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내 주장을 고집하지 마라.”
장자의 『덕충부』에서 유래한 ‘화이불창(和而不唱)’의 가르침은, 지금 이 시대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유효한 통찰을 제공한다. 이 고전의 지혜는 단순한 도덕률이 아닌, 실질적인 경영 전략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변화가 빠르고 복잡한 오늘날 기업 환경에서, 과거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말 잘하는 리더’보다는 잘 듣는 리더, 즉 경청의 리더십이 더 큰 성과를 이끌고 있다.
경청을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삼은 기업들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슈퍼앱 기업 그랩은 초창기 창업자들이 현지 택시기사들의 이야기부터 들으며 서비스를 설계했다. 그들은 "기존 교통앱은 운전자를 배려하지 않는다"는 말에 주목했고, 운전자 중심의 기능(수수료 투명성, 수익 분석 대시보드 등)을 반영해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다.
그랩은 기술적 우위보다 ‘들어주는 자세’에서 출발한 서비스 설계로 동남아 각국의 복잡한 도로환경, 문화 차이를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이용자 경험(UX) 혁신의 출발점을 고객의 목소리에서 찾았다. 창업 초기, 사용자 수가 정체되던 시기 공동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는 단순한 마케팅 확장보다 이용자 한 명 한 명과 직접 인터뷰하며 문제를 청취했다.
그는 “당신이 원하는 완벽한 에어비앤비는 어떤 모습입니까?”라는 질문으로 수많은 숙박자와 호스트를 만나 그들의 니즈를 수집했다. 이를 바탕으로 숙소 등록 절차 간소화, 후기 신뢰도 강화, 호스트 지원 프로그램 등을 도입하며 이용자 맞춤형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에어비앤비는 ‘직접 듣고, 즉시 반영하는 실행력’을 문화로 정착시켰고, 이는 글로벌 확장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 단순한 ‘숙박 앱’이 아닌, 사용자 경험 기반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은 바로 이 경청의 태도에서 출발했다.
국내 MZ세대 중심의 생산성 협업툴 스타트업 ‘두잇’은 매주 ‘노타치 회의’를 연다. 이 회의는 상급자의 발언을 금지하고, 팀원들이 하고 싶은 말만 자유롭게 공유하는 방식이다. 창업자는 “내가 말할수록 아이디어는 사라지고, 내가 들을수록 창의성이 생겼다”고 말한다. 이 철학은 ‘무례하지 않은 수평 조직’으로 두잇을 성장시켰다.
‘화이불창(和而不唱)’이 주는 경영의 교훈
장자가 소개한 ‘애태타’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지만 모두가 따르고 싶어 했던 인물이다. 이는 단순한 순응이 아니라, 경청을 통해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을 의미한다.
내에서 이런 태도는 리더에게만 국한된 덕목이 아니다. 제품 기획, 고객 대응, 팀워크 형성 등 모든 기업 활동에서 경청의 문화가 자리잡을 때, 조직은 자연스럽게 내적 신뢰를 구축하고 외부와의 관계에서도 장기적 신뢰를 얻게 된다.
말보다 귀가 강한 시대다.
단순한 화술이나 설득력이 아닌, 상대의 마음을 읽고 존중하는 태도, 즉 경청에서 비롯된 변화가 기업을 바꾼다. 장자의 ‘화이불창(和而不唱)’은 시대를 초월한 리더십 전략이자, 오늘날 비즈니스 현장에서 가장 실용적인 혁신의 출발점이 된다.
지금, 조직 안에서 얼마나 잘 듣고 있는가를 스스로 물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