자리나 매미를 잡아서 표본으로 만들어 오라고 했던 시절도 있었다. 

 

 

잠자리채는 최근에 나온 것이고 그 시절에는 잠자는 철비에게 살금살금 다가가서 두 손가락으로 감쪽같이 잡는 묘기를 부리는 친구들이 많았다. 대빗자루나 싸리빗자루로 철비를 살짝 눌러 잡는 방법도 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낚시질로 철비를 낚는 아이들도 있었다. 파리를 잡아 실에 묶어 막대기에 매달고 철비 주변에 설설 돌리면 철비는 먹이를 와락 물고 놓지 않는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쉽게 잠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잠자리를 전라도에서는 '남자리' 또는 '잠마리'라고 한다. 충청도에서는 '잠재리'나 '난재리'라고 하는 지역도 있다. 평안도에서는 '초홀뱅이'라고 하는 등 잠자리에 대한 방언은 남북한을 통틀어 수도 없이 많다. 방언은 조금씩 달라도 잠자리와 함께 했던 여름날 동심의 추억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그 많았던 철비들이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로 개체 수가 빠르게 줄어드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봉수] 

시인

이순신전략연구소 소장

https://yisoonsin.modoo.at

 

작성 2024.12.17 10:05 수정 2024.12.1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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