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의 아랑가 고장 난 벽시계

윤중민 작사 / 박성훈 작곡 / 나훈아 절창 아랑가~

송구영신(送舊迎新)이란 말을 실감하는 때다. 하지만, 단군(檀君)의 시간으로, 4357년에서 4358년으로 가는 대한민국의 한 해, 끝자락과 새 밑이 황량(荒凉)하다. 송구와 영신이 쉽지 않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얽힌 생각과 판단과 이해타산의 씨줄 날줄이 얽히고 설킨 탓이다.

 

이런 세월의 굽이에 서면, 특정인을 중심으로 하는 ‘무리’와 ‘끼리’들은 서로를 향하여, ‘공공의 적’으로 손가락질을 하며, 스스로의 과업(過業)을, 하늘의 해와 달을 손바닥으로라도 가려 보려는 듯한 작위(作爲)와 무작위(無作爲)를 혼행(混行)한다. 가위 아전인수(我田引水), 견강부회(牽强附會), 호가호위(狐假虎威)로 평판함의 대상들이다.

 

이러한 현재진행형 질곡(桎梏)의 현상을 세찰하고 반추하는 맥락에서, 오늘 ‘유차영의 아랑가’ 스토리텔링 곡목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살아 있는 가요황제 나훈아의 절창 아랑가, <고장 난 벽시계>이다.

 

세월아 너는 어찌 돌아도 보지 않느냐 / 나를 속인 사람보다 네가 더욱 야속 하더라 / 한두 번 사랑땜에 울고 났더니 / 저만큼 가버린 세월 / 고장 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청춘아 너는 어찌 모른 척하고 있느냐 / 나를 버린 사람보다 네가 더욱 무정하더라 / 흰 구름 따라가다 돌아봤더니 / 어느새 흘러간 청춘 / 고장 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이 노래는, 노래를 절창한 나훈아 스스로의 인생시계 같은 곡조이다. 우주(宇宙)의 한 방울처럼 엇대어 있는 지구, 세상이라는 굴레에는 시간과 사람과 삼라(森羅)가 만상(萬象)으로 이음과 닿음과 박음과 엮임으로 얽혀서 굴러간다. 이러한 혼망한 굴레이지만, 영원에서 영원으로 순행하는, 이 굴레는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가 없다. 이런 맥락에서, <고장 난 벽시계>도 더 이상 세월을 감고 돌아가지 못한다.

 

하지만, 그 굴레를 조정하거나 조정당하면서 100년의 세월을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시계는, 병이 들어도 세월을 안고 돌아가고, 생채기 상처가 아려도 세월의 수레바퀴 위에 올라앉아 있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고장 난 벽시계> 노래는, 되감을 수 없는 삶을 아쉬워하는 인생을 은유한 가사다. 나훈아의 인생 질곡이면서, 나(너)의 인생시계~.

 

우리네 인생시계는 어느 때에 고장이 나고 또 정지할까. 나훈아는 58세에 <고장 난 벽시계>를 발견하였는데, 일흔을 넘겼던 그의 사랑 시계는 2016년에 멈춰 섰고, 홀로 된 그의 인생시계는 2024년에서 2025년을 향하여 현재진행형으로 돌아가고 있다. 단기 4358년, 79세. 본명 최홍기. 1947년 부산 초량동 출생 나훈아, 2024년 은퇴를 전제로 한 전국 순회공연을 마친, 그의 인생시계는 몇 번이나 고장이 났을까.

 

그는 왜 그토록 오랜 기간 국민가수로 군림할까. 팔색조(八索鳥) 오디오처럼 변신하는 독특한 창법을 누가 능가할까. 중후한 중저음, 꺾일 듯 이어가는 음역을 초탈한 고음, 간들거리는 꺾기와 휘몰기, 스스로의 경험과 삶을 얽어 좋은 가슴을 후벼 팔 듯한 가사.

 

나훈아 노래들은 시대적 배경을 우리나라 근대화 역사궤도와 일치한다. 나훈아 인생, 고장 난 시기는 언제였을까. 이는 그의 남다른 결혼생활과 관련지을 수 있다. 그의 인생시계의 첫 반려 부인은 고은아의 4촌 이숙희, 그녀와의 결혼생활은 2~3년, 이후 국민배우 김지미와 7년간 결혼생활 후 이별하였고, 후배 가수 14세 아래 정수경과는 2016년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청의 판결로 갈라섰다. 2008년에는 사생활과 관련한 황당한 소문이 있어서 벨트기자회견을 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때마다 나훈아의 인생시계는 멈추었었다.

