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자의 우화에 나오는 나무숲 이야기 가운데 약육강식에 관한 밤나무 숲 우화 한 편을 더 읽어 본다. 매미를 노리는 사마귀, 사마귀를 노리는 까치, 까치를 노리는 장자, 장자를 노리는 숲지기라는 이야기 구조와 상상력이 매우 돋보인다. 이는 자연 속 힘의 작용에 관해 창조적 상상력으로 꾸며낸 우화이다. 아래 인용문은 장자가 밤나무 숲을 배경으로 그의 제자 인차(藺且)와 문답한다
장자가 어느날 조릉(雕陵)이라는 밤나무 숲의 울타리에서 놀다가 한 마리 이상한 까치가 남쪽으로부터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그 까치 날개의 넓이는 7척이나 되고 눈동자의 직경도 한 치나 되었는데 장자의 이마를 스치고 날아가 밤나무 숲에 가 앉는다.
장자는 마음속으로 ‘이것은 어떤 새인가? 그렇게 큰 날개를 가지고도 높이 날지 못하고 그렇게 큰 눈을 가지고도 사람도 보지 못하나.’ 하고서, 바지를 걷어 올리고 재빨리 걸어가 화살을 잡아 끼우고 있었다. 그때 살펴보니 한 마리 매미가 기분 좋게 나무 그늘에 앉아 자신도 잊어버리고 신나게 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는 한 마리 사마귀가 나뭇잎에 숨어 그 매미를 노리고 있는데 자신마저 잊고 있었다.
그런 그 곁에는 그 이상한 까치가 기회를 타서 이 사마귀를 잡으려고 눈독을 들이느라고 자신도 잊고 있으면서 장자에게 잡히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장자는 이를 보고 놀라, ‘아, 만물은 서로 해치고 이해는 서로 얽혀 있구나!’ 하고서 활을 버리고 돌아왔다. 그러자 밤나무 숲을 지키는 사람은 장자가 밤을 따가려는 도둑인 줄 알고 뒤를 쫓아오면서 욕을 하였다.
-『장자』, 「외편」 중 ‘산목’, 이석호 역
인용문에는 장자의 관찰력이 돋보인다. 숲속에서 까치, 사마귀, 매미라는 먹이 사슬을 한꺼번에 꿰뚫어 본다. 그야말로 숲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숲속 먹이 연쇄의 생명체를 세세하게 들여다본다. 이는 천수를 누릴 수 있는 장자의 처세관이 녹아 흐른다. 특히 사마귀가 매미를, 까치가 사마귀를, 장자가 까치를 해치려 한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장자→까치→사마귀→매미 순으로 해치려고 한다. 여기서 반전은 장자도 밤나무 숲지기에게 쫓겨 도망을 간다.
이 우화는 약육강식의 교훈이 담겼다. 또한, 뫼비우스의 띠처럼 가해자가 피해자이고, 피해자가 가해자이다. 삶의 이치인 흑과 백, 참과 거짓이 맞물려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얼기설기 이해관계로 엮여 있음을 간결하게 묘사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장자의 우화는 매우 교훈적이다. 이 이야기를 되새기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때로는 삶의 과정에서 팽팽한 경계심이 필요하다. 느슨한 경계심으로 인해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늘 조심하자.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9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