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의 아랑가] 어머니

조운파 작사, 임종수 작곡

마음 하나 편할 때는, 가끔은 잊었다가, 괴롭고 서러울 때 생각나는 어머니... 호모사피엔스로 지구 위에 살다가 간 사람은, 230억 명 정도란다. 오늘날 지구촌에 공생하는 인구는 81억여 명, 이들의 가슴속을, ‘단어’로 인수분해를 하면, ‘어머니·고향·사랑’이라는 세 단어가 공통인수로 나온단다.

 

그래서인가. 한국대중가요 유행가 아랑가 130년사에, 이 단어를 모티브로 한 노래가 참 많다. 그중에서도 대중들의 가슴팍을 가장 깊이 후벼 파는 사연의 노래는, ‘어머니를 얽은 곡조’다.

 

이런 노래 중의 백미(白眉)는, 1977년 박건이 세상에 내놓고, 1980년 최진희가 리메이크하여, 원곡가수의 이름에 혼선을 불러오게 한 곡조가 <어머니>이다. 

 

이 노래는, 작사가 조운파와 그의 어머니 사이의 실제 이야기를 얽은 곡이다. 노랫말을 먼저 짓고, 이 가사에 임종수가 곡조를 얽었다. 그러니 더 처절하다.

 

 

<어머니> 

 

마음 하나 편할 때는 가끔씩은 잊었다가

괴롭고 서러울 때 생각나는 어머니

지난여름 정든 고향 개울가에서

어머님을 등에 업고 징검다리 건널 때

너무나도 가벼워서 서러웠던 내 마음

아직도 나는 나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젖줄 떠나 자란 키는 당신보다 커지만

지금도 내 마음엔 그 팔베개 그립니다

내 팔베개 의지하신 야원 얼굴에 

야속하게 흘러버린 그 세월이 무정해

어머님이 아실까 봐 소리 없이 울었네

지금도 그 한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 이 유행가 아랑가 노래는, 작사가 조운파의 고향, 부여군 은산면 삼월리가 배경지다. 장맛비가 내린 어느 날, 조운파는 고향에서 어머니와 같이 개울 건너 밭엘 갔다. 몇 시간 뒤, 집으로 돌아오는데, 개울물이 불어서 징검다리가 물에 잠겼다.

 

‘어머니 제가 등에 업을게요. 아니 무거울텐디’

 

어머니를 등에 업은 조운파는, 속으로 한없이 울었다. 실망, 죄책, 자책, 원망, 죄송, 설움... 뭐 딱히 꼬집을 단어랄 것도 없이, 뒤엉킨 감정이 북받쳤다. 그 감정을 리얼리티로 적은 가사가 이 노래다. 여기에 임종수가 곡을 붙이고, 전남 함평 출신 가수 박건이 먼저 불렀는데, 인기는 시원치 않았다. 그래서 최진희가 다시 부른다. 녹음은 며칠이 걸렸다. 이 곡을 받아 든, 최진희가 하도 많이 울어서 녹음할 수가 없었단다.

 

한국 대중가요 유행가 아랑가 130년사에, 어머니(님)을 제목으로 불러낸 노래는 많은데, 1936년 김정구가 부른 <어머님 품으로>가 최초의 노래다. 안타깝게도, 이 노래는, 제목만 확인할 수 있고 노랫말 찾기가 어렵다.

 

그 다음이 1939년 이화자가 부른 <어머님 전 상백>이다. 1971 남진이 부른 <어머니>도 있다. 1972년 나훈아가 부른 <꿈에 본 어머니>도 있다. 1975년 패티김의 <어머니>, 1982년 정재은의 <어머님>, 1990년 이미자의 <친정어머니>로 이어지는 과정에 조은파가 징검다리 하나를 더 놓았었다.

 

<어머니> 원곡 가수 박건은, 본명 홍몽희. 1941년 함평에서 출생하여, 1971년 이난영가요상, 1974년 KBS 10대가수상을 수상하였다. 대표곡으로는 <두 글자>,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사랑은 계절 따라>, <청포도 고향>, <낙엽을 밟으며>, <사랑하는 마음뿐>, <꼭 한번 만나고 싶다> 등이 있다. 

 

그는 출중한 인물뿐만 아니라, 한국적 정서와 향기가 그득한 매력적인 가수이며, 배호가 저음이라면 그보다 좀 고음 처리가 맑고 아름다운 미성에 더 가까운 노래를 주로 불렀고, 오아시스레코드사 전속으로 활동하다가 2000년대 후반까지 낙원동에서 작곡가 겸 가수 트레이너로 활동하였다.

 

<어머니> 노래의 실제 주인공이면서 작사가인 조운파는, 본명이 조대원이다. 1943년 출생한 그의 고향은 부여 은산면 삼월리. 고향집에서 바라보면 청양의 칠갑산이 눈앞에 있다. 그래서 그가 처음으로 만든 노래가 <칠갑산>이다. 윤일상과 주병선이 불렀던 노래. 

 

그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해군부사관으로 입대하여, 7년여를 복무하고 전역했다. 이후 서울로 올라와 시인으로 활동을 하다가, 박건호(1949~2007) 작사가를 만나 대중가요 가사를 쓰기 시작하였다.

 

그는, ‘대중가요를 문학예술로 승화시킨 노래시인’이다. 그는 서울로 올라와, 순수문학 동인회에 참여했었다. 스스로, ‘시를 쓰되 발표는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시화전을 주로 하였으며, 그때 필명이 운파다.