 

왕년의 국민배우 김지미, 1940년 대전출생 본명 김명자는 1976년부터 1982년까지 나훈아와 결혼생활을 하였다. 그런데 그들은 7년간을 부부로 한 이불을 덮고 지내다가 헤어졌다. 김지미가 7년 연상의 여인이었다. 나훈아의 두 번 째 인생시계 반려였다. 나훈아의 인생은 이와 같은 가슴 아리는 눈물의 여정이었다. 사나이 눈물의 정지와 진행의 반복, 그는 1987년 <사나이 눈물>을 이렇게 읊었었다. 나훈아의 눈물이다.

 

흘러가는 뜬구름은 바람에 가고 / 허무한 내 청춘은 세월에 가네 / 취한 김에 부르는 노래 / 끝도 없는 인생의 노래 / 아~아 뜨거운 눈물 사나이 눈물

 

웃음이야 주고받을 친구는 많지만 / 눈물로 마주 앉을 사람은 없더라 / 취한 김에 부르는 노래 / 박자 없는 인생의 노래 / 아~ 뜨거운 눈물 사나이 눈물

 

돌아보면 그다지도 먼 길도 아닌데 / 저만큼 지는 노을 날 보고 웃네 / 취한 김에 껄껄 웃지만 / 웃는 눈에 맺힌 눈물은 / 아~ 뜨거운 눈물 사나이 눈물.

 

아랑가 가요황제의 노래를 애창 애청하는 대중들의 인생도 눈물의 여정이다. 이 공감의 눈물방울이 나훈아의 인기온도계를 상승시키는 온천(溫泉)이다. 일본 후쿠오카 나가사키 원자폭탄 피해 전시관에 가면,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무조건 항복 결정을 한 그날, 투하된 플로토늄탄(P-239, 패트맨) 폭발 때 멈춰 선 벽시계가 증거물로 벽에 걸려 있다. 1945년 8월 9일 11시 02분이다.

 

이는 1945년 8월 6일 아침에 히로시마 상공에 투하된 우랴늄원자폭탄(U-235, 리틀보이)과 더불어 인류 역사 이래로 원자폭탄이 실전에 사용된 것은 이것이 처음이며, 일본이 원자력발전소의 고장에 촌각을 세우며 떨고 있는 이유이고, 세계가 북한의 핵 개발에 촉각을 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2014년 1월 개관한 중국 하얼빈역 안중근기념관에 가면 1909년 10월 26일 09시 30분에 멈춰 선 시계가 걸려 있다. 안중근 대한의군(조선독립군) 참모중장이 이또오 히로부미를 벨기에 산 브라우닝 권총으로 저격하여 사살한 현장의 시간이다. 이 시계들은 인생시계가 아니라, 고장 난 역사시계의 현장 증거물이다.

 

2005년 윤중민이 작사하고 박성훈이 멜로디를 붙인 이 노래는 세월의 강을 역류하듯 되감을 수 없는 인생을 은유한 곡이다. 시계는 멈추어도 역사는 흐른다. 사람은 흘러가는 역사의 강 물결에 나룻배를 탄 주인공이다. 단군 할배의 시간으로 4357년에서 이듬해로 이어지는 시간의 경계지대, 자유 대한민국 공공의 적은 누구인가. 그 공공의 적 상대편의 공공의 적은 누구인가.

 

역사가 답을 할 문제인가. ‘무리와 끼리’로 이성과 감성의 띠(대, 帶)와 군(群)을 이루는 사람이 답을 해야 하는가. 적어도 이 문제는 전능하신 신(神)이 답을 할 문제는 아니다. 단군의 시간으로, 4288년은 서기로 1955년이다. 통칭하는 ‘쌍팔년도’이다. 민족의 동질성과 이념의 상극성이 충돌한, 3년 1개월 1,129일 간의 6.25전쟁이, 끝나지 않은 전쟁, 휴전(休戰, 停戰)으로 멈춰진 2년 뒤였다.

 

그 황량한 시간의 곡절, 자유대한민국 대중들을 위무해준 대중가요 유행가 아랑가는, <추억의 소야곡>, <방랑시인 김삿갓>, <슈샤인 보이>, <에레나가 된 순이>, <봄날은 간다> 등등이었다. 100년을 흘러오고 또 100년을 흘러갈 아랑가~.

 

다시 한 번 그 얼굴이 보고 싶은, 여명(黎明)의 복사골 언덕에서 완자창에 어른거리는 달그림자를 바라본다.

 

 

[유차영]

한국아랑가연구원장

유행가스토리텔러 

글로벌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산학교수

이메일 : 519444@hanmail.net

 

작성 2024.12.27 09:15 수정 2024.12.2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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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