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숙 칼럼> 트럼프와 하버드

하버드는 1636년, 영국 청교도들이 매사추세츠만 식민지에 세운 학교였다. 


그들은 권위보다 양심을, 의식보다 실천을, 맹신보다 도덕을 중시했다. 하버드는 그런 정신 위에서 태어났다.

 제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왕을 견제할 인간, 자기 이익보다 공동체의 도리를 아는 인간을 기르는 전당이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말했다.

 “나는 하버드를 안 나왔지만 부자고, 대통령을 두 번 했다.” 

그는 이 말로 자신이 미국 사회의 엘리트 교육을 이기고 올라섰다고 믿는다.


 왜 트럼프는 하버드를 향해 조롱의 화살을 겨누는가. 그는 자신이 손에 쥔 돈과 권력을 더 강한 가치로 내세운다.

 그의 선언은 단순한 자랑이 아니라, 시대의 지성을 불편해하는 권력자의 방어적 태도다. 대통령이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그 확신, 정치는 곧 거래이고 힘이며 지시라고 여기는 그의 시선은 한 인간의 자의식이 어디까지 팽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그 자의식의 유효 기간은 길어야 8년, 대통령직은 국민이 위임한 한시적 권력일 뿐이며, 세월이 지워낼 수 있는 임시직이다.


 반면 교육은 그렇게 쉽게 무너질 수 없는 정신의 축적이며, 하버드는 그 증거다. 

하버드는 존 F. 케네디, 버락 오바마, 루이스 브랜다이스, 코피 아난, 앨 고어처럼 권력보다 책임, 권위보다 통찰을 보여준 이들을 세상에 내보냈다. 


트럼프가 하버드에 들어가는 예산을 일반 학교로 돌리겠다고 한 말은 얼핏 민주주의적 분배로 들릴 수 있지만, 실상은 자신이 감당하지 못하는 세계를 손에 쥐고 흔들겠다는 심리적 저항에 가깝다. 지성을 따라가지 못할 때, 어떤 권력자는 그것을 무너뜨리려 한다. 


미국은 청교도의 정신을 뿌리에 두고 성장해왔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마치 혼자 큰 줄 아는 그릇된 아이처럼, 자신을 길러낸 토양을 지우려 한다. 

전 세계의 사유가 오가는 배움의 장을 계산기 위에 올려놓고, 외국인 유학생을 부담으로 규정하며, 세계가 만든 미국을 미국 혼자의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트럼프의 말처럼 하버드를 나오지 않아도 대통령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하버드를 겨냥하고, 자신이 그 자리에 섰다는 이유만으로 교육을 흔들고 역사를 거슬러 오를 자격은 없다. 하버드는 미국의 것이기 이전에 인류의 자산이며, 그 전당에 깃든 정신은 어떤 권력도 소유할 수 없다. 

정치 권력은 국민이 준 것이고, 지성은 시간과 사유가 남긴 것이다. 


하버드를 흔들 자격은 트럼프에게 없다. 그리고 미국은 그 뿌리 위에서 자라났다는 사실을 더 늦기 전에 기억해야 한다.


비평칼럼니스트 이헌숙


작성 2025.05.27 11:19 수정 2025.05.2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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