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김해시 율하동, 중심가 한복판에 자리한 ‘현 수학학원’, 겉보기엔 여느 수학 학원과 다르지 않지만, 이곳엔 아이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인생을 함께 고민하는 교사가 있다. 이현주 원장은 단지 수학만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아이들이 문제를 풀고, 실수하고, 다시 고쳐가며 성장하는 과정을 묵묵히 함께 걷는 어른이다.
▲ 현수학학원 이현주 원장 © 현 수학학원 |
이현주 원장이 운영하는 현 수학학원은 철저한 소수정예제로 수업이 진행된다. 학년을 막론하고 한 반 정원은 4명을 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특히 이해력이 부족한 아이들일수록 그러하다.
“수학은 단순히 개념을 암기하는 과목이 아니에요. 개념을 이해했는지 확인하려면 아이들이 문제를 푸는 과정을 직접 봐야 하거든요.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했는가’를 옆에서 지켜보고, 잘못된 접근은 바로 잡아줘야 실력이 늘어요.”
▲ 사진 © 현수학학원 |
이 원장은 수학이라는 과목의 특성상 많은 인원을 한 번에 가르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강의실은 항상 조용하고, 학생 한 명 한 명이 교사의 눈과 손이 닿는 거리 안에서 공부한다.
▲ 사진 © 현수학학원 |
방학 중에는 수요가 많아져 수강생이 다소 늘어난다. 이럴 땐 조교 선생님들이 투입되어 각 조별로 아이들의 풀이 과정을 점검하고 코칭을 돕는다. “조금 더 많은 아이들에게 수업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방학기간과 학기 중과는 전혀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해요. 집중도와 밀도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죠.”
▲ 이현주원장 공부방 운영당시 © 현수학학원 |
이 원장은 사실 오랜 기간 공부방 형태로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코치 클래스’라는 이름으로 학생 개별 코칭을 중심에 둔 방식이었다. 하지만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수능 대비를 하면서 한 가지 딜레마에 부딪혔다.
“일요일 아침 8시 반부터 실제 수능 시간표에 맞춰 모의고사를 봤어요. 도시락 싸 오게 하고, 봉투 모의고사까지 준비해서 시험을 치르는데, 애들이 긴장감을 못 느끼는 거예요. 신발 벗고 들어오는 공부방 구조 때문이었죠. 뭔가 더 진짜 같고, 공식적인 공간이 필요했어요.”
결국 인근에 있는 대형 학원을 빌려 시험을 치르게 됐고, 그 경험을 계기로 이 원장은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매번 빌릴 바에야, 차라리 내가 만든 학원에서 신발 신고 들어와 시험 보게 하자.” 그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지금의 현 수학학원이다.
![]() ▲ 현수학학원 소수정예로 공부하는 학생 © 현수학학원 |
‘현 수학학원’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브랜드명이 아니다. 원에서 원위의 두 점을 이은
선분을 ‘현’이라고 하는데 아이들과 선생님이 최단거리로 이어져 있다는 의미의 ‘현’과 원장이름의 가운데 한자 ‘이슬 밝을 현’의 한자어처럼 이슬처럼 맑은 아이들을 의미하기도 하고 현재에 충실하게 공부하면 밝은 미래가 보장될 것이라는 ‘현’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로고와 이니셜에도 이현주 원장의 철학이 녹아있다.
![]() ▲ 현수학학원 로고 © 현수학학원 |
“원을 그리고 원의 중심에서 현에 수선을 내린 모양으로 현재의 ‘H'로고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원에서 현 위에 서있는 아이들이 중심을 잃지 않고 원의 중심에서 최단거리인 수직거리에 도달할 수 있도록 현 수학학원 선생님들이 진심을 다해 케어하고 있습니다.”
▲ 사진 © 현수학학원 |
이 원장은 수학을 단순한 문제풀이 이상의 것으로 본다. 수업 시간마다 아이들과 나누는 이야기도 수학 그 자체보다는 ‘생각의 방식’에 가깝다.
▲ 개념공부하는 모습 © 현수학학원 |
“문제를 보고, 어떻게 풀지 계획을 세우고, 막히면 다시 돌아와 수정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 이게 바로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문제 해결과 똑같잖아요. 저는 아이들이 수학을 통해 그런 훈련을 하길 바라요. 그렇게 공부를 하다보면 시험장에서 낯선 문제를 만나더라도 차분하게 문제의 답을 찾을 수 있게 되고 성적은 오르게 되더라구요.”
아이들에게 단순한 ‘열심히 해라’가 아니라, ‘왜 열심히 해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이 원장의 방식이다. “너보다 열심히 한 친구가 있을 수 있어. 그러니 ‘열심히 했다’는 건 너무나 주관적인 거야. 네가 할 수 있는 한계 안에서만 열심히 하려고 하지 말고, 너의 한계를 뛰어넘는 ‘열심히’를 해보렴. 그러면 반드시 너를 성장시킬거야.” 그 말에 학생들은 조금씩 스스로 공부하기 시작한다.
