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부 안 하면 어떻게 되나
저렇게 된다
똥지게 진다
- 심호택, <똥지게> 부분
3살 때부터 함께 자란 오랜 벗들과 광장시장에 갔다. 고향의 주막에 간 기분으로 술잔을 나눴다. 술잔이 오가며 우리는 풀어졌다. 고향 마을까지 단번에 바람이 되어 날아갔다. 고향이 눈앞에 선명하게 펼쳐졌다.
한참 동안 꿈속에서 헤매다 내가 제안했다.
“우리 함께 공부할까?”
나의 느닷없는 제의에 벗들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 그들이 동시에 말했다.
“그래, 좋아! 그냥 만나는 것보다 공부로 만나면 더 낫지.”
나는 가슴이 울컥했다. 나는 29년 동안 인문학을 강의하며 가끔 ‘가까운 사람들과 인문학을 함께 공부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아내와 오랫동안 공부 모임을 했고, 아들과도 공부 모임을 만들어 함께 공부하고 있다.
공부가 무엇일까?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이다. ‘공부 안 하면 어떻게 되나/ 저렇게 된다/ 똥지게 진다’가 아니다.
공자는 말했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바로 살아 있는 공부다. ‘나를 가꾸는 공부’다. 작은 씨앗이 거목이 되는 공부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공부다.
60여 년 인연의 오랜 벗들과 함께 공부하며 우리는 이렇게 중얼거리게 될 것이다.
‘아침에 도(道)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