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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질러라 (62)
누가 바람의 흐름을 결정하는가
누가 나의 목소리를 가둬두는가
생각의 오두막에 불을 질러버려라
전도되는 가치의 불꽃을 바라보며
관념으로 묶은 구속의 사슬이 끊어라
빈집을 떠나지 못하는 자들에게
따뜻하고 경건하게 바치는 위로도
사랑 없이 버틸 수 있는 이유라네
나는 저 세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 세계에 있는 것을 안다네
상냥한 도덕으로 쌓아 올린 벽이
마침내 나를 가두는 감옥이라면
망설임 없이 성냥을 그어야 한다네
나는 지금 저항이 절실히 필요하다네
경멸과 몰락이라는 위대한 순간처럼
파괴의 심장에 불을 질러야 한다네

[전승선]
시인
자연과인문 대표
이메일 : poet196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