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위수정 단편 '오후만 있었던 일요일'에서 보는 우리의 노년은 준비가 필요하다

민병식

위수정(1977 - ) 작가는 부산출생으로 동국대학교 국문학 석사를 수료했으며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무덤이 조금씩'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하였고 소설집 '은의 세계가 있다. 이 작품은 제2회 김유정작가상 수상작이기도 하며 문학과 지성사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 출간하는 단행본 프로젝트, 소설보다 시리즈 2022년 가을 편에 선정된 단편이기도 하다.

 

주인공 ‘원희’는 60대의 여성으로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결혼 후에는 육아와 살림에 전념해 살아온 중년의 여성이다. 그녀에게는 딸이 하나 있으며 그 딸은 현재 셋째를 임신 중이다. 원희의 현재 상태는 딸의 엄마, 둘째 며느리, 외할머니다. 그녀는 대학 동기인 음대 교수 수임과 함께 피부 관리, 미용실을 다니며 늙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지만 남편 규석과는 사이가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육체관계를 가진 지는 기억도 안 날 만큼 오래되었다. 

 

원희의 86세 시어머니는 치매에 걸려 현재 요양원에 있다. 원희는 중학교 영어 선생님이었던 시어머니를 보며 시어머니처럼 아름답고 현명하게 늙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나 치매에 걸려 면회 때마다 변해 가는 시어머니의 변화를 점차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어느 날 원희는 수임과 함께 연주회를 가는데 그곳에서 젊은 피아니스트 ‘고주완’에게 반하게 된다. 별 기대 없이 갔던 연주회에서 고주완에게 빠져버렸다. 젊고 패기 있는 신인보다는 경지에 오른 중견 연주자가 자신의 취향이라 굳게 믿고 있던 그녀에게 신예 고주완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원희는 공연 뒤풀이 자리까지 따라가 고주완과 인사를 나누게 된다. 원희는 고주완의 팬 카페 가입을 며칠간 심각하게 고민하다 가입하고 유튜브로 그의 연주 영상과 인터뷰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면서 얼마 뒤에 있을 리사이틀 표를 수임에게 부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고주완의 리사이틀 공연은 감동적이었다. 잠시 뒤 고주완이 나왔고 원희와 수임은 그에게 인사를 했다. 그는 곧 꽃다발을 건네는 젊은 여자와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사진을 찍었다. 원희는 여자의 힐 위로 드러난 하얗고 매끈한 발등을 보았다. 그리고는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수임의 팔을 끌고 공연장을 나섰다.

 

또 다시 주말, 음악을 들으며 거실 소파에서 졸고 있는데 딸 유나가 급하게 전화를 한다. 출산일은 남았는데 갑자기 진통이 시작돼 남편과 병원에 가고 있다며, 얼른 와서 아이들을 봐 달라는 것이었다. 주인공 원희는 60대다. 중년도 아니고 노년도 아닌 어정쩡한 나이, 어쩌면 정열은 가득한데 그 정열을 분출할 곳이 없는 노인의 삶을 준비해야 할 그런 나이, 늙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려고 애를 쓰는 나이, 어찌 쓸쓸하지 않겠는가. 사이가 나쁘지 않은 남편과는 그저 친구 같은 관계, 평소 존경하고 닮고 싶어 했던 시어머니는 치매로 마치 자신의 미래를 보는 것 같으며, 그나마 필요로 하는 것은 출산을 위해 병원으로 가는 딸을 대신해 외손주들을 돌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인 연령 기준은 65세이다. 그러나 초고령사회에서 육십 대는 노인 축에도 끼지도 못한다. 그리고 그들의 나이는 생각보다 젊다. 정욕도 당연히 있을 것이며 회사를 다니다 퇴직했든, 집에서 전업주부로 있었든 아직 정열적으로 활동하고 싶고 활동할 수 있는 나이다. 이러한 욕구를 주책이라고 치부하지 말자. 인생의 단계에는 그 나이에서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개개인의 욕구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 뒤돌아보면 1분 1초 같은 지나온 인생길, 노령을 앞두고 있는 모든 중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까르페디엠이다. 지나온 봄, 여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지라도 빨갛게 물드는 단풍의 계절 가을도 아름답지 아니한가. 우리의 노년은 중년을 즐기며 늙을 준비가 필요하다. 

 

 

[민병식]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시인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뉴스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2 전국 김삼의당 공모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제2회 아주경제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5.09.03 11:06 수정 2025.09.0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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