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신호등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파란불이 켜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신호등의 ‘진행’ 신호는 녹색(light green)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초록불을 ‘파란불’이라고 인식할까?
이 현상에는 언어와 문화, 그리고 물리적인 색 구현의 차이가 함께 작용한다. 먼저 언어적인 이유부터 살펴보면, 한국어의 ‘푸르다’는 원래 파란색과 초록색을 모두 포괄하는 표현이었다.

일본어에서도 ‘파랗다(青, あお)’는 과거에 ‘푸른색 계열 전체’를 뜻했고, 지금도 신호등을 ‘아오신고(青信号, 파란 신호)’라고 부른다. 이런 문화적 배경 때문에 신호등의 녹색을 자연스럽게 ‘파란불’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또한 신호등의 색조 자체가 완전히 녹색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도로 위 신호등은 순수한 초록빛보다는 약간 파란 기운이 도는 청록색(blue-green tone)을 사용한다. 이는 낮과 밤, 다양한 조명 환경에서 눈에 더 잘 띄고, 빨간 신호와 명확히 구분되도록 설계된 결과다.
시각적 요인도 한몫한다. 사람의 눈은 어두운 환경일수록 푸른색 계열에 더 민감해지는 ‘푸르키네 현상(Purkinje effect)’을 보인다. 그 결과 같은 빛이라도 밤에 보면 조금 더 파랗게 느껴질 수 있다.
결국 신호등의 ‘파란불’은 언어적 관습과 시각적 착시, 그리고 기술적 색 구현의 조합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실제로는 녹색이지만, 우리의 눈과 문화는 그것을 ‘파란불’로 받아들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