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금기를 깨고 대중을 사로잡다
프랑스 정치사에서 이토록 ‘이질적’이면서도 ‘당연한 듯’ 중심에 선 인물은 드물다. 2017년, 단 한 번의 대선 출마로 대통령에 당선된 당시 39세의 엠마뉘엘 마크롱은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자, 국민을 열광시킨 ‘현대적 유혹자’의 전형이었다. 글로벌다이렉트뉴스의 ‘세기의 유혹자’ 시리즈는 정치적 지지나 반대를 떠나, 그가 어떻게 시대를 매혹시켰는지를 조명한다.

마크롱이 유혹자인 이유는 단순히 젊고 똑똑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금기에 가까운 관계—자신의 고등학교 시절 24살 연상 문학 교사이자 유부녀였던 브리짓과의 사랑에서부터 시작해, 정치 입문 후 짧은 시간 내에 프랑스 대중의 감정을 정확히 읽고 대통령에까지 오른 그의 감정 지배력, 메시지 설계 능력, 극복의 서사는 유혹자라는 프레임으로 보아야 비로소 완전해진다.
선생님을 유혹한 소년, 파리를 삼키다
마크롱의 연애사는 세계 언론의 단골 소재였다. 15세 시절, 그는 고등학교 선생님 브리짓을 만난다. 그녀는 41세였고, 세 자녀의 어머니였다. 마크롱은 파리로 전학을 가며 “나는 당신과 반드시 결혼할 것”이라 고백했고, 수년 후 그녀는 남편과 이혼하고 그와 결혼한다. 한국적 정서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 관계는, 마크롱이라는 인물이 ‘사회적 통념’이나 ‘도덕적 잣대’로는 설명되지 않는 존재임을 암시한다.
문학과 연극을 가르치던 브리짓에게 마크롱은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를 인용하며 접근했다. 지성과 감성, 문학적 상상력을 무기로 마음을 연 그는, 단순히 스캔들 속 인물이 아닌 심리적 분석자이자 설득자였다. 이후 마크롱은 자신이 파악한 브리짓의 내면—“보바리즘에 빠진 일상 탈주의 욕망”—을 공략하며 관계를 이어간다. 유혹의 기술은 이처럼 철저히 관찰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정치 신인의 돌파, 대중 감정에 입체적으로 접근하다
경제관료 출신으로 로스차일드 은행에서 인수합병 전문가로 일했던 마크롱은 정치권에선 신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누구보다 민족주의 감성, 혁신적 언어 사용, 그리고 연설에서의 감정 퍼포먼스로 대중을 사로잡는다. 그의 대선 슬로건 ‘앙마르슈(En Marche)’는 단순한 전진을 뜻하는 구호가 아니라, 정치 체계에 환멸을 느낀 국민을 향한 일종의 감정적 구조요청이었다.
마크롱은 좌우를 모두 비판하며 스스로를 ‘중도 혁신’으로 브랜딩했고, 동시에 “프랑스여, 영원하라(Vive la France)”를 반복하며 애국심에 불을 지핀다. 이는 찰스 드골, 나폴레옹, 잔 다르크처럼 프랑스 정치사에서 사랑받아온 영웅들의 코드이기도 하다. 버락 오바마의 지지 선언, 카리스마 있는 연설과 상징적인 바디랭귀지, 그리고 강한 어휘 선택은 그를 순식간에 ‘국민의 지도자’로 부상시켰다.
무엇보다, 그의 연설은 브리짓에게 배운 연기적 감수성과 문학적 어휘력이 핵심이다. “그녀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다”는 마크롱의 고백처럼, 그의 유혹은 개인의 것이 아닌 두 사람의 합작품일지도 모른다.
GDN의 시선
에마뉘엘 마크롱은 단순히 대통령이 아니다. 그는 대중의 감정을 읽고 조율하는 설계자이자, 금기조차 전략으로 활용하는 유혹자다. 나이 차이를 극복한 사랑이든, 혼란한 시기에 감정을 파고든 연설이든, 그의 유혹은 사적인 매혹에서 공적인 설득으로 확장된다.
글로벌다이렉트뉴스는 마크롱을 ‘세기의 유혹자’라 정의한다.
그는 시대가 원하는 리더의 감정적 언어를 알고 있었고,
그 언어를 현실로 번역할 줄 아는 유혹의 기술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