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안데르센 동화 '작은 전나무'가 말하는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

민병식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 ~ 1875)는 덴마크가 낳은 세계 최고의 동화 작가로 동화의 아버지로 불린다. 평생 독신으로 살며 세계 각국을 여행한 그는 아동문학의 최고봉으로 불리며 '벌거벗은 임금님', 나이팅게일', '눈의 여왕', '미운 오리 새끼', '백조 왕자', '성냥팔이 소녀', '엄지공주', '인어공주' 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

 

햇볕도 잘 들고 바람도 잘 통하는 곳에 숲속에 작은 전나무 있었다. 주변에는 전나무뿐만 아니라 소나무도 있었고 커다란 나무 들이 많았다. 전나무는 너무 작았고 빨리 큰 나무가 되기를 바랄 뿐 햇볕도 바람도 항상 불만스러웠다. 전나무는 해마다 자랐지만 커다란 나무가 되어 아래를 내려다보고 싶었고, 새들이 날아와 신의 가지에 둥지를 짓기를 원했다. 

 

겨울에는 토끼가 전나무 위를 뛰어넘었고 전나무는 그것이 불만이었으나 3년째 되자 이제 토끼가 뛰어넘지 못할 만큼 큰 나무가 되었다. 가을이 되자 사람들이 와서 큰 나무들을 베어갔다. 봄에 제비와 황새들이 날아오자, 작은 전나무는 새들에게 잘린 나무들이 어디로 갔는지 물었다. 제비는 전혀 모른다고 하고 황새는 이집트에서 날아오다가 바다에 떠 있는 큰 배를 보았고 배 위에 아주 당당하고 커다란 돛대가 서있었는데 전나무 냄새가 났다고 말한다. 전나무가 바다 위를 떠다닐 만큼 컸으면 좋겠다고 하자 참새는 전나무에게 젊음을 즐기라고 하고 바람은 생명이 있음을 감사하라고 볼을 비볐으며 이슬은 전나무위로 눈물을 흘린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작은 전나무들이 베어진다. 전나무는 자신보다 작은 나무들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했다. 참새가 말하길 따뜻한 방에서 사람들이 거실에 나무를 세우고, 상상도 못할 만큼 아름답게 장식품으로 예쁘게 꾸미는 걸 보았다고 말했다. 작은 전나무가 부러워하자, 바람은 자신과 함께 숨 쉬는 것을 감사하라고 하고 해는 야외의 넓은 곳에서 싱싱한 젊음을 즐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작은 전나무는 여전히 귀담아듣지 않았다.

 

어느새 작은 전나무는 멋진 큰 나무로 자랐다. 마침내 크리스마스 무렵, 사람들이 와서 전나무를 베어갔다. 도끼날이 뼛속 깊이 쳐들어오자, 전나무는 너무 아파서 행복 따위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어느 집 뜰에 다른 나무들과 함께 내려지자, 그때 서야 정신이 든 전나무는 어느 집 거실에서 크리스마스트리가 되어 멋진 장식품들로 예쁘게 꾸며졌다. 꼭대기에는 커다란 별도 달았다. 

 

아이들은 기뻐하며, 전나무에 달린 과자를 따 먹으려고 아우성이었다. 한 사람이 전나무 주변에 모여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고 있다. 그러나 전나무는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것이 의아했다. 그러나 내일은 사람들이 더 멋지게 자신을 꾸며 주리라 생각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자 하인과 식모가 전나무를 끌어다 다락방에 갖다 놓았다. 그곳은 햇볕도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곳이었다. 며칠이 지나도 다락방을 찾는 사람은 없었고 전나무는 예전에 있던 숲을 생각한다. 어느 날 생쥐들이 찾아와 전나무에게 햄과 치즈가 가득한 곳이 어딘지 물었다. 전나무는 그런 곳은 모르지만, 따뜻한 햇볕과 부드러운 바람이 부는 숲속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생쥐들은 전나무의 이야기에 매우 즐거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인들이 전나무를 마당으로 옮겼다. 전나무는 따스한 햇볕과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려나 보다 하고 기대하며 온몸을 활짝 펴고 기지개를 켰지만, 잎은 이미 시들고 누렇게 말라 있었다. 

 

오직 금종이로 만든 별만 맨 윗가지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마당에서 놀던 아이들과 금별을 떼어 내고 하인들이 와서 도끼로 전나무를 쪼개어 장작으로 만든 뒤 술을 빚는 아궁이에 던진다. 가마 밑에서 활활 타오르는 전나무는 한숨을 쉬었고 그 한숨 소리가 타면서 탁탁 튀는 소리가 되었다.

 

작품은 지금의 감사함과 만족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무리 좋은 것을 갖고 있어도 언젠가는 다 놓고 떠나야 하는 유한한 삶의 세상, 우리는 이미 갖고 있는 소중함을 한쪽으로 밀쳐두고 탐욕과 욕망에 매달려 사는 것은 아닐까. 무엇이 내게 소중하고 어떨 때 내가 가장 행복한가를 생각해 보면 답은 나온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세상에 나올 때는 순서가 있지만 갈 때는 순서가 없는 인생인데 언제 갈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남아 있는 하루하루가 보석보다 소중하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 소중한 것들을 남기고 먼 길 여행을 떠나는 날엔 무엇에 미련을 둘까. 조금 더 사랑하는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직장, 취미생활, 내가 좋아하는 것들, 버킷리스트까지 모든 것을 만족할 정도로 이루진 못하겠지만 유품 정리하듯 필요 없는 욕심으로 점철된 허상들, 잡다한 생각들을 버리고 싶다.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할까. 

 

범사에 감사하라는 의미가 무엇보다 잔잔한 물결처럼 내 가슴을 물들이는 하루, 열심히 즐겁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세상, 오늘 하루가 가장 큰 선물이다.

 

 

[민병식]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시인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뉴스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2 전국 김삼의당 공모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제2회 아주경제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4.12.25 10:35 수정 2024.12.2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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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