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강 칼럼] 다시, 길 위에서

신연강

풍경을 담는다. 한 해 끝의 풍경은 가파르고 어둡다. 국가는 비틀거리고, 사회는 흔들리며, 발걸음은 비틀린다. 계절 탓일까, 자꾸 검은 옷을 걸치고 어디론가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인다. “마음속에 축축한 11월의 가랑비가 내릴 때, 되도록 빨리 바다로 가야 한다.”라고 했던 이슈마엘(멜빌의 소설 『모비 딕』의 주인공)을 떠올리며, 한 줄기 빛이 비쳐오는 터널 끝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딘다.

 

한 해의 끝에 서면 떠올리게 되는 사람들. 프로스트(Robert Frost)와 스티브 잡스(Steve Jobs). 잡스를 떠올리는 이유는, ‘세 개의 점을 연결하라(Connecting three dots)’는 그의 말이 끊임없이 귓전을 울리기 때문이다. 세 개의 점-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일.

 

시간의 지배를 받는 인간은 시간의 축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본디 시간은 분절할 수 없는 무정형의 개념이었으나, 흐르는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쓰고자 하는 인간의 지혜는 그 연속의 시간을 년, 월, 일 그리고 분, 초 단위의 세세한 단위로 나누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종국엔 시간에 얽매임으로써, 그 개념에 구속되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큰 단위에서 생각한다면, 분명 시간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우리에게 전개된다. 한 해의 끝에서 잡스를 떠올리는 이유는, 그가 IT계의 거장이어서가 아니라 죽음에 대한 그의 특별하고도 뛰어난 관점 때문이다. 췌장암으로 2011년 그가 세상을 떠났으니 어언 14년이 지났지만, 죽음에 대한 그의 철학은 끝없이 살아 메아리친다. 죽음이 그에게 다가올 때, 그는 죽음을 ‘새로운 세상을 인도하는 동인’이라며 담담히 맞이했다.

 

잡스는 “우리가 미래를 예견하고 살 수는 없으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언젠가는 자신이 해온 일들을 잇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연설의 핵심은, “죽음은 삶을 바꾸며 낡은 것을 거두고 새것을 인도해 오는 동인(動因)”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짧은 인생을 사는 동안 남의 인생을 살지 말고, 결코 도그마에 현혹되지 말며, 다른 사람의 생각에 지배받지 말라”고 한다. 결국, 다른 사람의 생각이 아닌 자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신의 영감을 따를 것을 권고하는 것이다.

 

내년 한 해는 아직 우리 모두에게 가보지 않은 길이 될 것이며, 같은 정체성을 지닌 한 민족으로서나 각각의 수많은 개체로서도, 우리는 다시 새 길 위에 서게 되는 것이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떠올릴 때, 늘 그 길에 대한 낯섦과 호기심, 그리고 두려움이 생길지라도 우리는 길을 나서야 한다.

 

The Road Not Taken

 

---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숲엔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모든 것은 달라졌다.

 

-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부분

 

 

이제, 우리는 다시 길 위에 서야 한다. 매끄럽게 잘 다져진 길이 아니라, 잡초가 나 있고 돌이 굴러다니는 성긴 길 위에서 앞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지나온 시간과 서럽도록 작별하고, 아파하는 이의 손을 부여잡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 

 

 

Stay hungry, Stay foolish! (Jobs)

Life must go on.

 

부단히 추구하라. 끊임없이 나아가라!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신연강]

인문학 작가

문학 박사

이메일 :imilton@naver.com

 

작성 2025.01.01 09:50 수정 2025.01.0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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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