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을 발행하던 나라들이 이제 ‘금을 산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돈을 찍어내던 나라들이, 이제는 금을 사고 있다. 달러를 신뢰하던 중앙은행들이, 그 달러 대신 금고에 금괴를 쌓고 있다. 2025년 들어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속도는 기록적이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전 세계 중앙은행이 사들인 금의 총량은 약 1,050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한 수치다. 이쯤 되면 의문이 생긴다.
왜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나라들이 굳이 금을 사는가?
“이건 단순한 투자 행위가 아닙니다. 지금은 신뢰의 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달러 중심 질서의 균열 금의 부활은 달러의 피로감에서 시작됐다. 1971년 닉슨 쇼크 이후, 금과 달러의 연결 고리가 끊긴 지 반세기. 그동안 달러는
전 세계 무역과 금융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판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막대한 부채, 정치 불안, 제재 남발, 그리고 자국 중심의 정책들이 신흥국의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
특히 러시아 제재 이후, 각국은 ‘언제든 달러 자산이 동결될 수 있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그 이후로 중앙은행들은 금 매입을 ‘국가 방어 전략’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즉, 달러의 시대가 완전히 끝나진 않았지만, ‘한 축으로서의 금의 복귀’가 본격화되고 있다.
다양한 관점 통합
금을 사는 나라들, 이유는 단 하나! 신뢰 최근 금 매입 상위국은 이렇다. 중국 외환보유고 중 금 비중을 5.1%까지 확대
러시아 달러 자산 대부분을 금과 위안화로 전환 인도 통화가치 안정용으로 금 보유량 12% 증가 터키, 카타르, 폴란드
외환위기 방어 수단으로 금을 대거 매입 이들은 공통적으로 말한다. “금은 정치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달러나 유로는 특정 국가의 통제 아래 있지만, 금은 국경과 제재를 초월한 자산이다. 이것이 바로 중앙은행이 다시 금을 사는 이유다.
“국가들도 결국 개인 투자자와 같습니다. 불안할수록, 신뢰할 수 있는 자산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금입니다.”
중앙은행의 금 매입은 ‘시장의 예고편’
금융시장에서 중앙은행은 늘 ‘선행 지표’다. 그들이 움직이면, 시장은 뒤따른다. 2022~2023년, 중앙은행들이 금을 폭발적으로 사들일 때 개인 투자자들은 대부분 눈치만 봤다. 하지만 불과 1년 뒤,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즉, 중앙은행의 금 매입은 미래 불안에 대한 조기 경보였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의 금리 동결, 달러 약세, 지정학 리스크가 겹치면서 중앙은행의 금 매입은 더 가속화되고 있다. 결국 금의 상승은 투기적 수요가 아니라, 제도권 자산의 ‘방어적 수요’에서 비롯된 구조적 상승이다. 이건 단기 흐름이 아니라, 10년짜리 트렌드다.
신뢰는 다시 금으로 돌아온다.
금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미래의 기준’이다. 이제 금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국가 신뢰의 척도이자 통화 시스템의 보험으로 돌아왔다. “이건 금값 상승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상이 다시 ‘신뢰’를 찾는 과정입니다.” 지금 중앙은행이 금을 사는 이유는 단순하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버틸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에게도 답은 같다. 지금 금을 산다는 건,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신뢰를 보유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