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최근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통령 선거일과 동시에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제안을 내놓으면서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 전반에 새로운 논의의 장이 열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절차적 제안에 그치지 않고, 국가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시대적 요구라 할 수 있다.
지난 수년간 반복된 국정 혼란과 극단적 진영 대립은 현행 헌법 체계가 한계에 봉착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 사법의 정치화, 국회의 무력화 등은 구조적 전환 없이는 극복이 불가능한 문제들이다. 이제는 국가 운영의 근간을 재검토하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헌정 체계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개헌의 핵심 쟁점
첫째, 대통령 권한의 재편이 시급하다.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유지되어온 단일 행정부 중심의 권력 구조는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집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는 야당과의 대립과 정책 마비를 반복적으로 발생시켜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피해를 입히고 있다. 따라서 권력 분산과 견제 장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헌정 구조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통령 임기 제도 역시 재고되어야 한다. 단임 5년제가 가져오는 정책 단절성과 책임 회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년 중임제 또는 3년 단기 연임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보다 유연한 행정부 운영과 정책 연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셋째, 국회와 행정부 간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현재 국회의 예산 심의 및 행정사무감사 권한은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실질적인 견제 기능은 매우 미약하다. 국회의 입법권과 감사권을 강화하여 민주적 통제를 실현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개헌의 시기와 과제
국민투표의 시기적 적절성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대통령 선거일과 병행하는 방안은 참여율을 높이고 행정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해외 거주 국민의 투표권 문제 등 현행 국민투표법의 정비가 선행되어야 실현 가능하다.
개헌 논의에서 정치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다. 여야 간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한 정치적 리더십이 절실하며, 과거처럼 공약에 그친 개헌 논의를 반복하지 않도록 철저한 제도 설계와 일정 계획이 수반되어야 한다.
대안적 헌정 체계 모색
프랑스식 이중집정부제는 대통령이 외교·안보를,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여 권한을 분산시키는 구조이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면서도 협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타당한 대안으로 평가된다.
독일식 의원내각제는 총리 중심의 실권 구조를 통해 정책 연속성과 정치 안정성을 보장하며, 대통령은 상징적 역할에 집중한다. 이러한 방식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부각되는 형태로 한국 사회에도 충분히 응용 가능하다.
임기 단축형 연임제는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줄이고 1회 연임을 허용함으로써 책임 정치와 정책 추진의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절충적 해법이 될 수 있다.
정책적 제언
공론화 위원회를 구성하여 시민사회와 학계가 참여하는 헌법 개정 논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국회 내 특별위원회 구성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사회적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수렴함으로써 헌법 개정 과정에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지방분권을 헌법적으로 명문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현행 헌법 제117조에 명시된 자치 조항을 넘어 지방의회의 조례 권한 확대와 중앙-지방 간 재정 조정 메커니즘을 구체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결론
헌법 개정은 단순히 권력 구조를 변경하는 작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국가 리셋의 기회라 할 수 있다. 여론 조사에서도 과반 이상의 국민들이 개헌에 찬성하고 있는 지금, 정치권은 이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차기 대통령 후보들은 개헌을 핵심 공약으로 명시하고 당선 즉시 국회 내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가동해야 한다. 역사는 주저하는 자에게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다. 이제는 결단력 있는 행동으로 국가 운영 체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국민 통합과 미래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할 때이다.
박동명 / 법학박사
∙ 한국공공정책학회 상임이사
∙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