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자는 “하늘에 올라 안개 속을 거닐고, 무극을 배회하는(登天游霧 撓挑無極)”(왕꾸어똥, 『장자평전』, 신주리 옮김, 미다스북스, 2005, 79쪽.) 상상을 했다. 이처럼 장자는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오르는 상상력을 발휘했다. 무한한 우주 공간인 하늘을 날아오르는 이야기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신선 이야기’, ‘열자 이야기’, ‘지인(至人, 덕이 높은 사람) 이야기’, ‘세속을 초월한 사람 이야기’ 등이 대표적이다.
장자는 자유로움을 물고기(鯤)와 새(鵬)에 비유하여 은유로 말한다. 동양에서 수필의 효시라고 불리는 장자의 「소요유」를 읽어 본다.
북녘 바다에 물고기가 있다. 그 이름을 ‘곤’이라고 한다. 곤의 크기는 몇 천 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이 물고기가 변해서 새가 되면 그 이름을 ‘붕’이라 한다. 붕의 등 넓이는 몇 천 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힘차게 날아오르면 그 날개는 하늘 가득히 드리운 구름과 같다.
이 새는 바다 기운이 움직여 대풍이 일 때 그것을 타고 남쪽 바다로 날아간다. 남쪽 바다란 곧 천지(天池)를 말한다. 제해(齊諧)란 괴이한 일을 아는 사람이다. 그 제해의 말에 따르면 ‘붕이 남쪽 바다로 날아갈 때는 파도를 일으키기를 3천 리, 회오리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오르기를 9만 리, 그런 뒤에야 여섯 달 동안 날아가서 쉰다’고 한다. 달리는 말 같고 먼지 같은 것은 천지 간의 생물이 서로 입김으로 내뿜어 생기는 현상이다.
그러고 보면 하늘의 새파란 빛은 과연 제 빛깔일까. 아니면 멀리 떨어져서 끝이 없기 때문일까. 내가 또한 아래 세상을 내려다보니 올려다볼 때처럼 새파랗구나. 가령 물 괸 곳이 깊지 않으면 큰 배를 띄울 만한 힘이 없다. 한 잔의 물을 마루의 패인 곳에 엎지르면 작은 풀잎은 떠서 배가 되지만, 거기에 잔을 놓으면 바닥에 닿는다. 물은 얕은데 배가 크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바람 쌓인 것이 두텁지 않으면 큰 날개를 띄울 만한 힘이 없다.
그러므로 9만 리나 올라가야 날개 밑에 충분한 바람이 쌓인다. 그런 뒤에 비로소 붕은 바람을 타고 푸른 하늘을 등에 진 채, 아무런 장애도 없이 바야흐로 남쪽을 향하게 된다. 매미와 비둘기가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있는 힘껏 날아올라야 느릅나무나 박달나무에 이르지만, 때로 거기에도 이르지 못해서 땅바닥에 동댕이쳐진다. 그런데 어째서 9만 리나 올라가 남해로 가려고 하는가.’
교외의 들판에 나가는 사람은 세 끼니의 식사만으로 돌아와도 아직 배가 부르지만, 백 리 길을 가는 사람은 하룻밤 걸려 곡식을 찧어야 하고 천 리 길을 가는 사람은 석 달 동안 식량을 모아야 한다. 그러니 이 조그만 날짐승들이 또한 어떻게 대붕의 비상을 알랴.
- 『장자』, 「내편」 중 ‘소요유’, 신주리 옮김
“장자가 볼 때, 물을 3천 리나 튀기고 9만 리 높이 수직 상승하는 큰 붕새나, 바람을 타고 날 수 있는 열자는 비록 높이 날지만, 모두 바람에 의지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만일 바람의 힘을 빌지 않고 아득한 우주 공간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소요가 아니겠는가? 장자는 「소요유」라는 명편에서 바로 장자가 추구하던 인생을 이야기하였다”(왕꾸어똥, 위의 책, 80쪽.).
장자가 비유한 북녘 바다의 물고기 ‘곤(鯤)’이 날개가 달려 새로 변하면 ‘붕(鵬)’이 된다. 이 ‘붕’이 날개를 펼쳐 남쪽 바다로 갈 때 물길을 가르는 것이 삼천리, 요동쳐 오르는 것이 구만리였다. 6개월을 날은 후 쉴 정도로 과장된 허구의 새이다. 장자는 허구의 이야기를 잘 아는 제해(齊諧)라는 사람의 말을 인용하여 자기 생각과 느낌을 더하여 우의(寓意)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장자처럼 현실을 초월한 자유로운 삶을 추구해야 한다. 장자는 초현실적 자유로움을 추구했다. 이것은 모든 인간이 꿈꾸는 이상향이다. 시적 화자를 장치할 때도 초현실적인 자유로움을 좇아 이상향을 꿈꾸는 것을 반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고기가 새로 변화한다는 것은 진화론의 사유이다. 물론 제해의 이야기를 인용한 것이지만, 그 시대에 장자가 어떻게 진화론적 사고를 할 수 있었을까?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9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