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박영성 기자] 최근 대전 서구에서 발생한 초등학교 1학년 김하늘 양의 비극적인 사건은 우리 사회에 깊은 충격을 남겼다. 가장 안전해야 할 교육 현장에서, 그것도 학생들을 보호해야 할 교사의 손에 의해 어린 생명이 희생된 이 사건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이는 정신질환 관리 체계의 허점과 국가적 책임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낸 사례이다.
우리나라 정신질환자의 실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으며, 국민 네 명 중 한 명이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정신장애로 진단받은 사람 중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비율은 12.1%에 불과하다. 이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치료 접근성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중증 정신질환자의 경우, 관리와 치료가 가족에게 전적으로 전가되고 있어 돌봄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정신질환 관리 체계의 문제점
현행 보호의무자 제도는 환자 가족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김하늘 양 사건에서도 가해자인 여교사가 과거 여러 차례 정신질환으로 병가를 사용했고, 복직 후 돌발적인 행동으로 참극이 발생했다. 이는 복직 과정에서 철저한 건강 상태 평가와 업무 적합성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정신질환 관리의 국가적 책임
정신질환자의 관리와 치료는 개인과 가족의 책임을 넘어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필자도 과거 지방의회 전문위원으로 근무하며 정신질환 관련 예산과 자치법규를 심사한 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안하고 있는데, 필자의 견해를 더해서 이를 정리해 보자.
첫째, 사법입원제 도입 및 보호의무자 제도 폐지가 필요하다. 보호의무자 제도를 폐지하고, 법원이나 행정당국이 입원 결정을 내리는 사법입원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는 가족에게만 돌봄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둘째,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및 응급대응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운영되는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약 250여 개소로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나, 평균 종사자 수가 적고 업무 부담이 과중하여 효과적인 서비스 제공에 한계가 있다. 소방·경찰과 협력하여 24시간 응급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 덴마크 등 선진국 사례처럼 24시간 전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우울증 국민건강검진 후 고위험군을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사회적 편견 해소 및 재활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정신건강 인식 개선 캠페인'과 같은 대국민 홍보 사업을 통해 편견 해소와 조기 치료를 장려하고 있다. 호주의 '헤드스페이스' 프로그램처럼 청년층 대상 무료 상담 서비스를 국내에도 확산할 필요가 있다.
김하늘 양 사건과 같은 비극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통해 국민 모두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이는 단순히 범죄 예방 차원을 넘어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마음이 아픈 사람이 편견 없이 치료받고 지원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국가와 사회 전체가 함께 짊어져야 할 책임이다.
박동명 / 법학박사
∙ 한국공공정책학회 상임이사
∙ 전)서울특별시의회 보건복지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