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은 긴 듯하지만, 그 대부분은 짧은 하루의 반복으로 채워진다. 우리는 그 반복 속에서 지루함을 느끼기도 하고, 안정감을 얻기도 한다. 같은 하루를 살아도 어떤 이는 그것을 감옥으로, 또 다른 이는 쉼터로 느낀다. 가수 신해철과 박진영은 그 상반된 태도를 대표하는 두 인물이다.
신해철에게 반복은 권태와 실존적 허무의 상징이었다. 그의 노랫말은 늘 똑같은 하루에 대한 냉소와 불만으로 가득하다. “하루 또 하루 똑같은 날들이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아.” 그에게 일상의 반복은 감정이 닳아 없어지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그는 일상의 틀을 깨고 변화와 깨달음을 찾아 나섰다. 신해철에게 반복은 저항해야 할 대상이었다.

반면 박진영은 반복을 수행의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그는 “매일 똑같은 루틴이 행복”이라고 말한다. 명상, 운동, 작곡, 수면으로 이어지는 일정한 패턴 속에서 그는 평온과 통제를 얻는다. 반복은 그에게 자기 단련의 수단이며, 질서 속에서 자유를 찾는 방법이다. 박진영에게 일상의 반복은 멈춤이 아니라 꾸준한 전진이다.
두 사람의 시선은 결국 삶에 대한 철학의 차이로 귀결된다. 신해철은 변화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는 실존주의자였다면, 박진영은 반복 속에서 평화를 찾는 수행자에 가깝다. 전자는 일상을 깨뜨려 자신을 증명하려 했고, 후자는 일상을 다스려 자신을 완성하려 했다.
우리 모두는 반복의 한가운데에서 산다. 매일 같은 길, 같은 사람, 같은 풍경 속에서 어떤 이는 지루함을 느끼고, 또 어떤 이는 안정을 느낀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하루의 형태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태도다.
신해철처럼 일상을 깨뜨리며 살아 있음을 증명할 것인가, 박진영처럼 일상을 다스리며 살아 있음을 음미할 것인가.
반복은 어쩌면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다.
“너는 이 하루를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