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펠탑 효과라는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로버트 자이언츠가 실험 대상 학생들에게 낯선 사람 열두 명의 사진을 조건에 따라 무작위로 보여주고 호감도 측정 실험을 한 결과, 사진을 보여주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호감도가 높아졌다.
자이언츠는 이 실험을 통해 사람은 낯선 사람에게는 공격적인 측면이 있지만, 자주 만나면 만날수록 인간적인 면을 느끼게 되면서 호감도가 올라간다는 사실을 밝혀내 이것은 마치 처음에 비호감이었으나 자주 보면서 점점 호감으로 파리 시민들에게 사랑받게 된 에펠탑에 빗대어 에펠탑 효과라고 명명했다.
특정 대상에 무관심하거나 싫어하다가도 대상에 대해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그 대상과 오랫동안 함께 지낼수록 호감을 갖게 된다는 심리학 이론이다. 단순노출효과라고도 하는데, 이와 비슷한 효과로는 근접성 효과가 있다. 주로 언론 기관을 이용한 정부의 정책 홍보, 방송 프로그램 노출, 상품 광고 등에서 홍보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1889년 알렉상드르 귀스타브 에펠이 프랑스 파리에 처음 에펠탑을 세웠을 때 에펠탑은 파리 시민들로부터 흉물스럽다는 이유로 수많은 비판을 받았다. 모파상은 파리에서 에펠탑이 유일하게 보이지 않는 곳이란 이유로 때때로 에펠탑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함께 겪으면서 에펠탑은 어느덧 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게 됐다. 방송에서 특정 상품을 지속해서 간접광고(PPL)를 통하여 소비자들에게 반복해서 보여줌으로써 시청자의 구매를 끌어내거나 언론에서 특정 정책이나 현안을 반복적으로 노출함으로써 대중을 설득하는 데 이용하는 것 등은 에펠탑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 저명인사나 인기 연예인들을 광고에 사용하는 것은 이들의 친숙함으로 제품이나 브랜드의 매력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에펠탑 효과와 비슷한 뜻을 가진 “거자일소 내자일친(去者日疏 來者日親)”이라는 말이 있다. “떠난 자는 날로 멀어지고 자주 만나는 자는 날마다 새로워진다. 즉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라는 속담은 서로 친해지는 심리적인 근접성 효과를 의미하는 말이다.
사람들은 유유상종, 동병상련이라 비슷한 사람들끼리 공감대가 형성되기 쉽고 비슷한 사람끼리 모이기 쉽고, 가까이에서 자주 만나게 되면 서로 친해지게 된다는 근접성 효과를 위해 부유층 사람들과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고자 부유층과 자주 접촉하는 기회를 얻는 다거나 유명 인사가 오면 자신을 인식시키기 위해 눈도장을 찍기 애를 쓰는 것은 모두 에펠탑 효과로 자신의 입지를 굳히려는 처세술이다.
우리는 에펠탑 효과의 홍수 속에서 살아간다. 텔레비전을 켜면 보기 싫어도 막무가내로 광고의 시청을 강요당하고 있다. 길거리 상가의 간판, 전봇대, 광고탑, 각종 단체의 구호 등등 에펠탑 효과를 노리는 각종 광고나 홍보물 속에 갇히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보험 아주머니, 아파트나 상가 견본 주택 홍보, 영업사원들이 싫다고 내쫓아도 끈질기게 달라붙어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여 귀찮게 홍보한다거나 심지어 지하철을 타면 특정 종교를 믿으라고 권유하는 등 모두 에펠탑 효과를 기대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싫다고 하는 사람을 쫓아다니며 구애를 호소하다가 스토커로 신고 당하거나 데이트 폭력 등 에펠탑 효과에 의한 범죄행위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아파트나 공동주택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층간 소음으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는 것이 빈번해지고 있다. 자신만을 생각한 나머지 남을 배려하지 않는 극단적인 행위들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길거리에 버리는 행위, 등 기초 질서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많다는 것은 국민소득이 늘어나 경제적으로 잘 사는 나라의 국민답지 않은 에펠탑의 모습일 것이다. 이런 기초 질서가 무너진 모습은 에펠탑 효과가 아니라 똥파리나 모기 효과에 해당할 것이다. 똥파리나 모기는 자주 보아도 친근감이 들지 않고 오히려 혐오감이 들게 되고 마침내 분노를 폭발하게 만든다. 끝끝내 분수를 모르고 똥파리나 모기들이 극성스럽게 달려들어 사람들을 괴롭히게 되면 사람들은 파리채나 살충제를 뿌려 똥파리나 모기들을 퇴치한다.
물질적인 풍요는 선진국을 능가하여 잘살고 있는 우리나라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윤리 도덕적인 문화습성이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부끄러운 우리 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특히 나만 잘살면 그만이라는 물질만능주의 생활 방식을 고수하며, 특히 국민의 정신적인 문화를 이끌어가는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문화예술인들이 본분을 망각하고 자신의 명리적 가치 실현이나 추악한 사익을 추구로 에펠탑 효과를 노리는 것은 사회를 병들게 할 뿐이다.
이러한 본질을 외면한 속물적인 행위들을 필자는 똥파리 효과, 모기 효과로 명명하고자 한다. 마침내 많은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사회악이 되어 문화예술의 근본정신과는 전혀 이질적인 모리배 행위를 일삼는 똥파리로 전락하여 구린내 나는 곳만을 찾아가 제멋대로 차려놓은 밥상 위에 올라가 음식을 먼저 맛보는 기미 상궁 역할을 하거나, 제멋대로 음식에다 알을 까놓는가 하면, 남의 집 방안을 무단 침입하여 활개를 치고 돌아다니다가 방벽이나 천장에 똥을 누어 더러운 흔적을 남기는 똥파리 효과, 그리고 시궁창에서 장구벌레로 자라다가 모기로 변신하여 사람들의 피를 빨고 다니다가 살충제 세계를 받아 끝내 처참하게 사형선고를 받게 되는 모기 효과에 해당하는 문화예술인이 활개를 친다면 문화예술의 발전이 아니라 퇴보되는 암적인 존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 각 분야에서 에펠탑 효과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제발 똥파리 효과나 모기 효과에 해당하는 추악한 행동은 다시는 문화 재생산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생활 주변에서 에펠탑 효과는 처음에는 거부하나 나중에는 긍정적인 문화로 자리 잡게 되지만 똥파리 효과나 모기 효과로 사회악이 되는 문화예술 풍토는 스스로 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예를 든다면, 문학 분야에서 문예지를 발행하여 문단 등단이라는 빌미를 영업전략으로 엉터리 문인을 등단이라고 내세워 단골 고객화하고, 발행자 임의대로 찬조금 순서, 고객 경력순을 우선하여 문단의 위계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 각종 문학단체에서 감투 경력을 우선하여 문단 위계질서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행위, 엉터리 작품을 공무원과 결탁하여 국민의 혈세로 시비를 건립하는 부끄러운 행동 등 똥파리 효과나 모기 효과를 에펠탑 효과로 착각하고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다고 떠들어대는 속물적인 무질서한 풍토가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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