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식 칼럼] ‘내가 왕년에’를 지우자

김태식

어린 시절에는 내가 늙으리라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질풍노도와 같은 청년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정년퇴직도 했다. 시간의 흐름은 그 누구도 온전하게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젊음이라는 것은 언제나 박진감 넘치고 활기차다. 내 인생의 젊은 시절의 인생 1모작도 대다수의 젊은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수산 해양계 관련 대학을 졸업하고 상선을 타고 세계를 누비는 외항선원이 되었다. 해외여행이 어려웠던 시절이었는데도 무슨 특혜를 받은 양 선원수첩이 여권을 대신하여 외국을 마음대로 넘나들었다. 인생 1모작의 화려한 데뷔였다. 

 

결혼 후에도 공항에서 혹은 부두에서 가족들과 헤어져야만 월급이 주어지는 생이별을 해야 했다. 집채만 한 파도를 벗 삼아야 하는 위험에 처해도 넉넉한 봉급 덕분에 집안의 살림살이는 좋았다. 전셋집을 금세 면할 수 있었고 동생들의 대학 등록금도 지원해 줄 수 있었다.

 

더욱이 우리나라보다 선진국의 외국 해운회사에서 근무했기에 우리나라에서 받는 봉급보다 훨씬 많았다. 힘들었지만 매월 말에 힘든 대가를 받는 즐거움은 쏠쏠했고 재미도 있었다. 

 

장기간의 승선 근무 후에 육상에서 배를 관리하는 공무감독으로 발령을 받았다. 일본 해운회사에서 육상 근무를 시작했다. 승선 근무를 하는 외항선원에게 있어서 공무감독은 꿈에서도 바라고 성공한 자랑스러운 직책으로 여긴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생활은 문화가 다르기에 불편했고 음식이 달라 입맛에 맞지 않아도 일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즐거움이 쌓였다. 하지만 인생 2모작도 화려하게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생활이 몇 년쯤 지나고 난 뒤에 신조선을 건조하는 선주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형 조선소에서 내가 근무하는 해운회사의 배를 만들 때 관리감독하는 일을 시작한 것이다. 

 

일본의 주요 조선소와 한국의 빅3 조선소에 발주를 하고 그 배를 모두 만들어 출항시키는 임무를 맡았던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세계적인 해운산업의 호황기를 맞아 발주는 쌓이고 고급 인력의 공급은 적고 수요는 늘어나 신조선 감독들의 주가는 오를 대로 올라갔다. 한 달에 받는 월급도 엄청난 금액이었다. 그래도 나이는 비켜 갈 수 없었다. 70살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미국해운회사 일본 지사장직에서 스스로 퇴직을 택했다.

 

어느 정도의 휴식 시간을 흘려보내고 재도약의 발판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현 사회가 요구하는 자격증으로 관심이 갔다. 그래서 누구나 늙을 것이고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이 사회복지의 대상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러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것도 함께 알았다. 몇 년 전에 따 놓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활용하기로 했다.

 

현재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인생 3모작이 시작된 것이다. 젊고 패기 넘치던 시절, 왕년에 한 자리씩 모두 했을 것이며 잘 나가지 않았던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인생 3모작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것은 ‘내가 왕년에’를 지우는 일이다. 

 

아울러 눈높이를 낮춰야 하고 ‘내가 왕년에’가 아니라 ‘지금 나’를 새겨야 한다. 그렇게 하면 상대방이 다가올 것이고 일자리도 나의 곁으로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김태식]

미국해운회사 일본지사장(전)

온마음재가센터 사회복지사(현)

울산신문 등대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등단

해양문학상 논픽션 소설 당선

사실문학 시 당선 등단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이메일 : wavekts@hanmail.net

 

작성 2024.12.24 12:00 수정 2024.12.24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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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