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나 제품 사진 속 시계를 유심히 보면 대부분 바늘이 10시 10분을 가리키고 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시계 업계가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해온 일종의 시각적 마케팅 전략이다.
가장 큰 이유는 브랜드 로고의 가독성 때문이다. 대부분의 시계 브랜드명은 다이얼 상단, 즉 12시 아래쪽에 위치한다. 바늘이 10시와 2시 방향으로 퍼져 있을 때 로고를 가리지 않으면서 동시에 화면의 중심부가 깔끔하게 드러난다. 이렇게 하면 제품의 이름과 디자인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 하나의 이유는 심리적 효과다. 시곗바늘이 10시 10분을 가리킬 때 만들어지는 형태는 마치 미소 짓는 얼굴을 연상시킨다. 실제 심리학 연구에서도 이 시간대의 시계 이미지는 다른 시간대보다 긍정적이고 호감 가는 인상을 준다는 결과가 나왔다. 반대로 8시 20분처럼 바늘이 아래로 향한 경우에는 ‘우는 얼굴’을 떠올리게 해 부정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도 10시 10분은 실용적이다. 많은 시계가 날짜창이나 크로노그래프용 작은 눈금을 3시, 6시, 9시 방향에 배치하는데, 이때 바늘이 해당 부분을 가리지 않는다. 따라서 제품의 세부 기능과 디자인 요소를 모두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다.
물론 모든 시계가 정확히 10시 10분으로 설정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브랜드는 미세하게 다른 각도를 선택하기도 한다. 예컨대 세이코(Seiko)는 10시 08분 42초, 롤렉스(Rolex)는 10시 10분 31초 등으로 설정해 고유의 시그니처 이미지를 유지한다.
결국 광고 속 10시 10분은 디자인의 미학과 소비자 심리를 함께 고려한 결과물이다. 시계 바늘이 웃는 얼굴처럼 보이도록 연출해 제품에 따뜻한 인상을 더하고, 브랜드를 가장 돋보이게 만드는 시간… 그것이 바로 ‘10시 10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