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사디스트와 마조히스트

고석근

어느 날, 세상 요리를 모두 맛본 301호의 외로움은 인육에게까지 미친다. 그래서 바싹 마른 302호를 잡아 스플레를 해먹는다. 물론 외로움에 지친 302호는 쾌히 301호의 재료가 된다. 그래서 두 사람의 외로움이 모두 끝난 것일까? 아직도 301호는 외롭다. 그러므로 301호의 피와 살이 된 302호도 여전히 외롭다.

 

 - 장정일, <요리사와 단식가> 부분 

 

 

일본 속담, ‘아침에 일어나도 물건이 서지 않는 남자한테는 절대 돈을 빌려주지 말라’

 

성을 정확하게 표현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성(性)이라는 글자를 풀어보면, ‘살아 있는(生) 마음(心)’이다. 아침에 발기가 되지 않는 남자는 살아 있는 마음이 없으니, 돈을 빌려주었다가는 떼이고 말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성의 마음으로 잘 살아가고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성과 사랑에 대한 억압을 심하게 겪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억압된 성과 사랑의 에너지는 어디로 갈까?

 

승화되지 못한 에너지는 마음속 깊이 뭉쳐 있다가 폭력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폭력은 다른 사람을 향한 가학증(사디즘), 자신을 향한 피학증(마조히즘)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요리사 301호, 단식가 302호는 공생관계다. 우리는 이 둘 중의 하나다. 이들 사디스트(가학증자)와 마조히스트(피학증자)는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인간의 근원적인 생(生)의 에너지가 충만해야 한다. 살아 있음의 환희를 느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신나게 노는 아이는 ‘삶의 의미’ 같은 것은 찾지 않는다. 죽음도 생각하지 않는다.

 

수많은 종교, 사상, 학문, 예술 등 인간의 고도의 정신적 활동들이 생의 에너지가 고갈된 사람들의 도피처가 되고 있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5.01.02 10:18 수정 2025.01.0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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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