▲ 스스로 공부습관을 잡아가려고 노력하는 학생들 © 현수학학원 |
숙제를 안 해온 아이도 무턱대고 다그치지 않는다. 숙제 양이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양인지. 학교 과제가 많았던 건지, 몰라서 못하는 것인지, 이유를 들어보고 하나씩 솔루션을 제시해준다. 또한 숙제를 하기는 했는데 답지를 베낀 흔적이 있으면, 풀이과정을 물어보고, 스스로 설명하게 유도한다. 거짓이 드러나면 혼내기보다는 ‘왜 그것이 잘못된 행동인지’를 납득시킨다. “아이들도 어른 못지않게 생각이 있어요. 때로는 들켜서 오히려 후련하다는 친구도 있어요. 그게 진짜 교정이 시작되는 지점이죠.”
▲ 중등 개념 백지테스트 © 현수학학원 |
현 수학학원은 학기 중간에는 학생을 받지 않는다. 대신 초등학교 6학년 2학기쯤 입학한 아이는 고등학교 졸업까지 함께한다. “입시 전략상 6학년부터가 중요하거든요. 그때부터 중등 과정이 미리 시작되기 때문에 체계적인 학습 설계를 위해선 그 시점부터 관리가 필요해요.”
그래서 현 수학의 학생들은 대부분 고3이 될 때까지 끈끈하게 학원과 함께 성장한다.
▲ 사진 © 현수학학원 |
중간에 진로가 바뀌거나 특수한 사정이 없는 한, 중도 퇴원은 거의 없다. 이 원장은 “우린 한 번 인연 맺으면 끝까지 간다는 게 원칙”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런 깊은 관계는 가끔 놀라운 감동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얼마 전 한 고1학생이
수행평가 보고서에서 ‘자신의 멘토는 수학 학원 원장님’이라며 저를 소개했대요.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고... 그런 얘기를 들으면, 이 길을 잘 걸어왔구나 싶죠.”
▲ 현수학학원 이현주원장과 선생님 그리고 졸업생들 (조교선생님 포함) © 현수학학원 |
처음에는 프랜차이즈를 꿈꾸기도 했다. 이 원장은 코치 클래스 본사에서 3년간 트레이닝을 받고 공부방을 운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커리큘럼과 운영 매뉴얼을 이미 체계화해 두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계획은 조금 바뀌었다.
▲ 현수학학원 이현주 원장과 선생님 그리고 학생들 © 현수학학원 |
“지금 저랑 같이 수업하는 선생님이 제 제자예요. 중2 때부터 함께했고,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도 붙었지만, 저한테 배우고 싶다며 지방에 국립대에 진학하고 지금도 3년째 저와 일하고 있어요. 교재도 직접 만들고, 수업도 진행하고요.”
이 원장은 그 제자가 잘 성장하여 현 수학학원을 이어받는 것을 바라고 있다. 교재 개발, 선생님 트레이닝 시스템까지 모두 준비되어 있으며, “제 힘이 닿지 않아도, 제 철학이 계속 이어질 수 있게 만들고 있어요. 그게 프랜차이즈보다 더 가치 있는 일 같아요.”
▲ 현수학학원 개발 자체교재 © 현수학학원 |
끝으로 이현주 원장은 학부모들에게 간곡한 메시지를 전한다.
“지방은 입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요. 그래서 입소문, ‘카더라’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들을 네다섯 군데 학원에 보내는 부모님도 계시고요. 그런데 그렇게 한다고 해서 무조건 성적이 오르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효율은 떨어지고, 아이들은 지쳐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수업을 잘 선택하여 아이들이 지치지 않도록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입시설명회사진 © 현수학학원 |
그녀는 기회가 될 때마다 학부모 대상 설명회를 열고, 외부 입시 전문가를 초빙해 정확한 정보를 나누고 있다. “정말 바뀌고 있는 입시 흐름에 대해 부모님들이 꼭 아셔야 해요. 아이들이 공부에 매진 할 수 있도록 부모님들께서 정보 수집은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 ▲ 현수학학원 내부 모습 © 현수학학원 |
그리고 덧붙였다. “초,중등때에 올바른 공부습관이 만들어진다면 그 습관이 고등학교 올라갔을 때 공부를 할 수 있는 근간이 될 것입니다. 제발 고등학교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점수보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공부습관을 만들어주세요. 그리고 아이들이 샤워 오래 한다고 뭐라고 하지 마세요. 그 시간이 아이들에겐 유일한 힐링 시간일 수 있어요. 잠도 좀 자게 해주시고요. 공부는 결국 아이가 해야 하는 건데 숨 쉴 구멍은 있어야 공부라는 장거리 마라톤을 훌륭하게 완주 할 수 있습니다.”
![]() ▲ 현수학학원 외부 전경 © 현수학학원 |
현 수학학원은 선생님들도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곳이다. 항상 한 문제를 풀더라도 여러 가지 풀이 과정을 연구하고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풀이 과정으로 답을 내는 것이 유리한지 연구하고 공유한다. 또한 현 수학학원은 아이들과 함께 달리고 호흡하는 곳이다. 혼자 달리면 쉽게 지칠 수도 있지만 옆에서 함께 달려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좀 더 힘이 나서 목표지점에 골인 할 수 있지 않을까. 수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힘을 키우는 공간. 이현주 원장은 오늘도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아이들의 삶을 함께 설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