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인(1900-1951), 호는 금동(琴童) 또는 춘사(春士), 필명은 김만덕, 시어딤, 김시어딤, 금동이다. 1019년 주요한, 전영택 등과 함께 최초의 문학동인지인 ‘창조’를 발간하였고 예술지상주의를 표방하고 순수문학 운동을 벌여 소설을 순수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주요 작품은 ‘배따라기’,‘감자’,‘광염 소나타’,‘발가락이 닮았다’,‘광화사’ 등이 있다. 그러나 태평양전쟁 학병과 징병을 찬양하는 글을 기고했고 내선일체를 강조하여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기록되는 불명예를 갖고 있기도 하다.
감자는 김동인이 1925년 1월에 ‘조선문단’에 발표한 단편소설로, 가난한 농가에서 바르게 자란 복녀가 환경에 의해 타락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감자’는 1920년대 조선의 사회상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고, 이로 인해 당대의 사회상과 환경에 좌우되는 부정적인 인간을 보여주는 자연주의 소설의 전형으로 알려져 있다.
가난하지만 정직한 농사꾼의 딸로 태어난 ‘복녀’가 80원이라는 돈에 나이 많은 게으른 홀아비에게 팔려 간다. 남편이 되는 이 홀아비는 엄청 게으른 사람이어서 늘 가난에 시달렸는데 가장 낮은 빈민층이 살게 된다는 칠성문 밖으로 나와 살면서 남의 집의 허드렛일 등으로 생계를 꾸려 가지만 한계에 다다른다.
복녀는 보수가 괜찮아 보이는 송충이를 잡는 일을 하게 되는데 대엿새만에 이상한 현상을 하나 발견한다. 젊은 여인네 몇이 사람이 송충이를 안 잡고 놀고만 있는데 송충이를 잡는 사람보다 8전이나 돈을 더 받아 가는 거다. 어느 날 복녀가 감독에게 불려 가는데 이때부터 복녀도 일도 안 하고 돈을 받는 일꾼이 되었다. 성매매를 통해 일하지 않고도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 후 복녀는 동네 거지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성매매를 하면서 더 타락해 간다. 가을이 되어 칠성문 밖의 채마밭에 감자를 훔치러 가곤 했는데 소작농인 왕 서방한테 들켜 왕 서방의 집에 가 몸을 주게 되고 이때부터 왕서방은 복녀의 집에 드나들게 된다. 복녀의 남편은 왕 서방이 오면 피해 주는 파렴치한의 모습까지 보여 준다. 복녀는 처음엔 먹고 살기 위해 몸을 팔았지만 나중엔 스스로 왕 서방을 찾아가는 지경에 이르는데 돈과 육체의 쾌락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왕 서방이 처녀와 혼인한다는 것을 알고 질투심을 느낀 복녀가 낫을 들고 왕 서방을 찾아갔다가 오히려 살해당하고 왕 서방은 남편과 의사에게 돈을 주고 이를 숨긴다.
작품은 외관상으로는 1920년대의 평양 칠성문 밖 빈민굴에서 발생하는 비참한 소시민의 삶을 표현한 작품으로 지독하게 가난한 나머지 도덕적인 가치관 대신에 돈에 매달리게 되는 식민지 사회에서의 삶을 표현했다. 그러나 난 물질이 필요한 가난한 삶이 어떻게 한 사람을 타락시키는지, 또 가난하지도 않으면서 타락한 길은 무엇인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보고자 한다.
복녀는 원래 가난하지만 엄격한 규율이 있는 농민 집안의 딸이었다.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가난 때문에 점점 그녀의 도덕성은 무너진다. 가난 때문에 홀아비에게 시집가고 가난 때문에 감독에게 성매매를 하였고 나중에는 스스로 적극적 성매매를 할 정도로 타락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먹고 살기 위해서 비도덕적인 삶을 살다가 죽은 복녀를 우리가 비판할 수는 있을까. 비록 일부이지만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의 비리는 하늘을 찌르고 힘없고 연줄 없는 서민의 삶이 어려운 이 어렵고도 혼란스러운 지금의 시대에 복녀 같은 민중의 삶은 없을까.
먹고 살기 위해 성매매를 시작해 타락해 가던 복녀보다 온갖 비리를 저지르면서도 자신은 죄가 없다고 반성하지 않는 타락한 사회지도층의 사람이 더 추해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인가. 제발 인간다움은 잃지 않고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민병식]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시인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뉴스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2 전국 김삼의당 공모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제2회 아주경제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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