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판 괴물 논쟁

이동용 (수필가/철학자)



국회와 싸웠던 자가 비스마르크였습니다. 


하지만 독일을 여행하다보면 비스마르크의 동상이 곳곳에 세워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는 민주주의를 탄압했지만,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한 독일의 영웅입니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이순신 장군에 해당하는 인물입니다.


비스마르크는 국가가 우선이었습니다. 


그는 강한 나라를 꿈꿨습니다. 욕심을 앞세우지 않았습니다. 미신에 매달려 현실을 외면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의 정치적 역량은 조국을 열강으로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의 진심은 국민에게 전달되었고, 발전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게 했습니다. 그는 독일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수상직을 수행한 인물로 기록되었습니다.


우리의 광화문 광장에 세워져 있는 동상 두 개와 비교해 봐도 좋을 듯합니다. 


이순신 장군이 당당하게 서 있고, 그 뒤에 세종대왕이 근엄하게 앉아 있습니다. 


비스마르크가 이순신과 비교될 수 있다면, 세종대왕과 비교될 수 있는 독일의 위인으로는 누가 있을까요? 


내가 독일에 갔을 때 독일의 대표 주간지 슈피겔에서 여론조사를 한 것이 기억납니다. 그때 1위를 한 것이 종교개혁을 이끈 마르틴 루터였던 것이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루터는 1534년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하여 ‘루터성경’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독일어의 위상을 세상에 떨친 사건입니다. 국어에 대한 사랑이 극단으로 치솟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반 사람들도 성경을 읽을 수 있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성경에 이렇게 적혀 있다!’라고 외쳐 대며 거짓말로 권력을 꿰찼던 기득권의 발언은 이제 더 이상 힘을 얻지 못했습니다. 이제 시민들도 성경을 읽을 수 있었고 또 직접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변합니다.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물러나는 것이 답입니다. 버티면 버틸수록 역사에 남을 이름만 오명의 의미로 선명해질 뿐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국회는 독일 비스마르크 시대의 국회처럼 썩어빠진 오물통이 아닙니다. 그것은 현실입니다. 그것을 외면하면 안 됩니다. 


아무리 국회를 괴물로 간주해도 국민은 그렇게 인정하지 않습니다.


1095년 11월 27일에 우르반 2세는 오명의 의미로 역사에 남을 연설을 했습니다. 


‘데우스 로 불트’, 이것은 ‘신이 원한다’란 뜻이지만, 일반적으로 ‘성전’으로 번역됩니다. ‘신이 원하는 전쟁이니까, 성스러운 전쟁이다!’, 뭐 이런 논리와 의미가 담긴 개념입니다. 


이 발언과 함께 이백 년이 훌쩍 넘는 잔인한 전쟁, 십자군 원정이 시작된 것입니다. 


기준을 신에게 두니 그 신을 믿지 않는 자를 괴물로 간주하고 처단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던 것입니다.


종교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생각이 변하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은 말처럼 그냥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신의 은총처럼 주어지지 않습니다. 


기득권은 권력을 나눠가질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자유는 투쟁이라는 쟁취의 과정이 전제됩니다. 그래서 광장을 밝히는 응원봉이 너무도 아름답게 보입니다.


최근 며칠 동안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나라가 온통 괴물 소동으로 시끄러운데 왜 그 현실과 사실에 대해 철학적 논평은 한마디도 내놓지 않느냐?’는 실망 섞인 발언들과 쓴소리들이 나의 발걸음을 가로막았습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우리의 국민 의식과 시민 의식을 믿었다고 할까요. 나는 믿었습니다. 이것이 나의 철학적 신앙고백입니다.


물론 직감이 발동하기도 했습니다. 비상계엄이 발동되던 날, 밤새도록 TV를 켜 놓았습니다. 잠시 눈을 감을 때도 있었지만, 곧 다시 깨어났습니다. 그때 시민들의 반응이 보였습니다. 무기와 함께 군장을 완벽하게 갖춘 계엄군들 앞에서 버티고 있는 시민들의 용기에 감동했습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행동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국민과 시민의 의식을 믿었습니다.




작성 2024.12.23 09:53 수정 2024.12.2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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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