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숙 칼럼] 《장자》의 ‘추수’를 따라가다 짚는 한 권만의 위험성

민은숙

요즘은 유튜브 영상 하나, 짧은 뉴스 기사 쇼츠 하나만으로도 세상의 이치를 다 꿰뚫은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이게 맞고, 저건 틀렸어.” 

 

단정은 빨라지고 댓글 하나에 대댓글로 논쟁이 이어지기도 하기도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과연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요?

 

“책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보다 단 하나의 책만 읽은 사람이 더 위험하다.”

 

이 말을 새길 때 떠오르는 고전이 있습니다. 바로 장자의 <추수>에 나오는 황하(黃河)의 이야깁니다.

 

황하가 홍수로 불어 넘쳤을 때 강은 스스로를 세상에서 가장 크고 위대한 존재라 여깁니다. 양쪽 강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어졌고 황하는 스스로의 힘에 도취합니다. 그러나 바다를 만났을 때 황하는 그제야 깨닫습니다.

 

“세상에는 나보다 훨씬 넓고 깊은 존재가 있구나.”

 

바다가 말합니다.

 

“천하의 옳고 그름은 마치 털끝만 한 것이고, 큰 道의 세계는 끝이 없다.”

 

황하는 그제야 고개를 숙입니다.

 

‘내가 본 것이 전부가 아니었구나.’

 

장자는 이 이야기로 '겸허'의 중요성을 말합니다. 무지를 인정할 때 비로소 지혜에 다가설 수 있다는 철학적 통찰입니다. 이는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와 일맥상통합니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은 그저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얼마나 모르는지를 알아가는 여정’일지도 모릅니다. 여정을 걷는 사람은 쉽게 재단하지 않습니다. 타인의 말을 기꺼이 경청하고 제 생각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반면 단 하나의 책으로 단 하나의 관점에 머무르는 사람은 그 안에서만 진리를 찾고 그 밖은 틀렸다고 믿기 쉽습니다. 그 믿음은 학습이 아니라 오만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한 권의 책으로 세상을 재단하려는 순간, 황하가 바다를 만나기 전의 오만 속에 갇히게 됩니다.

 

요즘처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에서 쉽게 자기를 말할 수 있는 시대에는 말보다 들을 줄 아는 태도가 확신보다 질문하는 마음이 더 절실합니다. 책은 그런 마음으로 이끄는 유익한 도구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더 많은 것을 안다고 뽐내기 위해서가 아닌 더 넓은 세계가 있다는 걸 잊지 않기 위해 책장을 넘기는 것입니다. 책을 펼쳐 봅니다. 단 한 줄이라도 탐하고자 합니다. 내가 본 세상이 전부가 아님을 깨우치는 시간입니다. 

 

<추수>에서 황하는 말합니다.

 

“지극한 말은 말 같지 않고 큰 앎은 앎 같지 않다.”

 

세상에는 아는 것보다 더 넓고 더 깊은 바다가 나를 에워싸고 있습니다. 그 바다를 향해 가는 여정이 어쩌면 평생을 걸쳐도 다다를 수 없다고 해도 멈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멈추는 순간 그동안 쌓아온 앎마저 결국 퇴색할 것은 뻔합니다.

 

 

[민은숙]

시인, 칼럼니스트

제4회 코스미안상

제3회 문학뉴스 &시산맥 기후환경문학상

2024 중부광역신문신춘문예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지도 강사

꿈다락학교 시 창작 강사

문화재단 & 예술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이메일 : sylvie70@naver.com

 

작성 2025.09.03 09:42 수정 2025.09.0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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