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의 영화에 취하다] 은하철도999

최민

얼마 전에 타계한 일본 만화의 거장 마쓰모토 레이지는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의 만화는 문화전성기에 태어난 사람들에게 바이블이다. 마쓰모토 레이지가 그린 많은 만화 중에 으뜸은 은하철도999다. 세월이 흘러도 참 유니크한 소재이면서 철학적인 울림을 주는 만화다. 그 만화가 만화영화로 만들어져 나왔을 때 사람들은 열광했다. 나는 은하철도999의 세대는 아니다. 가끔 노래를 흥얼거리시는 엄마를 통해 이 만화영화에 대한 정보를 얻고 유튜브를 통해 이 만화영화를 봤다. 

 

은하철도999의 주제가는 가끔 티비에도 나오고 노래방에서 부르는 사람도 있다. 나는 이 노래를 부른 김국환을 잘 모른다. 그런데 노래를 듣고 있으면 뭔지 모를 뜨거움이 가슴 저 밑에서 올라왔다. 노래의 힘일까. 만화영화가 주는 힘일까. 그 속에 들어있는 우리의 근원에 대한 그리움이 어딘가 숨어 있다가 불쑥 올라온다. 나는 은하철도999를 보면서 어렴풋이 우주여행이라는 걸 생각하면서 심오하고 몽환적인 마력에 흠뻑 빠져들기도 했다. 가끔 주제가를 들으면 이 복잡다단하고 힘든 삶이 나도 모르게 힐링되는 것 같다.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엔 햇빛이 쏟아지네.

 

행복 찾는 나그네의 눈동자는 불타오르고

엄마 잃은 소년의 가슴엔 그리움이 솟아오르네.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999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999

은하철도999

 

1999년 제작된 은하철도999는 린타로 감독이 만들고 목소리는 노자와 마사코와 이케다 마사코가 맡았으며 135분의 상영시간으로 시네마트에서 상영했다. 물론 극장판보다 TV판은 더 오래전에 나왔다고 한다. TV판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왔다. 부모님은 은하철도 999를 보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MBC에서 1982년 1월 2일부터 1983년 1월 16일까지 일요일 오전 8시에 방영했고 그 후 EBS와 카툰TV에서도 방영해 아마 전 국민이 다 봤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공상과학영화 한 편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힐링이 되는 일은 드문데 은하철도999는 그 일을 해냈다. 

 

은하철도 999는 단순한 우주여행 이야기가 아니다. 철학적이고 심오하고 우주적이며 희로애락의 삶이 있는 이야기다. 철이와 메텔을 통해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한다. 삶과 죽음, 찰나와 영원 같은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은하, 갤럭시, 코스모스 같은 우리 내면 깊숙이 숨어 있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세포를 막 흔들어 깨운다. 우리는 모두 우주 나그네다. 저 우주를 유영하며 여행하는 별의 자식이다. 별과 내가 다르지 않고 은하와 내가 하나이며 우주가 나고 내가 우주다. 그래서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엔 햇빛이 쏟아지네’를 부르면 내가 은하철도 999를 타고 우주를 여행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서기 2221년, 인류는 우주의 행성을 철도로 여행할 수 있는 시대가 된다. 지구는 최첨단 도시 메가로폴리스가 조성되어 부자들은 기계몸에 정신을 옮기고 부품 교체를 통해 이천 년 넘게 살며 걱정 없는 행복한 삶을 산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기계로 개조되지 못하고 핍박받으며 메가로폴리스 시민이 되지 못한 채 도시 외곽 빈민촌으로 쫓겨나 천대받고 멸시받으러 산다. 빈민촌에서 살아가는 철이는 기계남작에 의해 어머니를 잃고 어머니를 구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며 절망에 빠져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눈과 귀가 번쩍 뜨일 소문이 퍼지는데 메가로폴리스에서 출발하는 은하철도 999를 타면 무료로 기계몸을 만들어주는 행성에 갈 수 있다는 소문이었다. 홀로 방황하던 철이는 신비로운 여인 메텔의 도움으로 은하철도 999의 승차권을 받게 되고 기계인간이 되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다. 철이는 우주에 있는 행성들을 여행하면서 안타레스 산적과 하록 선장, 그리고 여해적 에메랄다스, 우주전사 도치로, 승차원 크리스탈 클레아 등을 만나 시련도 겪고 우정도 나누면서 많은 생각에 빠지게 된다. 정이 있고 따듯한 피가 흐르는 인간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영원한 생명을 가진 기계인간이 될 것인가 하는 고민에 빠진다. 

 

철이는 종착역인 안드로메다 행성에 도착한다. 메텔은 철이에게 이별을 알리는 편지를 내주고 자신은 777호에 다른 소년과 함께 승차하며 철이와 이별한다. 메텔은 자신의 본래 모습을 찾으러 가고 철이는 은하철도 999를 타고 다시 지구로 돌아온다. 철이는 엄마를 닮은 메텔을 그리워 한다. 철이는 메텔이 자신에게 꼭 돌아와 줄 것을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겠노라고 한다. 그렇게 철이의 소년 시절은 끝난다. 

 

은하철도 999를 보면서 생각해 본다. 영원함이란 무엇일까. 인간은 영원에 대해 그토록 천착하는데 정작 영원은 어디에도 없다. 끝없이 복제되는 유전자가 영원한 것일까. 결국 원자로 남아 우주의 먼지가 되는 것이 영원한 것일까. 영원하지 않다는 것만이 영원한 건 아닐까. 백년 사는 것도 지겨운데 영원히 살면 그게 형벌이 아닐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만 행복하면 그만이라는 내 신조를 위안 삼아 본다. 

 

철이 “어른이 되면 행복할까요”

메텔 “영원한 삶을 원한다면, 스스로의 몸을 버려야 한다.”

하록 “피는 흘러서 영원히 이어져 가는 것, 그것이 진짜 영원한 생명이라고 나는 믿고 있어”

제로니모 “진짜 심장 박동이 뛰는 가슴 속에는 꿈이나 희망이 가득 차 있었어”

 

 

[최민]

까칠하지만 따뜻한 휴머니스트로 

영화를 통해 청춘을 위로받으면서

칼럼니스트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공부하고 

플로리스트로 꽃의 경제를 실현하다가

밥벌이로 말단 공무원이 되었다. 

이메일 : minchoe293@gmail.com

 

작성 2025.01.07 10:59 수정 2025.01.07 11:03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한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2025년 4월 24일
2025년 4월 23일
2025년 4월 22일
나는 지금 '행복하다'
2025년 4월 21일
2025년 4월 20일
2025년 4월 19일
2025년 4월 18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6일
2025년 4월 15일
2025년 4월 14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2일
2025년 4월 12일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