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산 칼럼] 대나무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가재산

우리 인생은 마치 대나무와 닮은 점이 많이 있다. 대나무의 삶의 지혜는 그 곧은 자태에서 찾을 수 있다. 푸른 잎과 곧은 줄기로 굽히지 않는 꿋꿋한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는 옛날부터 청빈한 선비의 정신이나 삶에 일치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사군자 중에서 특히 사랑받는 대상이었다. 

 

이러한 대나무에는 마디가 있고, 마디가 있음으로써 단단하다. 대나무의 마디를 일컬어 옛사람들은 ‘포절지무심(抱節之無心)’이라 하여 ‘대나무는 속은 비어있어도 허식이 없고 단단한 마디에 의해 절도를 지킨다.’라고 했다. 대나무의 마디는 바람이 불어도 쓰러지지 않고 곧게 서 있을 수 있게 하는 지지대 역할을 한다. 만일 대나무가 마디 없이 하나의 줄기로만 되어 있다면 거센 폭풍우가 아니라도 작은 바람에도 쉽게 부러지고 말 것이다. 

 

대나무는 그늘 속에서 쑥쑥 자란 나무보다는 숱한 비바람과 여름 뙤약볕에 그은 대나무가 마디가 많고 더욱 단단하다. 그런 이유로 옛날 우리 선인들이 만든 피리나 퉁소는 마디가 많은 대나무로 만들었다. 예로부터 성격이 바르고 곧은 사람을 ‘대쪽 같다.’라고 했다. 대나무는 어떠한 조건에서도 휘거나 구부러지게 성장하지 않으며 작게 쪼개기 전에는 잘 휘지도 않는다. 그리고 마디가 많으면 많을수록 휘거나 구부러지지 않는 특성도 있다. 

 

삶을 곧잘 대나무에 비유하게 된다. 일본 사람들은 이러한 대나무 마디를 ‘후시메(節目)’라 하는데 그들은 연설이나 강의를 할 때 이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특히 인생의 역정에서 어려움이나 고통을 이겨내고 새로 일어나는 계기(契機)의 의미로 자주 비유한다. 크고 작은 계기들이 모여서 사람을 윤택하게 하거나 풍요롭게 한다. 진학, 취업, 결혼, 승진, 실패, 좌절 등 크고 작은 전환점들이 우리 삶의 마디가 되어준다. 이러한 마디들이 많을수록 우리는 더 강하고 유연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대나무의 지혜는 그 성장 방식에 있다. 중국 동부의 모소 대나무는 씨앗이 뿌려진 후 4년 동안 겨우 3cm만 자란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땅 밑으로는 깊고 넓게 뿌리를 내린다. 그리고 5년째 되는 해, 단 6주 만에 15미터 이상을 자라난다. 이는 우리에게 ‘우회축적(迂廻蓄積)의 법칙’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준다.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꾸준한 준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종종 빠른 성과와 즉각적인 결과를 요구한다. 하지만 진정한 성공은 대나무처럼 충분한 준비 기간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은 몇 분의 경기를 위해 4년이라는 긴 시간을 준비한다. 김연아 선수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어린 시절부터 15년 이상을 준비했다. 매일 새벽 훈련, 끊임없는 반복 연습, 부상과의 싸움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노력이 있었기에 '피겨여왕'이라는 영광도 가능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대나무의 '역경 극복력'이다. 그늘에서 쑥쑥 자란 대나무보다 비바람과 강한 햇살을 견딘 대나무가 더 단단하고 마디가 많다. 이처럼 우리 인생도 시련과 고난을 겪을수록 더 강해지고 성숙해진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바로 높은 '역경지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성이나 감성도 중요하지만, 실패와 좌절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이야말로 성공의 핵심 요소다.

 

1991년 일본 아오모리현의 사과 농부들의 이야기는 역경을 기회로 바꾼 좋은 예다. 태풍으로 인해 90%의 사과가 낙과되는 큰 피해를 입었을 때 한 농부는 이를 새로운 기회로 삼았다. 초속 50m 이상의 강풍에도 떨어지지 않았던 사과를 ‘절대 떨어지지 않는 사과’라는 문구로 마케팅하여 크게 히트했는데 대학입시 수험생들 사이에서 '합격의 부적'으로 인기를 얻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것이다.

 

대나무는 우리에게 끊임없는 성장의 중요성을 가르쳐준다. 대나무는 매듭을 지으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한 단계의 성장이 끝나면 다시 새로운 마디를 만들고 더 높이 자라난다. 우리도 삶의 한 단계가 끝날 때마다 그것을 새로운 시작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이는 평생학습의 중요성과도 연결된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지속적인 학습과 성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시니어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직장인들,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전문가들은 모두 대나무처럼 끊임없이 성장하는 사람들이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우리는 대나무처럼 원칙을 지키되 유연하게, 꾸준히 준비하되 때가 되면 과감하게 도약하며,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만의 페이스로 꾸준히 전진해 나가야 한다. 때로는 느리게 보이더라도, 그것이 더 단단한 성장을 위한 과정일 수 있다. 

 

결국 우리 삶은 대나무처럼 끊임없는 도전과 성장의 연속이다. 곧게 자라되 마디를 만들며 유연함을 잃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히 준비하며, 역경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 이것이 바로 대나무가 우리에게 전하는 삶의 지혜이다. 

 

 

[가재산]

한류경영연구원 원장

한국디지털문인협회 부회장

미얀마 빛과 나눔 장학협회 회장

저서 : 『한국형 팀제』, 『삼성이 강한 진짜 이유』

『10년 후 무엇을 먹고살 것인가』, 『아름다운 뒤태』

이메일 jska032852@gmail.com

 

작성 2025.02.14 10:53 수정 2025.02.1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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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