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소설가 윌리엄 포크너(1897~1962)의 장편소설로 1936년 발표되었다. 작가의 고향이자 그의 작품의 거의 모든 무대가 된 미국 남부의 과거의 영광과 붕괴를 그린 작품으로 '구약성서' 사무엘 하’에 나오는 압살롬에 대한 이야기를 근거로 하였다. 결국 피하다 피하다 맞닥뜨린 그의 심오한 작품 세계에 놀라고 나의 모자란 문학적 해석 능력에 아쉬웠던 읽기조차 버거웠던 포크너의 작품 세계를 보기로 한다.
이 작품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모욕을 준 대농원주에 필적하는 일가를 이룩하리라는 야망에 사로잡혀서, 한때는 성공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으나 결국에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비극적인 죽음으로 끝나는 ‘토머스 서트펜’과 그의 일족에 대한 이야기를 몇 사람의 이야기꾼을 통하여 전개시키는 장대한 실험적 소설이다.
무대는 미국 남부 가공의 지명인 요크너 패토퍼 군으로 ‘퀭틴 콤프슨이’라는 사람이 주인공인 토머스 서트펜의 일생과 그 집안의 내력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있다.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가난한 백인의 아들로 출생한 서트펜은 어릴 적에 구걸을 나갔다가 모욕을 당한 후 야심을 품고 서인도로 간다. 그는 그곳에서 크게 성공하고 ‘율랠리어 본’과 결혼해 아들 ‘찰스’를 낳았으나 그녀에게 흑인의 피가 섞인 것을 알자 모자를 모두 버린다.
미시시피로 돌아온 그는 인디언으로부터 다량의 토지를 구입하고 대저택을 지으며 ‘엘런 콜드필드’와 결혼, ‘헨리’와 ‘주디스’를 낳는다. 거대한 자신의 왕국을 건설할 무렵 남북전쟁이 터지고 자신의 왕국이 무너질 위기에 서트펜은 아들과 함께 참전하기로 하는데 전처의 아들인 본이 찾아온다.
본은 대학에서 헨리를 사귀고 절친이 되고 여동생 주디스를 알게 되어 결혼하려 한다. 서트펜의 아들 헨리는, 그들의 사랑을 알고서, 몇 년간 고민하다가, 이복 형 본과 사랑스런 여동생 쥬디의 결혼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아버지 서트펜은 생각이 다르다. 왜냐하면, 딸을 사랑하는 전 처 소생의 아들인 본의 가문에 ‘흑인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남부의 보수적 정신세계를 대표하는 서트펜에 의해 ‘혈통’의 중요성이 부각 된다.
그리하여 서트펜은 아들 헨리에게 본에게는 흑인의 피가 있기 때문에 네 동생인 쥬디와 결혼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한다. 헨리는 다시 번민의 나날을 보내다가, 동생의 순수한 사랑보다 가문의 핏줄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 결론은 이 소설의 비극적 결말을 예고한다. 본과 쥬디의 사랑과 결혼이 외부의 압력에 의해 쉽게 깨어질 수 있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극단적 대치 상황은 화해의 국면을 찾지 못하고, 서트펜의 아들 헨리는 이복 형 본을 총으로 쏘아 죽인다. 서트펜은 어떻게든 대를 이을 씨앗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집요해져서 자기 충복의 아이를 건드린다. 자신이 없을 때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어찌되었건 다 떠난 와중에 끝까지 자신 곁에 남았던 충복이었으나 그의 아이를 건드리고 딸을 낳자 헌신짝처럼 버린다. 충복은 울분을 참지 못하고 서트펜을 살해한다. 결국 서트펜이 꿈꾸고 이루고자 했던 자신의 왕국은 먼지처럼 사라진다.
압살롬은 다윗 왕의 장남 암논이 이복동생 압살롬의 누이동생 다말을 범했음에도 다윗 왕이 그를 벌하지 않자, 압살롬이 암논을 죽이고 피신 하고 결국 다윗왕은 압살롬에게 왕위를 물려주지 않고 솔로몬에게 물려주려 하자 다윗 왕에게 반기를 든 사건에서 유래한다. 제목이 압살롬인 것, 그것도 두 번이나 반복한 것은 압살롬이 주인공 서트펜의 어떤 특성을 잘 드러내 보이기 때문인 듯하다. 물론 책 속에는 압살롬이라는 이름이 한 번도 거론되지 않는다.
결국 이 작품은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몰락해 가는 미국 남부의 한 집안을 배경으로 인종차별과 흑인 인권, 백인 중심의 사회 밎 여성 착취를 비판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데 모든 것을 힘들게 일구어왔던 서트펜은 결국 자식도 재산도 모든 것을 다 잃는다. 이러한 서트펜의 몰락은 다윗왕이 죽음을 슬퍼하며 통곡하던 압살롬의 죽음과 이어진다고 해석해 본다.
이 작품은 읽기도 까다롭고 분석도 오래 걸린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스웨덴에서도 포크너를 수상자로 정해놓고도 작품 분석을 못해 다음 해인 1949년에 수상했다고 하는 전설적인 윌리엄 포크너의 '압살롬 압살롬!'이었다.
[민병식]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시인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뉴스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2 전국 김삼의당 공모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제2회 아주경제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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