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마지막 달, 12월 대한민국 정나니들의 놀음판이 난장판이다. 도둑놈들이 그를 뒤쫓아가는 경찰을 향하여 뒤돌아보면서, 손가락질을 하고, 도리어 큰소리를 치는 꼬락서니의 현실이고, 현재진행형이다. 우습게 여기며 세상을 바라보던 눈이 노여워졌다.
이렇게 세상이라는 바다 위에 시간이 흐른다. 이 시간 속에 자연의 일부로 사람이 살아간다. 사람은 자연의 섭리에 맞설 수는 없지만, 그 자연에 순응하면서, 일부 조종과 조정을 하면서 살아간다.
이들의 충돌과 마찰과 타협과 융화의 주인은 인간, 사람이다. 이 사람은 순수 철학과 이성과 지성을 골간으로, 권모와 술수의 씨줄 날줄로 얽고, 얽히고 매여서 살아간다. '나의 이득과 나의 헤게모니'를 저울질 하면서...
이 메카니즘 속에 두 단어가 있다. '이용'과 '활용'이라는 관계 요소의 맥락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스토리텔링 곡목은, 1940년 남인수가 절창한 아랑가 <이름이 기생이다>이다.
명색이 술집의 꽃 미천한 신세이기로 / 가슴에 아로사긴 순정마저 미천하랴 / 청춘과 황금을 저울 위에 올려놓고 / 홍사등 그늘에서 몇 번이나 울었던고
푸른 빛 난간머리 달빛을 지새우는 듯 / 소복에 화류단장 누굴 위한 미모인가 / 시퍼런 칼 위에 춤을 추는 내 청춘이 / 눈물에 썩어지면 어느 흙에 묻히는고
꽃단장 얼룩지는 세상에 몹쓸 일흠(이름)이 / 티 없는 구슬 같은 내 이마에 붙었기로 / 황금의 채쭉(찍)이 연한 가슴 휘갈기며 / 업수임(업신여김)을 받을 것이 무엇이냐 무엇이냐
<이름이 기생이다> 노래는 유행가가 아니라 철학이다.
작부(酌婦)로 업수임(업신여김)을 당하는 기생이, 술을 팔면서 몸을 요구하는 남정네들을 뒷전으로 하고, 거울 앞에서 고민을 한다. 청춘과 황금을 저울 위에 올려놓고 번민을 하는 것이다.
동서고금(東西古今) 이래로 관작(官爵)과 권세(權勢)의 비린내에 코끝을 힐름거리는 사람들은 늘 두 가지를 다 탐했다. 1940년 오케레코드 음반 20010, 조명암·박시춘·남인수 삼총사의 절창 작이다.
노랫말이 두 가지, 약간의 차이가 있다. ‘명색이 술집에서 미천한 기생이기로 / 가슴에 아로새긴 순정마져 미천하랴 / 청춘과 황금을 저울 위에 얹어 놓고 / 홍사등 그늘에서 몇 번인가 울었던고 // 주름진 난관머리 달빛을 지새우는 듯 / 쪽도리 단장 누굴 위한 눈물인가 / 예리한 칼날위에 춤을 추는 내 청춘은 / 눈물에 섞이지만 어느 흙에 묻히는 고 // 꽃단장 얼룩지는 세상의 맛뿐이거니 / 티 없는 구슬 같은 내 이마에 붙어지고 / 황금에 자꾸 이 연한 가슴 휘갈기며 / 억 금을 받을 것이 무엇이냐 무엇이냐.’
<이름이 기생이다> 노래 속의 기생은, 이름만 기생이다. 술집의 꽃 미천한 신세이지만, 청춘과 황금을 저울 위에 올려놓고 홍사등 그늘에서 한없이 울고 운다.
소복에 화류단장 누굴 위한 미모인가, 시퍼런 칼 위에 춤을 추는 스스로를 반추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꽃단장 얼룩지는 세상에 몹쓸 이름(기생)을 가진 것을 한탄한다. 그래도 황금(돈)에 몸을 팔지 않으리라 다짐을 한다. 그 시절 기생들 대부분은 한 가정의 경제적인 가장들이었다.
