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정적 무위(無爲)’의 예술… 2025 한강 멍때리기 대회 열린다
서울 한복판, 도심의 분주함을 내려놓고 진정한 쉼을 만끽할 시간이다. 서울시는 오는 5월 11일(일),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2025 한강 멍때리기 대회’를 개최한다. 올해로 8회를 맞은 이 행사는 지난 2016년 처음 시작된 이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치열한 일인지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이색 힐링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총 4,547팀의 신청자 중 치열한 경쟁률 57대 1을 뚫고 최종 80팀(128명)이 대회 참가자로 선정됐다. 참가자들은 90분간 ‘심박수 변화가 적을수록 높은 점수’를 얻는 기술점수와, 현장 시민 투표로 매겨지는 예술점수를 합산해 승부를 겨룬다.
대회는 암밴드형 심박 측정기를 통해 15분 간격으로 생체 데이터를 수집하고, 동시에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시민투표를 통해 가장 멍때리기에 충실한 참가자를 뽑는 형식이다. 예술점수 상위 10팀을 먼저 추린 뒤, 그 중 심박 변화가 가장 적은 참가자가 최종 수상자로 결정된다.
“격렬하게 쉬는 중입니다”… 참가자들의 사연도 ‘눈길’
이번 대회의 참가자 면면도 화제다. 일상에서 쉼을 갈구하는 각계각층 시민들이 참여해 한강 위에서의 ‘무위’에 도전한다. 특히 60대 양 모 씨는 “손자, 딸과 함께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며 황혼육아의 고단함 속에서도 밝은 에너지를 전했다. 또 새벽 4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환경공무관 박 모 씨는 “사람들과 어울려 온전히 즐길 수 있는 하루를 기대하고 있다”며 참여 이유를 밝혔다.
군인, 구급대원, 기관사, 교도관, 사회복지사 등 평소 정해진 루틴과 책임 속에 살아가는 직업군이 주를 이뤘다. 이들은 대회를 통해 정신적, 육체적 재충전을 얻고, 새로운 활력으로 일상에 돌아가고자 하는 공통된 바람을 담았다.
잠수교는 축제의 장… 시민 누구나 ‘쉼의 기술’ 직접 체험 가능
한강 멍때리기 대회가 열리는 11일, 잠수교 일대는 차량을 통제하고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가 함께 열린다.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이어지는 이 행사에는 플리마켓, 푸드트럭, 힐링존 등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가득하다.
서울시는 “지속 가능한 휴식 문화 조성을 위해 한강의 활용 가능성을 더욱 넓혀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은 “현대인의 일상에 쉼표를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도시가 줄 수 있는 가장 창의적인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한강 멍때리기 대회’는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선 도시 힐링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행동’임을 일깨우는 이 대회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춤의 여유를 찾고자 하는 모든 시민에게 진심 어린 쉼표를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