 

그러던 어느 날, 원주 출생 박건호가 자신의 시집을 들고 찾아와, 문학동인 활동을 청하여 동반하였고, 이것이 노랫말을 쓰는 계기도 된다. 순수문학에 대중예술의 옷을 입히기 시작한 셈이다. 그 후 1982년 <바람 부는 세상>으로, ‘MBC 최우수작사상’을 수상하였다. 노랫말 작사의 달인이 된 것이다.

 

‘아이야 인생을 알려거든 / 무심히 흘러가는 강을 보라 / 사랑이 무어냐고 철없이 묻지 말고 / 피어난 한 떨기 꽃을 보라 / 저 떠오르는 아침 해와도 같은 아이야 / 저 바람 부는 세상을 어찌 네가 알까 / 슬프고 가난한 사람들 만나거든 / 아이야 네 가슴 열어주렴’

 

그는 한국적 서정과 정한을 가장 잘 표현하는 작사 작곡가, 가요계에 가장 존경받는 노래시인이다. 그는 말한다. ‘말이 다한 곳에 시가 있고, 시가 다한 곳에 노래가 있다’라고.

 

그는 대중음악은 모든 음악의 원초이며, 넋두리와 푸념이 함께 있고, 정과 한이 다듬어지지 않은 채 순수하고 투박하게 표현되는 예술행위라고 한다. 남녀노소가 함께 이해하고 공감하며 슬프나, 기쁘나, 어려우나, 밝으나 잔잔한 여운이 오래 남는 노래, 말하는 것 같지만 말이 아니고, 시인 것 같지만 시가 아니며, 때로는 감추고 때로는 드러내며 음률을 품고 리듬을 간직한 노래, 그런 노래야말로 노래를 만드는 모든 사람의 희망이라는 것이다.

 

<어머니>를 작곡한 임종수는, ‘딩동댕~아저씨’다. 전국노래자랑 심사위원으로서 딩동댕 실로폰을 치는 역할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임종수가 젊은 날 노래를 부를 때는, 예명을 임시원으로 사용했다. 이 예명 이름을 아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임종수는 1942년 순창에서 출생하여, 이리 남성고를 졸업한 뒤, 광주와 전주 KBS 전속가수로 활동을 하며, 가수의 꿈을 키웠고, 군 전역 후에는 작곡가 나화랑의 곡을 받아 가수로 데뷔했다.

 

하지만, 당시 자신의 음색과 창법이 미8군의 팝송 풍과 맞지 않아 가수의 꿈을 접어야 했다. 대신 그는 피아노를 독학으로 익힌 음악적 재능을 살려 작곡가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전국노래자랑 심사위원을 15년간 지속하였다. 그는 2011년 5월, 작곡 인생 40년 트로트 야사, 『너희가 트로트를 아느냐』를 출판했다. 이 책에는 여러 가수들의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가 친근한 화법으로 전개되어 있다.

 

그는, 노래에는 진심이 담겨야 한다며, 가슴으로 부르고, 또 가슴을 울릴 수 있는 노래가 사람들의 가슴에 오래 남는다고 했다. 그는 1972년 나훈아의 <고향역>(차창에 어린 모습)을, 작사·작곡하여 이름을 크게 알린 뒤,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하수영), <대동강 편지>(나훈아), <옥경이>(태진아), <부초>(박윤경), <남자라는 이유로>(조항조), <모르리>·<빈 지게>(남진), <사랑이 남아있을 때>(문희옥) 등 주옥같은 명곡들로 대중가요계를 이끌어 왔다.

 

이리 남성고가 최종 학력인, 그는 2008년 3월, 전국 대학 중에서 최초로 생긴 충청대의 트로트 전공학과 초빙교수로 위촉되어 실용음악·싱어송라이터·실용 가창 등을 강의하며, 고졸 학력으로 대학 강단에 서게 된 것을 가문의 영광이라고 했다. 

 

그는 2011년 4월 15일, 칠순 고희연 및 출판기념회에서 칠순 경험이 없어서 미흡하다. 난 내가 칠순인 걸 못 느낀다. 꼭 42살 같다고 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유행가는 인생을 푸르게 하는 보약이다.

 

최진희는 1957년 정읍에서 출생하여, 전주영생고/아산둔포고(아산스마트팩토리마에스터고)를 졸업하고, 여성보컬로 나이트크럽에서 노래를 하다가 작곡가 김희갑 악단에 소속되면서, 1983년 한울타리 멤버로 <그대는 나의 인생>으로 데뷔하였다. 

 

이 곡은 KBS 드라마 <청춘 행진곡>의 주제가로 쓰이면서 인기를 모으고, 1984년 라디오 방송 횟수 1위 곡이 된다. 그녀는 1984년 <사랑의 미로>로 솔로로 전향하였으며, 1985년 KBS 10대 가수상 수상, MBC 드라마 <물보라> 주제가로 백상예술대상 드라마 주제가상을 받았으며, 김수희, 심수봉, 주현미와 같이 1980년대 여성트로트 가수 중흥 시대를 열었다.

 

 

[유차영]

한국아랑가연구원장

유행가스토리텔러 

글로벌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산학교수

이메일 : 519444@hanmail.net

 

작성 2025.09.09 11:04 수정 2025.09.0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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