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무공 이순신의 『난중일기』에는 말을 부르는 명칭이 몇 가지 기록되어 있다. 조선시대에 말은 주요한 교통 및 통신 수단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말과 관련된 용어가 다양하게 사용되었을 것이다. 이는 흥미로운 이야기임과 동시에 조선시대 언어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사례이다. 다음은 말의 명칭을 기록한 『난중일기』의 해당 기록이다.
『난중일기』, 1597년 6월 10일
아침에 가라말, 가라월라말, 간자짐말, 유짐말 등을 네 발굽을 잘라주고 편자를 달았다.
[원문] 朝 加羅馬加羅月羅馬看者卜馬騮卜馬等 落四下 加鐵.
위 기록에 언급된 가라말(加羅馬)은 흑마를 말하며, 가라월라말(加羅月羅馬)은 흑색얼룩말을 가리킨다. 그리고 간자짐말(看者卜馬)은 이마에 흰 점이 있는 짐말이고, 유짐말은 붉은 빛에 검은 갈기를 가진 짐말(騮卜馬)이다. 조선시대에 말을 부르는 명칭을 기록한 자료들이 여럿 전하기 때문에, 이를 참고하여 위 『난중일기』 기록에 언급된 말의 명칭이 가진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말의 명칭을 상세히 기록한 자료로는 『역어유해』의 「주수(走獸)」,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 수록된 「마명모색변증설(馬名毛色辨證說)」 등이 있다.
1690년에 간행된 『역어유해』는 중국어의 발음과 뜻을 한글로 풀이한 사전인데, 말의 명칭을 한글로도 표기한 점이 특이하다. 19세기에 간행된 『오주연문장전산고』는 일종의 백과사전으로서, 이 책에 수록된 「마명모색변증설」은 말의 명칭을 한자로 표기한 다음 그 구음을 한자의 음차/훈차로 나타냈다. 「마명모색변증설」은 말의 명칭에 관해 참고한 문헌을 밝히기도 하였는데, 그 참고문헌 가운데에는 『역어유해』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 때문인지 「마명모색변증설」에 나타난 말의 명칭의 일부는 『역어유해』의 그것과 비슷하다. 다음은 『역어유해』와 「마명모색변증설」에 기록된 말의 명칭 가운데 몇 가지를 소개한 것이다.
황마(黃馬): 고라말-『역어유해』 / 高羅馬(고라마)-「마명모색변증설」
흑마(黑馬): 가라말-『역어유해』 / 加羅馬(가라마)-「마명모색변증설」
적마(赤馬): 절다말-『역어유해』 / 節多馬(절다마)-「마명모색변증설」
청마(靑馬): 총이말-『역어유해』 / 驄耳馬(총이마)-「마명모색변증설」
화마(花馬): 월라말-『역어유해』 / 月羅馬(월라마)-「마명모색변증설」 ('花馬'는 '얼룩말'을 가리킨다.)
환안마(環眼馬): 고리눈말-『역어유해』 /骨喜嫩馬(골희눈마)-「마명모색변증설」
유마(騮馬): 붉은빛에 검은 갈기이다-「마명모색변증설」

위 『난중일기』에 기록된 간자마의 경우는 조선시대 문헌에 '看者馬', ‘間子馬’, ‘艮赭馬’ 등 다양하게 표기되었는데, 정약용의 문집인 『다산시문집』의 기록에 따르면 '이마에 흰 점이 있는 말'이라고 한다. 또한 복마(卜馬)는 '짐말'을 가리키는 용어로서 조선시대 문헌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위 『난중일기』에 나타난 ‘落四下’라는 말은 『오자병법』의 「치병(治兵)」에 보이는 문구 ‘謹落四下’를 인용한 것이다. 『오자직해(吳子直解)』는 이 문구에 관해 ‘使之輕便 四下四蹄也’라고 설명하여 ‘落四下’가 ‘발굽을 자르다’라는 뜻임을 밝혔다. 말의 발굽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계속 자라기 때문에 새로운 편자를 달거나 오래된 편자를 바꿀 때 발굽을 잘라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난중일기』에 언급된 ‘落四下' 뒤에 '加鐵(편자를 달았다)'이라는 표현이 붙은 점 또한 이를 입증한다.
[참고자료]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역어유해(譯語類解)』 권2, 「주수(走獸)」
한국고전종합DB, 이규경(李圭景),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마명모색변증설(馬名毛色辨證說)」
한국고전종합DB, 정약용(丁若鏞),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 권21, 「서(書)」-「서암강학기(西巖講學記)」
[윤헌식]
칼럼니스트
이순신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저서 : 역사 자료로 보는 난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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