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월 23일 한반도 남쪽 부산에서 조용히 치뤄졌던 출판기념회 하나가 주목받고 있다. 이순신정신을 선양하는 단체인 여해재단을 만들기도 한 김종대 前 헌법재판관의 신작 『의역 난중일기』의 북콘서트를 겸한 자리였다.
난중일기 번역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의역 난중일기』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수십년전부터 한편으로는 그의 내면적 정신 가치를 공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배운 바를 강의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도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 강의를 하다보면 난중일기가 반드시 등장하고 그 내용을 읽게 된다. 그럴 때 마다 곤혹스러움을 느끼는데, 그것은 지금까지 난중일기를 번역한 책이 수십권에 이르지만 서로 다르게 번역된 부분이 많고,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보통의 이순신 공부인들이 함께 쉽게 읽을 수 있는 난중일기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난중일기에 대한 의역을 시도한 것이다.”
공직생활 대부분을 이순신과 함께 했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이는 저자의 이번 저서명이 『의역 난중일기』인데, 난중일기 앞에 붙은 의역이란 단어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우리말에 의역(意譯)은 ‘free translation’, 즉 원문의 구절에 크게 얽매이지 않으면서 글 전체에 담긴 뜻을 옮기는 방식의 번역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순신 사후 세상에 나온 예전의 난중일기 번역본과 이번『의역 난중일기』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사실 난중일기는 지금까지 출간된 번역본만 해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대체로 북한의 언어학자 홍기문과 남한의 이은상이 쓴 난중일기가 의미전달이나 표현방식에 있어 난중일기 최고 번역서로 꼽힌다. 초서를 연구하는 노승석의 『교감완역 난중일기』도 기존 난중일기를 집대성한, 이순신 연구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난중일기 번역본의 하나기도 하다.
이번에 츨간된 김종대 재판관의 『의역 난중일기』는 모 지역일간지의 연재에서 비롯되었다. 기존 번역본에 비해 독자들이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가독성을 고려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김종대 의역’으로도 불리우는 이번 난중일기 번역본은 임진왜란 당시의 상황을 맥락적으로 서술함으로써 일기라는 사적 장르를 뛰어넘는 시대의 서사가 되었다. 무엇보다 이순신의 심상을 촘촘하게 묘사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이순신 읽기'의 어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독자 지향이라는 저자의 의도가 반영된 듯하다.
저자가 밝혔듯 한문에 능통한 학자도 아닌 그가, 역사를 전공하지도 않은 전직 판사 출신의 그가 이런 모험에 가까운 행보를 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수차례에 걸쳐, 난중일기를 읽음에 있어 ‘원문의 문면적 해석‘보다 ’이순신의 삶의 진면목‘을 대중들에게 보여주고자 한다는 의지를 전하곤 했다.
저자는 여전히 이순신이 우리시대가 안고 있는 난제들을 해결하는 단초가 되어줄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저자의 진정성 있는 바램이 이루어져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내 인생의 책'으로 삼기를, 부디 이 책을 통해 지금 나라를 온통 뒤덮고 있는 비상계엄의 먹구름을 단숨에 날려버릴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진서 (고석규비평문학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