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잃지 않기 위해 오늘도 버틴다 — 『82년생 김지영』이 들려준 모든 엄마의 이야기

평범함 속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

엄마가 된다는 건, 나를 잃어가며 다시 나를 찾아가는 일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요 — 오늘도 버티는 당신에게

 

82년생 김지영(조남주 작가) 책의 표지 [사진=김수인기자, ⓒ패밀리트립저널]

 

아이를 낳고 난 뒤나라는 존재의 이름이 점점 흐려지는 순간이 있다.

엄마”, “누구의 아내”, “누구의 부모로만 불리며한때의 는 뒤로 밀린다.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민음사, 2016)은 바로 그 사라져가는 이름들을 다시 불러내는 이야기다.

 

이 책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여성 김지영이 살아온 시간을 따라간다.

1980년대에 태어나 공부하고일하고결혼하고아이를 낳으며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그녀는 어느 순간 와 멀어진다. 이야기의 특별함은 사건이 아니라너무나 평범한 일상에 있다.

그 평범함 속에서 많은 엄마들이 나도 저랬다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82년생 김지영』이 던지는 힘은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생활의 언어.

직장 복귀를 망설이는 마음어린이집 앞에서 느껴지는 사회의 시선가정과 일 사이에서 스스로를 다그치는 감정. 이 책은 그런 장면들을 정제된 문장으로 기록하며우리 사회의 가장 보통의 하루가 얼마나 무겁게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작가는 김지영이라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엄마라는 단어 뒤에 숨은 복잡한 감정을 꺼내 놓는다.

이야기 속 주인공은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그녀가 견뎌온 시간은 모든 엄마의 일상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우리 모두의 자화상처럼 읽힌다.

 

 

육아는 기쁨이지만 동시에 고립이다. 아이를 돌보며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자신이 어디쯤에 서 있는지 잊게 된다. 일을 그만두거나다시 일을 시작하거나어느 쪽을 선택해도 무게가 남는 삶. 82년생 김지영』은 그 모든 선택이 얼마나 복잡한 무게를 지니는지를 보여준다.

 

김지영은 내 주변의 친구들의 이야기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 말처럼그녀의 글은 거창한 고발이 아니라 삶의 증언에 가깝다. 김지영은 세상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다만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매일을 버틴다.

그 평범한 버팀이야말로 많은 엄마들이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는 단지 여성의 현실만을 말하지 않는다. 가족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에 매몰된 모든 사람의 마음을 비춘다. 문화와 언어가 달라도, ‘엄마로 산다는 것의 고단함과 외로움은 어디나 비슷했다. 82년생 김지영』이 던진 질문은 단순하다. “나는 지금 어떤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이 물음은 엄마에게만이 아니라자신을 잊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닿는다.

 

책을 덮은 뒤에도 김지영의 하루는 오래 남는다. 그녀는 특별한 변화를 이루지 않는다.

하지만 그저 매일의 삶을 버틴다. 그 버팀 속에는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작고 단단한 의지가 있다.

아이를 재우고 식탁 위를 정리한 뒤잠시 멈춰 선 그 순간에도 많은 엄마들은 속으로 묻는다.

이게 최선일까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이 소설은 그 질문에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조용히 등을 토닥인다. “괜찮아요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그 한마디의 온기가김지영의 이야기 속 가장 오래 남는 문장일 것이다.

 

82년생 김지영』은 누군가의 이야기로 시작해결국 우리의 이야기로 끝난다.

세상의 속도에 밀려 자신을 잃어버린 모든 이들에게이 책은 말 대신 위로로 다가온다.

누구의 엄마이기 이전에누구의 아내이기 전에당신의 이름이 여전히 당신의 것임을 잊지 말라고.

 

 

작성 2025.11.02 23:45 수정 2025.11.02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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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