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보다 '일상'의 가치...스타벅스 대신 '가성비 커피' 전성시대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인의 커피 소비 패턴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한때 스타벅스라는 상징적 공간이 제공했던 '특별한 경험', '프리미엄한 여유' 그리고 '성공적인 삶의 연장선'이라는 인문학적 가치는 이제 고물가와 불안정한 경제 상황이라는 현실 앞에서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 커피 소비의 중심축이 5천 원 이상의 고가 브랜드에서 1~2천 원대의 저가 커피로 이동하고 있는 현상은 단순히 가격 차이를 넘어선 시대적 가치관의 근본적인 변화를 시사한다.


스타벅스가 한국에 상륙했을 때 그것은 경험의 소비를 의미했다. 콘센트, 와이파이, 편안한 좌석은 제3의 공간이라는 개념을 제공하며 커피 한 잔 값에 잠시나마 일상의 고단함에서 벗어나 자기 계발을 하거나 프리미엄한 이미지를 소비하는 경험을 구매하게 했다. 커피는 일종의 정신적 사치이자 스스로에게 주는 작은 보상이었다.

하지만 경제적 압박이 가중되면서 사람들은 이 작은 사치마저도 재고하기 시작했다. 매일 마시는 커피에 들이는 비용은 월 단위로 환산했을 때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고정 지출이 되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사고방식은 '어떻게 하면 덜 쓸까'라는 실용주의적 가치로 빠르게 전환되었다.


저가 커피의 인기는 이러한 실용주의와 완벽하게 맞닿아 있다. 이들은 경험이나 공간 대신 효율과 기능이라는 가치를 내세운다. 커피는 이제 사색의 매개체가 아니라 바쁜 일상을 지탱하는 일상의 연료 혹은 도파민 공급원의 역할로 축소되었다. 사람들은 커피의 맛과 향을 음미하는 시간 대신 빠르게 카페인을 섭취하고 다음 일로 넘어가는 효율성을 선택한다. 저가 커피 매장이 테이크아웃에 최적화된 구조를 갖추고 메뉴의 회전율을 높이는 것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다.


결론적으로, 스타벅스 시대의 종언은 보여주기식 소비와 프리미엄에 대한 열망이라는 2000년대의 문화 코드가 생존적 실용주의와 가성비에 기반한 합리성이라는 2020년대의 새로운 코드에 밀려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는 커피라는 일상재를 통해 현 시대 소비 주체들이 느끼는 불안과 압박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새로운 생존 방식이 투영된 사회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작성 2025.11.01 17:42 수정 2025.11.01 19:42

RSS피드 기사제공처 : 커피해럴드 신문사 / 등록기자: 박수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