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시론(時論)] 새해 '작심삼일(作心三日)'의 역설

여계봉 선임기자

필자는 새해가 될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몇 가지 계획을 세우고 정초부터 그 목표를 실천하려 야심 차게 한 해를 시작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연초에 약속한 결심이 흐지부지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의지가 약한 자신을 스스로 질책하곤 한다. 다른 사람들도 매년 새해가 되면 올해는 꼭 해야 할 일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일 년 동안 이를 잘 지켜나가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상당수는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처럼 계획이나 다짐을 오래 실천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작심삼일′이라는 말 자체가 '굳게 먹은 마음이 사흘을 못 가 흐지부지된다'라는 뜻이니 이는 '의지가 약한 사람', '결심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부정적 의미로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작심'이라는 단어는 맹자(孟子)로부터 나온 긍정적 표현이었다는 걸 아는 이들이 많지 않다.

 

전국시대 맹자의 '호변장(好辯章)'에 등장하는 '작심(作心)'은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작심삼일′의 뜻도 ′사흘을 두고 생각한 끝에 비로소 결정한다'는 신중함을 표현한 말이었다. 이런 뜻의 '작심삼일'은 고려와 조선 시대를 거치면서 정치적인 혼란 속에서 법령이 수시로 바뀌는 것을 빗댄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 '조선공사삼일(朝鮮公事三日)'과 어우러지면서 결심이 흐지부지되는 부정적인 의미로 변질됐다고 한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어휘를 통해 오래전 우리 선조들 역시 새해에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각오를 다졌지만 잘 지키지 못했다는 뜻으로, 현재를 사는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 위로가 된다.

 

새해 계획이 이처럼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뇌과학자들은 인간의 뇌는 변화하려는 속성과 변화를 회피하려는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고, 변화를 시도하면 뇌에서 회피 반응이 일어난다고 한다. 그 간극(間隙)을 메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행동이 습관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인간이 지닌 태생적 한계로 의지가 약해지다 보니 결국 중도에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작심삼일'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현상이라고 한다. 인간은 신체 활동을 많이 하면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Serotonin)'이 분비돼 스트레스를 줄여주는데, 세로토닌의 분비는 72시간가량만 지속되므로 3일이 지나면 호르몬의 효능이 종료되어 목표가 더욱 힘들게 느껴지고 포기하고 싶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계획이나 각오를 3일 이상 지키고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은 '보통사람'이 아닌 '독한 사람'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 맞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작심삼일'을 바꾸어 생각하면 ′마음먹은 것이 무려 3일이나 간다′는 긍정적인 희망의 빛도 품고 있다. 1년 365일을 결심 한 번으로 끝낼 게 아니라 3일씩 쪼개어 122번을 결심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 놀라운 기적의 용어로 변신할 수 있는 것이다.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작심삼일' 밖에 못하는 흐트러진 자신을 보며 자책하는 것보다 3일마다 새로운 각오와 결심을 거듭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2025년 을사년(乙巳年) 한 해를 '독한 사람'이 아닌 '보통사람'으로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공학박사

이메일 : yeogb@naver.com

 

작성 2025.01.01 11:43 수정 2025.01.0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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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