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택호 교수] “손흥민은 왜 '군자형 리더'인가?” – 유교사상으로 본 축구 캡틴의 품격

리더십의 동양적 이상형, ‘군자’란 무엇인가?

손흥민, 말보다는 행동으로 이끄는 리더의 표본

팀워크, 겸손, 책임감: 현대 사회에서 부활하는 유교정신

"군자는 남을 이끌기 전에 자신을 다스린다."
유교사상에서 군자는 단순히 지위 높은 자가 아니라, 도덕적 품성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 수양을 실천하는 존재이다. 공자는 “군자는 말보다는 행동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자는 권위를 휘두르는 자가 아니라 덕으로 감화시키는 지도자다.

 

오늘날 이러한 '군자형 리더십'은 낡고 비현실적인 개념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은 이 고전적 덕목을 현장에서 실천하며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유럽 무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무대에서 활약하는 손흥민이 보여주는 리더십은 매우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강력하다. 외치는 자가 아닌, 보여주는 자. 손흥민은 과연 현대 사회가 잊고 지냈던 유교적 리더의 부활인가?

 

손흥민, 말보다는 행동으로 이끄는 리더의 표본

2023년 토트넘 홋스퍼에서 주장 완장을 처음으로 찬 손흥민은 팀의 공식 주장으로서 첫 시즌을 치르며 수많은 리더십의 장면을 만들어냈다. 특히 2023년 8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손흥민은 경기 종료 직후 패배로 낙담하는 동료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격려했다. 

 

실수로 실점을 유도했던 수비수에게는 먼저 다가가 등을 다독였고, 벤치에 앉아 울고 있던 유망주에게는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 장면은 현지 중계 카메라에 그대로 포착되었고, 영국 BBC는 이를 “현대적 리더의 본보기”라고 보도했다.

 

손흥민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늘 ‘함께’라는 말을 강조한다. 2023년 12월 브라이튼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에도 그는 단독 세리머니 대신 어시스트를 기록한 동료 선수와 손을 맞잡고 함께 관중에게 인사했다. 

 

이는 ‘나’보다 ‘우리’를 강조하는 공동체 중심의 유교 사상과도 맞닿아 있다. 유교에서 말하는 공경(敬)과 배려(仁), 겸양(謙)은 리더가 가져야 할 중심 덕목으로 손흥민의 행동에 그대로 반영된다.

 

또한 그는 팬들과의 관계에서도 리더로서의 태도를 잃지 않는다. 경기가 끝나고 가장 늦게까지 남아 팬들과 눈을 맞추며 유니폼을 건네는 모습은 반복된다. 단순한 팬 서비스 이상의 의미가 있다. ‘먼저 배려하고 낮추는 것’이 손흥민 리더십의 기본값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손흥민은 골이나 승리라는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서의 품격과 태도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한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권위가 아닌 공감으로 이끄는 손흥민의 리더십은 유교가 말하는 군자의 현대적 실천형태라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토트넘 홋스퍼 주장 완장찬 손흥민선수의 모습, 챗gpt 생성]

팀워크, 겸손, 책임감, 현대 사회에서 부활하는 유교정신

유교는 오랫동안 권위주의의 대명사로 오해받아왔다. 하지만 본래 유교에서 강조한 것은 계급이나 명령이 아니라, 자기 수양과 타인을 위한 배려,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다. 현대의 리더십 이론들이 ‘감성지능’이나 ‘서번트 리더십(섬김의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 유교는 이미 2천 년 전부터 그것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손흥민이 보여주는 리더십은 그런 유교정신의 현대적 부활이다. ‘내가 이끄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이뤄가는 것’이라는 태도. 그의 리더십은 오늘날 조직과 사회가 갈망하는 인간 중심의 리더상에 대한 살아 있는 사례가 된다.

 

특히 Z세대는 더 이상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리더’를 따르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믿음을 주는 리더, 함께 성장하는 리더를 원한다. 손흥민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리더로, 스포츠라는 무대에서 유교가 말한 이상적 인간상을 구현하고 있다.

 

손흥민을 통해 본 리더십의 미래, 유교의 재해석 가능성

현대 사회에서 유교는 보수적이고 경직된 시스템의 뿌리로 비판받기도 했다. 그러나 손흥민을 통해 보면, 유교는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 무궁한 자산이다. 그가 보여주는 경청, 겸양, 희생, 공동체 의식은 모두 유교에서 중요하게 여긴 리더십 요소들이다.

 

특히 글로벌 스포츠 무대에서 동양인 리더로 인정받는다는 점은 중요하다. 손흥민은 단지 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라, 전 세계가 인정한 '리더'이다. 유럽과 아시아, 남미 선수들이 섞여 있는 토트넘이라는 국제적인 팀에서 그는 모두의 존경을 받고 있다. 이는 단지 성과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결과이다.

 

그의 리더십은 말보다 행동으로 전파되고, 결과보다 과정에서 신뢰를 얻는다. 그런 면에서 손흥민은 리더십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리더십이 어떻게 존경으로 이어지는지를 몸소 보여준다. 이것이야말로 유교가 말한 ‘덕으로 다스리는’ 리더의 본질이다.

 

 '군자'가 다시 필요한 시대, 손흥민이 말없이 던지는 질문

우리는 지금 리더의 위기를 겪고 있다. 정치든 기업이든, 신뢰보다는 권력이, 존경보다는 두려움이 앞서는 리더들이 많다. 그런 시대에 손흥민은 무대 위에서 말없이 묻고 있다.


“리더란, 과연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그의 리더십은 다시 한 번 ‘덕’의 가치를 생각하게 만든다. 말로 강요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리더. 개인의 이익보다 공동체의 목표를 먼저 생각하는 리더. 오늘날의 우리는 그런 '군자형 리더'를 갈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손흥민이 보여주는 이 조용한 리더십은 단지 스포츠를 넘어, 교육과 정치, 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조직에서 참고할 수 있는 교본이 된다. 동양의 지혜와 현대의 현실이 교차하는 그 지점에서 손흥민은 말한다.


“좋은 리더는 스스로를 다스리는 사람이다.”

 

 

 

 

 

 

작성 2025.05.27 23:36 수정 2025.05.27 23:37

RSS피드 기사제공처 : 라이프타임뉴스 / 등록기자: 이주연 정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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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