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용 칼럼] 시인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안겨 주는 사람

신기용

시인은 외부로부터 영감을 받는 사람이 아니다. 내부에서 상상력을 불러일으켜 창작한 시를 매개로 타인에게 상상력을 안겨 주는 사람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분(詩神)이 오셨다. 그분이 내려 주신 영감을 그대로 받아 적는다.” 혹은 “하나님께서 계시한 시를 그대로 받아 적는다.”라고 주장하는 시인을 종종 본다. 

 

전자는 무속을 숭배하거나 추종하는 시인들이, 후자는 개신교 출석 교인이면서 교리와 무관하게 신비주의 신앙에 몰입하는 시인들이 내뱉는 말이다. 

 

21세기에 ‘주술적 영감’을 내세우는 시인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웃음이 절로 난다. 그들은 시인의 직함을 가진 무당이거나 허영심으로 똘똘 뭉친 위선자일 확률이 높다. 그들 대부분은 엉터리 시인이다. 함량 미달 산문의 글을 시라고 우긴다. 일기문 혹은 자전의 글을 시라고 거품을 물기도 한다.

 

한국 문단에 ‘주술적 영감설’을 옹호하는 자들이 제법 많다. 그들 중에는 문예창작학을 연구하고 지도해 온 대학 교수 출신 시인과 이론가도 있다. 간혹 그런 주장을 접할 때면 엉터리 시인, 얼치기 이론가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들 가운데 플라톤이 ‘주술적 영감’을 옹호했다고 주장한 사례도 있다. 왜 플라톤이 ‘주술적 영감설’을 옹호했다고 주장할까? 아마도 어설픈 연구의 결과이거나 개인의 비뚤어진 신앙심을 합리화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특히 개신교 교인은 스스로 이단의 신앙심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플라톤은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주장을 이어받아 시인의 ‘주술적 영감’을 인정한 것은 맞다. 그러나 시인은 선량한 시민의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자이므로 철인이 통치하는 국가에서 추방해야 할 존재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시인 추방론’이다. ‘주술적 영감설’에 대한 옹호가 아니라 경멸이다.

 

폴 발레리(Paul Valéry, 1871~1945)는 “진정한 시인은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다.”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는 ‘주술적 영감’을 단호하게 부정한 것이다. 여기서 ‘영감’은 인간 내부에서 촉발하는 ‘상상력’이라는 용어로 대체 가능하다. 시인은 내부 자율성의 의식으로 상상력을 불러일으켜 시를 창작하고, 시를 매개로 타인에게 상상력을 안겨 주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분명한 것은 외부로부터 영감을 받아 시를 쓰는 사람이 아니다. 

 

이를 인간 내면의 무의식과 의식 측면에서 달리 해석하면, 시 창작 행위는 무의식 작동이 아니라, 의식 작동이라는 의미이다. 시 창작의 근원인 상상력은 자율성의 의식이 뿜어내는 인격 표현, 즉 개성을 드러내는 힘이기도 하다. 창작자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내면화의 힘이기도 하다.

 

시인이여, 대한민국 학제에서 정상적으로 수학하였다면 서두의 대화문 같은 헛소리는 하지 말자.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7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이메일 shin1004a@hanmail.net

 

작성 2024.12.18 10:29 수정 2024.12.1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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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