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숙의 시의 향기] 롤하는 남자

민은숙

 

롤하는 남자

 

 

밤을 내어주고 대낮을 얻는다

 

다섯이 모이면 어둠이 살해당하는 거울

 

민낯이 설치는 방에서

하루가 만만한 문자들이 도끼눈을 부릅뜨고 있다

 

키보드 전사들의 비늘이 우수수 떨어지는 웅덩이에

찌릿한 그녀가 내 뿜는 냉기를 오독하는 그림자

그가 밀고 있는 세상이 홀로 창백해진다

 

도발이 부추긴 궤적에서 날뛰는 야생마의 꼬리를 잡는 것이

그와 그녀의 롤이다

 

서로가 그은 금 밖에서 진흙처럼 비어져 나오는 비릿한 냄새

떼어낼 그의 지문을 톺아보는 그녀의 키보드가

너덜더덜하게 해지고 있다

 

*롤 :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s)로 라이엇 게임사에서 개발한 게임

 

 

[민은숙]

시인, 칼럼니스트

제4회 코스미안상

제3회 문학뉴스 &시산맥 기후환경문학상

2024 중부광역신문신춘문예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지도 강사

꿈다락학교 시 창작 강사

문화재단 & 예술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이메일 : sylvie70@naver.com

 

 

 

작성 2025.02.05 09:29 수정 2025.02.0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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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