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식 칼럼] 왜 저렇게 사실까

김태식

67세의 나이가 되도록 결혼을 한 적도 없이 혼자 사는 여인의 삶은 무엇인가 불안정해 보였다. 더욱이 2년 전부터 불청객으로 찾아온 황반변성으로 인해 점차 시력을 잃어 이제는 완전히 실명된 상태가 되고 말았다.

 

처음 그 집을 방문했을 때 70평대의 해운대 고급 아파트에 혼자 살기에는 집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수급자는 두 눈이 실명이라 옷차림의 멋도 모른 채 고무줄 늘어진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시력을 잃었으니 집에서 움직이는 거리가 한정되어 있다. 동선이라고는 고작 10미터 가량이면 충분해 보이는데 70평대의 큰 집이 필요 없다는 한계의 부딪침에 이르렀을 때 여인은 더욱 측은해 보였다. 

 

그분은 젊은 시절 인테리어 사업을 하여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현재 보유 중인 20억 원 상당의 고급 아파트에 현금 20억 원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상당한 재력가였다. 

 

이러한 엄청난 재력을 갖춘 분일지라도 국가에서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등급을 내주고 수급자가 재가복지센터를 지정하면 요양보호사를 파견해서 급여제공을 한다. 

 

지인의 소개로 급여를 제공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요양보호사가 급여 제공을 거부하겠다고 통보를 해 왔다. 이유는 수급자가 요양보호사를 너무 무시한다는 것이었다. 내용은 이러했다. 

 

수급자 어르신 : 내 덕분에 돈을 벌어먹는 주제에 도둑질이나 해가고

요양보호사 : 저희들은 정해진 시간에 어르신께 정해진 시간에 따라 급여시간을 제공하고 건강보험공단에서 지정한 재가복지센터로부터 급여를 받습니다.

 

요양보호사는 짧은 시간이나마 시력을 잃은 수급자의 손과 발이 되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수급자는 그 사람을 의심하는 정신적으로 편향된 의심증이 생기게 된 것이었다. 자신 외에는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일을 마치고 가는 요양보호사의 가방을 검사한다는 명분으로 손가방을 이리저리 뒤지는 등의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시는 것이었다. 본인은 정작 시력을 잃었기에 물건 구분이 쉽게 되지 않았을 텐데도 말이다. 자존심을 꺾는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셨다.

 

“나는 많은 돈을 갖고 있기에 요양원에 가면 되지만 너희들 몇 푼 벌어 먹으라고 급여 제공을 받고 있어”

 

요양보호사는 극빈자가 아니다.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하는 정규 교육을 이수하고 국가자격시험을 거쳐 합격한 사람들이고 봉사 정신을 가진 분들이다. 따라서 이런 모욕적인 말을 듣고 더 이상 근무할 요양보호사는 없다. 

 

다시 사람을 뽑아 투입하면 수급자의 모욕적인 행위가 이어지고 반복되니 한 달을 근무하지 못하고 요양보호사가 바뀌었다. 6개월을 버티다가 결국 이분에 대해 급여 제공을 포기하고 말았다.

 

훗날 그 수급자에 대해 들은 얘기에 의하면 그 분에게 오빠도 있고 여동생도 있고 조카들도 있지만 성격이 왜곡되어 있어 친척들과는 아무런 교류가 없다는 것이었다.

 

베풀만한 재력도 가졌고 도움이 필요한 분이신데 ‘왜 저렇게 사실까’ 나는 슬픔의 물음표를 찍었다.

 

 

[김태식]

미국해운회사 일본지사장(전)

온마음재가센터 사회복지사(현)

울산신문 등대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등단

해양문학상 논픽션 소설 당선

사실문학 시 당선 등단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이메일 : wavekts@hanmail.net

 

작성 2025.01.14 11:35 수정 2025.01.1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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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