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창호, 이하 ‘인권위’)는 2024년 10월 15일 법무부장관에게 인도적체류자의 가족결합이 가능하도록 「난민법」 개정을 추진할 것을 권고했으나, 법무부는 2024년 11월 28일 해당 권고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회신했다.
인도적체류자는 「난민법」 제2조 제3호에 따라 난민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고문 등 비인도적 처우 또는 생명·신체의 자유 침해 가능성이 있는 경우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체류를 허가받은 외국인이다. 이는 국제적으로 ‘보충적 보호(Subsidiary/Complementary Protection)’지위로 분류되는 개념이며, 유엔 및 각국은 이들을 실질적인 보호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국내 「난민법」은 난민 인정자에 대해서는 배우자 및 미성년 자녀의 입국을 허용(제37조)하고 있으나, 인도적체류자에 대해서는 관련된 법적 근거가 없어, 해외에 거주하는 가족과의 결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인도적체류자의 체류기간이 장기화(5년 이상 700명 이상, 10년 이상 체류자도 67명 존재, 2021. 3. 기준)되는 현실에서 가족결합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은 정서적·물리적 분리에 따른 인권침해 우려를 초래한다.
가족결합권은 헌법 제36조 제1항, 세계인권선언 제16조, 시민적·정치적 권리규약(ICCPR) 제23조, 아동권리협약 제9조 및 제10조 등 국내외 인권규범에서 모두 보장하는 기본권이며, 국적이나 체류 지위와 관계 없이 적용되어야 하는 ‘인간의 권리’이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가족결합은 국가 간 협력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며, 가족생활에 대한 존중은 입국·거주의 재량을 넘어 국제인권규범의 적용 대상”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난민인정자에게 적용되는 가족결합권을 인도적체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기 어렵고, 해외 가족 초청 허용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므로 신중 검토가 필요하다”라며 권고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이에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소위원회 위원장: 남규선 상임위원)는 2025년 4월 8일, 장기간 국내에 거주하는 인도적 체류자가 가족과 분리된 채 살아가는 현실이 지속되는 것은 국제인권기준에 반할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포용성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5조 제6항에 따라 관련 내용을 공표하기로 결정하였다.
한편 인권위는 2021년에도 ‘인도적 체류자의 지위 및 처우 개선 권고’를 통해 법령 개정과 처우 개선을 촉구한 바 있으며, 그 결과 일부 지침이 개정되었고 당시 법무부는 인도적체류자의 체류 안정성 제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회신한 바 있다. 인권위는 앞으로도 인도적체류자를 포함한 국제적 보호대상의 실질적 인권 보장을 위해, 관련 제도개선 권고와 사회적 공론화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