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도수군통제영은 임진왜란이 발발한 그 이듬해인 1593년(선조 26년) “여수는 서쪽에 너무 치우쳐 있으니 왜적을 방어하기에는 적절치 못하니 한산도에 진을 마련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라는 이순신 장군의 건의를 받아들여 통영 한산도 지역을 삼도수군통제영으로 지정했다.
1593년 7월부터 정유재란이 일어난 1597년 2월까지 3년 8개월 동안 삼도수군이 한산도에 주둔해 있었으므로 최초의 통제영은 한산도가 된다. 삼도라고 하면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를 말하고 삼도수군통제영은 조선시대의 해군본부라고 볼 수 있으니 통영은 당시의 ‘군항도시’ 였고 ‘군사도시’였다.
통영에 통제영이 자리 잡기 전에는 두룡포로 불렸는데 우리나라에서 군영의 명칭이 공식 지명이 된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통영’이라는 지명은 의미가 깊기 때문이다. 통제영이 자리 잡고 있을 시에는 한양과의 인적, 물적 교류가 활발했고 각처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많아 도시가 번성헀다.
어느 지역이라도 지명은 아주 중요한 상징성을 갖고 있다. 지명은 그 지역의 특성은 말할 것도 없고 형상을 잘 나타내기도 하고 한 번 정해지면 고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외국공항을 꼽는다면 일본의 후쿠오카 공항이다. 130여 년 전 후쿠오카시의 이름을 정할 때 하카타라는 지역과 상상을 초월하는 경합을 벌였다. 자신들의 고향 이름을 정하기 위해 서로 상대를 비방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 1표 차이로 후쿠오카시가 되었다. 하카타가 더 큰 도시였기에 하카타 원주민들의 울분은 극에 달했다.
다시 약 80년 전 국제공항이 이 지역에 생겼고 공항 이름을 정해야 했다. 이번에야말로 하카타 주민들은 물러나지 않고 하카타 국제공항으로 하자고 제안했으나 후쿠오카의 반대가 극심했다. ‘후쿠오카 하카타 국제공항’은 이름이 너무 길어 결국 후쿠오카의 손을 들어 줬다. 마지막으로 JR신칸센 역 이름 하나는 건졌다. 후쿠오카 이름으로 된 역은 없다. 후쿠오카 시내 중심에 후쿠오카역은 없고 ‘하카타역’이 있다.
내가 현대삼호중공업에서 1년간 파견근무를 한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도 이름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많았다. 이 회사는 분명 전남 영암군 삼호면에 위치하고 있는데 회사 이름이 ‘현대삼호중공업 목포조선소’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암과 목포의 경계에 있고 전국적으로 지명도에서 조금 더 알려진 도시를 택한 것이니 주민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이처럼 지명에서 본류를 보존하고 전통적인 이름을 유지하기 위한 본능은 어느 곳이나 다르지 않다. 하지만 통영은 최초의 삼도수군통제영을 배경으로자연스럽게 ‘통영’이 되었다. 행여 역사의 흐름을 따라 내려오는 전통적인 지명을 상징하는 문화유산을 흠집 내는 사람들이나 단체가 있다면 다시 교육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지자체 간에 때아닌 역사의 논쟁이 있다 하니 그러하다.
최초의 ‘삼도수군통제영’ 역사의 자존심을 갖고 통영이 고향인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 앞에서 역사를 왜곡하고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지식인들과 지자체가 있다면 멈춰야 할 일이다.
잘못된 역사가 있다면 몇천 년이 지나도 바로 잡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몇백 년이 지나도 잘못되지 않은 정사正史를 왜곡한다면 선현들에게 무례함일 뿐이다. ‘통영’에 최초로 ‘삼도수군통제영’이 설치되었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역사다.
[김태식]
미국해운회사 일본지사장(전)
온마음재가센터 사회복지사(현)
울산신문 등대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등단
해양문학상 논픽션 소설 당선
사실문학 시 당선 등단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이메일 : wavekt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