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어제보다 죽음이 한 치 더 가까워도, 평화로이 별을 보며 웃어 주는 마음’
스물한 살의 이해인 예비 수녀가 어렸을 때부터 하루에 한 번쯤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쓴 시구란다.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내놓은 지 올해로 40돌을 맞은 이해인 수녀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겠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남과의 비교에서 불행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그야말로 오늘은 어제보다 죽음이 한 치 가까워도 평화로이 별을 보며 웃어 주는 마음이 필요한 게 아닌가. 여행도 좋지만 떠나기 전에 독서여행, 사색여행, 기도여행 등 내면의 여행을 부지런히 하고 나서 그 보상으로 여행, 순례를 가는 것은 어떨까 싶어요. 신적 존재에 대한 수직적인 믿음과 기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함께 사는 사람들과의 수평적 관계예요. 위쪽으로만 잘하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자세죠. 평범한 일상 안에서 비범한 기쁨과 행복 발견하는 것이 참 신앙인이에요. 기도만 열심히 하면서 이웃과는 불목해선 안 되죠. 특히 약자들을 내 친지처럼 여겼으면 좋겠어요.”
소통의 화신이라 할 수 있는 제14대 달라이 라마의 종교와 문화를 초월해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상식10훈을 우리 같이 깊이 좀 생각해 보자.
1. 매일 아침 잠을 깨면서 오늘도 내가 살아 있다는 게 얼마냐 다행이냐.
2. 행복이란 기성품이 아니다. 네 행동에서 생기는 것이다.
3. 마음과 정신은 낙하산과 같다. 열려야 작동한다.
4. 때로는 네가 원하는 걸 얻지 못하는 게 놀라운 행운임을 기억하라.
5. 네가 세상을 바꾸기엔 하찮은 존재라 생각한다면, 한 마리 모기를 생각해 보라.
6. 위대한 사랑과 위대한 업적은 위대한 위험을 무릅쓴 결과란 사실을 잊지 말라.
7. 두 팔 벌려 변화를 환영하되 네 소중한 가치관을 버리지 말라.
8. 때로는 침묵이 최선의 해답임을 기억하라.
9. 매일 혼자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하라.
10.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살다가 삶을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는다.
이상의 10훈을 하나로 줄인다면 ‘죽음을 사랑해야 삶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리라. 하지만 이쯤해서 더할 수 없는 아이러니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너무도 비상식적인 모순과 부자연스런 행태를 우리가 언제까지 ‘성스러움’으로 두 손 모아 합장하거나 가슴에 성호를 그려가면서 우러러 받들기만 할 것인가? 이해인 수녀나 달라이 라마를 보면서 극심한 민망함과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된다.
이들은, 인간중심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신 중심의 종교, 그것도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있다고 해도 그 ‘신’이란 것이 어떤 분인지 아무도 알 수 없는데, 인간이 만든 허깨비 같은 종교의 대표적인 제물이 아닌가. 소위 ‘성노예’로 불리는 희생자들보다 더 심한 피해자들이 아닌가.
버러지 같은 미물도 자연의 모든 생물이 다 누리는 성의 쾌락을 자의든 타의든 간에 박탈당하고 거세당한 ‘내시’ 같이 말이다. 여기서 우리 각자 자신에게 진지하게 한 번 자문해보자. 성이 있는 지옥과 성이 없는 천국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사람에 따라 선택의 척도가 다르지만, 해답은 성이 있는 지옥이 압도적이었단다. 다음은 옮겨온 글을 함께 생각해 보자.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 언제나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자유와 존재, 그래서 완당 김정희(1786-1856) 같은 학자도 일독一讀, 이색二色, 삼주三酒를 인생삼락人生三樂이라 했고 영원한 스승 공자님도 ‘학문 좋아하기를 색 좋아하듯 하는 사람 못 보았다’고 하셨다. 학자에 따라서는 성욕의 감퇴가 나이가 선사하는 해방과 축복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늙으나 젊으나 그 욕구나 설레임은 똑같고 그에 대한 그리움과 간절함도 다를 리가 없다.
에로티시즘은 죽음을 무릅쓴 생의 찬가, 그래서 모텔은 비 온 뒤의 죽순처럼 총총하다. 그러나 이제 산전수전 다 겪은 역전의 용사들이 빛바랜 전장, 그 훈장 이야기는 들먹일 필요도 없다. 인생 노년의 성은 주책이고 추태이며 금기다. 아무리 비아그라가 복음이래도 자제와 절제가 필요하다. 인생 노년에 건강한 아내가 있으면 동상이고 함께 극장에 가는 여자 친구가 있으면 은상이며 남몰래 만나는 애인이 있으면 금상이다.
애인은 신이 내린 최상의 축복이고 은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러나 우리들 노년에 불꽃은 꺼져 가는데 과연 무슨 힘으로 물레방아를 돌릴 수 있던가. 괜스레 촛불 하나 켜다가 그만 꺼져버리고 한숨 쉬며 야망을 접은 경험이 한두 번이든가. 지금은 욕심과 욕망을 다 버려야 할 때다.
근신하고 자중하며 체통도 지키고 품위도 지녀야 한다. 매일 먹어도 좋은 된장 맛도 건강하고 미소 짓는 아내가 있으면 되었지 않은가. 서로 보살피고 의지해서 살면 되지, 무슨 애인 무슨 로맨스 타령들인가. 인생은 끝없는 성욕과의 싸움이라고 톨스토이도 말했다지만 적절히 자제하고 근신함이 인간의 몸가짐 아니던가. 아내들이 가장 행복했다는 순간은 된장국 끓이는데 뒤에서 살며시 포옹해 주는 남편의 손길이라 하지 않던가.
그리움, 간절함에는 정년이 없다지만 즐거운 인생, 아내와의 사랑이 그 으뜸이고 첩경이다.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이메일 :1230t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