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통계청의 2023년 자료에 의하면, 아시아 1위의 이혼율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혼율이 높다는 것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한 사회적인 문제이겠지만, 두 남녀가 성격이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둘 중 하나, 또는 둘 모두가 정신의학과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건전한 성격이 아닐 경우일 것이다.
1950년 마리 야호다(Marie Jahoda)는 「정신건강에 관한 사회심리학적 조명」이라는 심포지엄에서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자신의 환경을 능동적으로 극복하고, 성격이 조화를 이루고, 세계와 자신을 정확하게 지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였다. 이는 그 당시의 정신의학의 중요한 주제였다고 할 수 있지만, 그가 정신건강 조건으로 내세운 기준은 “자아정체감, 자아실현, 통합력, 자율성, 현실지각능력, 환경적응력” 등이었다.
이 기준은 학자들마다 약간씩 기준이 다르지만, 여러 학자들이 내세운 정신건강의 공통적인 조건은 자신을 바르게 인지하는 능력, 타인을 존중하고 인정하며 올바른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 현실 환경을 정확하게 판단하며 이에 적응하는 능력, 사회적 역할과 주어진 괴제를 잘 처리할 수 있는 사회적 기능 수행능력, 자신의 정서와 감정을 사회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적절히 다룰 수 있는 능력, 자신이나 타인에게 기쁨을 주고 공동체의 분위기를 바꾸는 유머 감각 등 자기와 타인, 그리고 사회 환경에 대한 바른 이해와 수용을 바탕으로 사회적 기능이나 역할수행 여부와 자신의 감정이나 정서의 처리능력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오늘날 산업화 이후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위한 경제적인 부와 물질 추구에 집중한 나머지 가장 중요한 인간으로써의 존엄성과 가치를 망각하는 성숙한 성격이 형성되지 못한 탓이 성격의 마찰을 가져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신적인 가치를 우선하기보다는 물질만능주의 사고에 집착해 성숙하지 못한 이상 성격으로 타인과 갈등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미국의 인격심리학의 개척자로 알려진 고든 올포트에 의하면, 성숙한 성격을 여섯 개의 준거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이들 준거간의 상호 역동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자의 확장이다. 성숙한 사람은 일상의 직접적이고 작은 욕구나 책무, 활동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다양하고 큰일에 참여하고 거기에서 다양한 만족과 좌절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미래를 계획하고 더 큰 포부와 희망을 키운다.
둘째, 다른 사람들과 온정적인 관계다. 성숙한 사람은 접속자와의 친밀함의 여부와 무관하게 늘 온정적인 관계를 갖고 어떤 형태의 사람이든 사랑을 주고받는 데 있어서도 균형을 이룬다. 배우자와의 성적 관계에서도 충분한 민족을 주고받는다.
셋째, 정서적 안정이다. 성숙한 사람은 감정적으로 시끄럽지 않고 분노 또는 걱정적인 표현을 별로 하지 않으며, 알코올 등 약물 중독에 바지는 일도 없고 음란과 외설을 즐기지 않는다. 자기 수용력이 높아 자신의 성욕 조절이나 사회의 성적 문제에 대해서도 갈등이 적고 일상의 좌절에 대한 내성이 강하며, 우울증에 빠지는 일도 별로 없고 염세적이지 않다.
넷째, 현실적 지각, 기술, 임무를 들 수 있다. 성숙한 사람은 실제 세계에 살고 있다. 즉 그들은 사물, 사람,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복 자신의 삶을 엮어간다. 즉 성숙이란 현실을 자기의 욕구나 환상에 맞추는 것이 아니다.
다섯째, 자기 객관화다. 성숙한 사람은 자기 주관의 세계에서 살아갈 뿐 아니라 자신을 객관의 세계에 옮겨 놓을 수도 있다. 자기 객관화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다룰 수 있는 능력과 태도를 말한다. 자기 객관화는 유머와 자기통찰, 두 가지 중요한 요소를 포함하며 성숙한 사람은 이 두 가지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다.
여섯째, 조화로운 삶의 철학이다. 앞에 예시한 다섯 가지 준거가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한 사람의 일생을 일관성 있게 꿰뚫어 주고 그가 하는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목적을 설정해 주는 생활 철학이 없으면 안 된다. 성숙한 사람은 바로 이러한 조화롭고 통합된 삶의 철학을 갖고 있다.
성숙한 인격체의 만남이라야 갈등과 분열이 없어지고 서로 이해하며 동반자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오늘날 사회가 복잡해지고 모든 가치를 물질로 환산하려는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도리를 망각하고 살아가는 성격 이상자들이 많아져 가고 있다.
사회적인 윤리나 규범을 무시하고 자기의 이해타산을 우선순위에 두고 물질에만 집착할 때 대인관계에 적신호가 켜진다. 사람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가? 하는 인문학적인 성찰이 없이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이면 남을 의식하지 않고, 그 일로 인해 남에게 피해가 되든 말든 내 마음대로 하고 살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독불장군 같은 아집으로 살아가는 성격이상자들이 많아져 가고 있다.
성격 이상자들은 그 사람이 속해있는 사회가 만들어낸 것들이다. 어린 시절 궁핍한 생활로 고통을 받고 살아온 사람들은 가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자리 잡아 살아가는 동안 현재진행형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남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물질을 더 많이 소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응어리로 남아있다. 따라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등 매사에 염치없는 행동을 당연하게 행동하여 다른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런 사람들은 부자가 되었어도 궁핍했던 시절의 생활 습관대로 오직 물질을 더 많이 취득하는 데만 몰두한다. 한마디로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버릇대로 행동한다. 부자가 되고 사회적으로 지도층이 되어도 그에 맞는 역할기대를 저버리고 행동하는 거지근성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재물을 모으는 즐거움에 빠져 이웃을 위해 쓸 줄을 모르는 바보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게 된다.
이러한 습성은 궁핍한 생활이 낳은 이상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 자기만족의 즐거움으로 살아갈 뿐 남에게 베푸는 기쁨을 모르는 평생 졸부의 삶을 살다가 일생을 마감한다. 그 수전노 같은 이상 성격적 생활방식은 대대로 문화 재생산되어 후손들에게 전해진다. 이런 이상 성격은 절약 정신이 투철한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모든 가치를 물질로 환산하는 물질제일주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고 남들에게 존경을 받지 못하는 고독한 삶을 살아간다.
사랑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며 존경받는 생활은 건전한 성격이 전제되어야 한다. 모두 자신을 되돌아보며 나는 건전한 성격의 소유자인가 점검해 보는 하루가 되시길 바란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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