2024년, 권력의 헤게모니 저울 추(사람)에 기대어 헛소리를 지껄이는, 정나니 나부랭이들은, 소복에 화류단장을 하신, 저 분(권번 소속 접대부)들보다도 더 누추한, 말과 논리로 치장을 한다. 특정 사람과 부류(끼리)의 현실적인 이해득실을 따지면서...
기생이라는 말과 단어와 사람들을 향하여 함부로 눈흘김을 하지 마시라. 고려시대 유녀로 시작하여 조선의 관기와 권번, 평양기생학교, 기생조합에 삶의 근거를 두셨던 저분들, 자존 철학과 현실 사이의 고뇌와 번민은, 2024년 한 겨울 속에 오들거리는 저~ 정나니들의 행습언(行習言)에 비길 수 없는 존중을 보내드려야 하리라.
1945년 해방광복 이전까지 많은 여성 음악인들 다수는 기생출신이거나 기생 적(籍)을 가지고 활동을 했었다. 일본제국주의 조선총독부는 1933년부터 본격적으로 레코드음반과 가요통제를 하면서, 군국가요 가창을 강요한다.
만주사변(1931~1945), 중일전쟁(1937~1945) 시기와 맞물린다. 일본제국주의 조선총독부는 1940년부터는 영화·연극·대중가요·국악·서커스 등에 종사하는 연예인들에게 기예증(技藝證)을 발급하고 매년 봄, 가을에 자격시험을 치게 하였다.
이 자격시험은 논술식이었는데, 시험 제목은 <전시 체제하의 국민의 각오>였다. 즉 이 주제를 대상으로 작문을 하는 학과시험과 일본군가 등을 연주하는 실기시험을 치루었다. 당시의 연예인들은 강제징용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이를 피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이 증명서를 소지한 자에게만 공식적인 음악활동을 허가하였다.
21세기, 2025년은 일본제국주의 식민지로부터 해방광복을 한 80년 차의 해이다. 이 새해에는, 새해부터는~ 대한민국 선출직 정나니들에게, '선출직출마자격시험'제도를 도입하면 좋겠다. 정나니아카데미를 개설함도 좋으련.
그 당시 일반대중들이 바라보는 기생들의 삶은 사치스러웠다. 하지만 그 당시 기생들 중에는 문맹자(글자를 모르는 사람)가 많아 대개 지식이 부족했지만, 여러 손님을 겪었던 만큼 의사표시는 민첩하고 또 유행가 가사에서 기억한 구슬픈 어구를 인용하면서, 기객(嗜客)들의 감흥에 장단을 맞추었다.
당시 그녀들을 가장 서럽게 하는 것은, 기생은 가장 편한 직업이라는 인식이었다. 간혹 한 기생을 기생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적으로 사랑해서 백년가약을 맺고 지내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경우 머지않아 변하는 것이 다반사, 결국 당시 화류계에서 남성들이 기생을 사랑한다는 것은 일시적인 희롱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 관습 같았다.
당시 기생들 사이에는 푯대어(생활신조, 生活信條)같은 것도 있었단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부지런히 돈 모으자, 여러 남성이 너에게 사랑을 속살거려도 귀 기울이지 마라. 그것은 대개 다 헛것이오, 혹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일시적으로 인기가 좋고 명기 소리가 높아도 그것의 영원성을 믿지 마라. 봄이 가고 꽃이 늙어지면 문전이 냉락하리라.’
이는 그들 스스로의 삶을 경계하는 화두였다. 티 없는 구슬 같은 내 이마에 기생이라는 이름이 붙었기로, 삶의 지향점(指向點)은 정갈하다는 것. 청춘과 황금을 저울 위에 얹어 놓고 혼자 울던 여인들의 지표다.
사람의 관계 스킬과 메뉴얼을 두 단어로 펴면, '이용'과 '활용'이다. 사람(사람 관계)을 이용하는 사람은 한 번 사용하고 폐기 처분한다. 하지만 사람을 활용하는 사람은, 사람 네트웍(人脈)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2024년의 끝달, 당신은 지금~ 이용당하고 있는가. 폐기처분 되고 있지나 않는가. 활용 네트워킹의 맥락을 쌓고 있는가. 거울 속의 그대를 향하여 질문을 하시라~. 거울 속의 그대 혹시 속으로 눈물 흘리고 있지 않는가.
[유차영]
한국아랑가연구원장
유행가스토리텔러
글로벌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산학교수
이메일 : 51944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