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자(莊子)』의 「외편」 ‘지락(至樂)’에서 장자는 아내가 죽자, 대야를 두드린다. “아내 죽은 날 대야 두드리며 노래 부르던 장자”라는 고전 일화를 깊이 사유해 볼 필요가 있다. ‘대야’는 ‘질그릇’, ‘동이’, ‘항아리’라고 이해하면 무리가 없다.
장자의 친구인 혜시(惠施)가 장자의 아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조문을 갔을 때, 마침 장자가 질그릇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를 읽어 본다.
장자의 아내가 죽자 혜자는 조상을 간다. 그때 장자는 바야흐로 두 다리를 뻗고서 동이[盆]을 두드리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래서 혜자는 말하기를, “자네는 부인과 함께 살면서 자식도 기르고 몸이 함께 늙어가다 죽었는데, 곡을 하지 않는 것은 혹 그럴 수도 있겠으나 동이를 두드리면서 노래까지 부르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하니, 장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지가 않네. 그가 처음 죽었을 때 내가 어찌 슬퍼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그가 태어나기 이전의 처음을 살펴볼 때 원래 생명력이 없었네. 생명이 없었을 뿐 아니라, 본래 기(氣)도 없었네. 흐릿하고 아늑한 사이에 섞여 있다가 변해서 기가 생기고 기가 변하여 형체가 생기고 형체가 변하여 생명이 갖추어졌네. 그것이 지금 또 바뀌어 죽음으로 간 것이네. 이것은 춘하추동 네 계절이 번갈아 운행하는 것과 같네. 그 사람은 바야흐로 천지 사이의 큰 방에서 편안히 자고 있네. 그런데 내가 큰소리로 따라서 운다면 스스로 천명에 통하지 못하는 것 같으므로 울기를 그쳤네.”라고 했다.
-『장자』, 「외편」 중 ‘지락’, 이석호 역
인용문은 현대 과학적 사고로도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정자와 난자는 무(無)에서 생겨난다. 어머니 자궁 속에서 태아의 형체가 만들어져 생명을 얻는다. 열 달 동안 형체가 변하여 인간으로서 형체가 갖추어지면 탄생한다. 그 후 유아에서 아동으로, 청소년으로, 성인으로, 노인으로, 주검으로, 흙으로 변화해 가는 자연의 순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런 자연 순환은 노자의 ‘대(大)→서(逝)→원(遠)→반(反)’의 무한순환(無限循環)과 똑같은 의미이기도 하다.
장자의 천명(天命)에 관한 깨달음의 이야기이다. 이는 장자의 자연 순환에 관한 깨달음이라서 아내의 죽음마저 슬프지 않다는 감성 지점까지 흘러간다. 예나 지금이나 이를 공감하기에는 감성적 한계가 있는 듯하다. 이 이야기에서 우주와 자연의 형체는 변화무상하다. 늘 변화해 간다. 우주, 자연, 사회 현상은 고정불변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는 깨달음이 담겨 있다.
우리가 몸을 싣고 살아가는 우주와 자연은 늘 변화무상한 움직임으로 형체가 변화해 간다. 이를 잊지 말자.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9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