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사전] '파란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길거리 신호등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파란불이 켜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신호등의 ‘진행’ 신호는 녹색(light green)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초록불을 ‘파란불’이라고 인식할까?

 

이 현상에는 언어와 문화, 그리고 물리적인 색 구현의 차이가 함께 작용한다. 먼저 언어적인 이유부터 살펴보면, 한국어의 ‘푸르다’는 원래 파란색과 초록색을 모두 포괄하는 표현이었다. 

[사진: 도로의 다양한 신호등 모습, 챗gpt 이미지]

일본어에서도 ‘파랗다(青, あお)’는 과거에 ‘푸른색 계열 전체’를 뜻했고, 지금도 신호등을 ‘아오신고(青信号, 파란 신호)’라고 부른다. 이런 문화적 배경 때문에 신호등의 녹색을 자연스럽게 ‘파란불’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또한 신호등의 색조 자체가 완전히 녹색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도로 위 신호등은 순수한 초록빛보다는 약간 파란 기운이 도는 청록색(blue-green tone)을 사용한다. 이는 낮과 밤, 다양한 조명 환경에서 눈에 더 잘 띄고, 빨간 신호와 명확히 구분되도록 설계된 결과다.

 

시각적 요인도 한몫한다. 사람의 눈은 어두운 환경일수록 푸른색 계열에 더 민감해지는 ‘푸르키네 현상(Purkinje effect)’을 보인다. 그 결과 같은 빛이라도 밤에 보면 조금 더 파랗게 느껴질 수 있다.

 

결국 신호등의 ‘파란불’은 언어적 관습과 시각적 착시, 그리고 기술적 색 구현의 조합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실제로는 녹색이지만, 우리의 눈과 문화는 그것을 ‘파란불’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박형근 정기자 기자 koiics@naver.com
작성 2025.11.02 19:16 수정 2025.11.02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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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