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우주 [기자에게 문의하기] /
글자 없는 거리에서
일탈을 꿈군 네비게이터가 잠적한 날
골동품 같은 그는 어디서 걸어왔는지 길을 잃었다
달을 찾는다는 핑계로 숨어버린 길뿐이다
그 많던 간판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연약한 글자들만 남겨두고
톡톡, 두드리는 울적한 빗방울에
내려앉은 불안이 헤드라이트 조도를 낮춘다
목적지에 당도할 수 있을까
정작 간판 없는 것들은
왜
늘 앞에서 달리는 걸까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사이에는 어떤 글자가 사라졌을까
거리에는 목 졸린 방향 지시등만 뒤집힌다
밤의 채찍 소리가 꿈을 깨운다
나의 일탈은 붉은 엔진부터 꺼졌다

[민은숙]
시인, 칼럼니스트
제4회 코스미안상
제3회 문학뉴스 &시산맥 기후환경문학상
2024 중부광역신문신춘문예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지도 강사
꿈다락학교 시 창작 강사
문화재단 & 예술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이메일 : sylvie7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